자립준비청년이 마주하는 현실과 시선

대부분의 아동은 자신이 태어난 가정에서 양육되고 성장한다. 그러나 예외적인 상황도 존재한다. ‘보호대상아동’은 ▲보호자가 없는 경우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경우 ▲보호자가 아동을 학대하는 등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기에 적당하지 아니한 상황에 해당하는 이들이다. 보호대상아동은 만 18세가 되는 순간 보호가 종료되며 ‘자립준비청년’이 된다. 보호대상아동과 자립준비청년은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을까.

 

보호대상아동, ‘보호’만 하면 되는 대상일까

 

보호대상아동이란 특별한 이유로 보호조치를 받는 아동을 의미한다. 보호대상아동의 대부분은 시설보호를 받는다. 지난 2020년 보건복지부의 「보호대상아동 현황보고」에 의하면 보호대상아동 4천120명 중 2천727명이 시설보호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위탁이 1천199명, 입양이 104명이라는 것을 고려했을 때 시설보호의 비중은 상당하다. 가정위탁은 지자체별로 재정지원의 차이가 크고, 강력한 친권으로 인해 법정대리인의 권한에 한계가 있어 많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보육원과 같은 아동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이 시설보호의 대표적인 경우다.

아동 보호조치의 주요 발생 원인은 학대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보호대상아동 지원 사업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보호조치 발생 원인의 39.7%는 학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0년 12.1%였던 것에 비해 크게 상승한 수치다. 학대를 경험한 아동은 보호조치 처분 이후 가정과 가장 비슷한 환경에서 심리·정서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 김지선 부연구위원은 “학대를 당해 보호조치를 받은 아동은 가정에서 불안정성을 겪으며 아동기 외상을 경험한다”며 충분한 치료와 심리·정서적 지원이 우선돼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시설에서는 아동 개개인에게 크게 관심을 쏟을 수 없기에, 보호대상아동은 안정적인 심리·정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설 관계자는 아동을 관리하고 보호해야 하는 대상으로 바라본다. 고아권익연대 신인성 사무국장은 “시설에서는 개인에게 쏟는 관심의 정도가 현저하게 감소한다”며 “사랑을 기반으로 한 양육은 집단생활에서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이후 시설이 아동을 관리하는 모습에서도 드러난다. 서울특별시가 발표한 「코로나19 관련 보호대상아동 인권보장 수요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보호대상아동은 양육시설 내에서도 방역수칙을 지키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일반 가정에서는 아동이 대개 마스크를 벗고 자유롭게 생활하는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아동의 심리보다 시설의 관리가 우선시되는 구조다 보니, 원활한 운영을 위해 불합리한 일들도 종종 묵인되기도 한다. 「보호대상아동의 심리·정서적 자립역량 강화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에는 시설 관계자들의 편애를 받은 보호대상아동이 존재했다는 진술이 다수 나타난다. 시설 관리자가 보호대상아동 사이에서 생기는 위계질서를 묵인하기도 한다. 보육원에서 자란 이형우(29)씨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시설에서 살던 당시 집단 내 서열이 높은 보호대상아동이 다른 아동에게 서로 싸우라고 명령하면 그것을 따라야 했다고 진술했다. 시설에서는 원활한 운영을 위해 이를 알고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만 18세, ‘자립’을 준비하기에 충분한 나이일까

 

자립준비청년들은 만 18세 이후 독립 과정에서 다른 형태의 어려움을 마주하기도 한다. 자립준비청년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문제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자립준비청년은 퇴소 시 받는 자립정착금 500만 원과 퇴소 이후 3년간 받는 월 30만 원의 자립수당으로 자립을 준비해야 한했다. 대다수의 자립준비청년이 고등학교 졸업 후 좋은 직장에 취직하지 못하고, 대학에 진학하면 원활한 경제 활동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0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에 의하면 정부의 지원금을 포함한 자립준비청년의 월평균 소득은 지난 2019년 기준 127만 원이다. 지난 2019년 기준 1인 가구의 최저생계비로 알려진 102만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교통비, 수신료, 식비, 월세 등을 제외하면 여분의 돈이 거의 남지 않는 현실이다.

경제적 어려움은 자립준비청년의 낮은 대학 졸업률과도 이어진다. 신 사무국장은 “예전과 달리 자립준비청년들의 대학 진학률은 높아졌지만, 이들의 중퇴율은 여전히 높은 편”이라고 말한다. 생활비와 등록금을 벌기 위해 휴학을 하거나 충분한 돈을 벌지 못해 대학을 중퇴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지난 2017년 발표된 「가정외보호 퇴소 대학생의 생활경험」 연구에 의하면 한 자립준비청년은 “저녁 8시부터 아침 6시까지 택배 일을 한다”며 일을 해야만 학업을 마칠 수 있다고 전했다.

정신적으로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도 자립준비청년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시설에서 단체생활을 하며 경험한 차별로 인해 퇴소 후 시설 관계자와의 연을 끊고 홀로 독립을 준비하는 자립준비청년도 종종 존재한다. 이 경우 시설의 성인 관계자들과 다른 자립준비청년들과의 연락도 끊기면서 인적 지지기반이 사라진다. 지난 2019년 1만 2천796명의 자립준비청년을 관찰한 자립수준평가 결과, ’연락 두절’에 해당하는 이들이 26.3%에 달했다. 보호종료아동을 돕는 민간단체 ‘야나코리아’ 이석주 사무국장은 “자립준비청년은 삶에 문제가 있을 때 이를 함께 논할 가족들이 없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립 전 부실한 자립 교육도 문제로 지적된다. 시설아동을 대상으로 한 자립 교육은 집단 프로그램 방식으로 이뤄진다. 「가정외보호 퇴소 대학생의 생활경험」에 의하면 분리수거, 요리, 고장 난 물건 수리하기 등 실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자립 교육에서 가르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한 자립준비청년은 “시설에 있을 때는 선생님이 전구를 교체해주셨고, 자립 프로그램에서도 전구를 교체하는 방법을 배운 적이 없다”고 전했다. 시설마다 자립 교육의 편차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국가 주도의 구체적인 교육 지침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자립준비청년협회 주우진 대표는 “시설마다 아이들이 받고 나오는 자립 교육의 편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자립준비청년이 마주하는 사회의 시선

 

자립준비청년은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경험하기도 한다. 자립준비청년은 동정과 무시를 포함한 수많은 편견을 마주한다. 자립준비청년에게는 부모가 없다는 편견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조사」에 의하면 부모가 있다고 응답한 자립준비청년은 48.7%로 나타났다. 부모가 존재하지만, 가정에서의 학대나 폭력으로 시설에서 거주하게 된 비중이 크다. 미디어가 일반적 편견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주 대표는 “보육원 출신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문제가 되는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들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아예 부재한 경우도 많다. 이 사무국장은 “자립준비청년들을 만나면서 일반적으로 이들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는 실제 지원을 받는 과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립준비청년이 각종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보호종료 확인서를 시설이나 주민센터에서 발급받아야 한다. 시설에 가는 것을 꺼리는 자립준비청년은 주민센터에 가야 하지만, 공무원 대다수가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이다. 주 대표는 “당사자가 공무원에게 자립준비청년이 무엇인지 설명해야 비로소 법령을 찾아보고 제도를 안내해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전했다.

 

현재의 자립준비청년은 주로 가정이 아닌 곳에서 성장해 여전히 경제적, 정서적, 사회적으로 자립하는 데 있어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자립준비청년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 보호가 종료됐다고 말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그들을 보호가 필요한 환경에 두고 있다. 자립준비청년이 제대로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세심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 이승연 기자
maple081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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