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어른’ 캠페인의 조규환, 손자영 캠페이너를 만나다

아동 양육시설이나 위탁가정에서 지내는 청소년은 만 18세가 되면 살던 곳을 떠나 자립해야 한다.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열여덟 어른’이 됐기 때문이다. 자립준비청년의 건강한 자립을 돕고, 이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아름다운재단은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서 ‘땡큐 버스킹 프로젝트’를 진행한 조규환 캠페이너, ‘미디어 패러디 일러스트 프로젝트’를 진행한 손자영 캠페이너를 만나봤다.

 

나의 노래로 감사함을 전하다,
‘땡큐 버스킹 프로젝트’ - 조규환 캠페이너

 

 

Q. 자기소개와 ‘땡큐 버스킹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시즌3’ 캠페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보호 종료 4년 차 조규환이다. ‘땡큐 버스킹 프로젝트’는 자립준비청년으로 살아온 내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노래로 전달하는 프로젝트다. 

 

Q. ‘땡큐 버스킹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당사자의 시선으로 지원 사업을 바라보고, 사회적 지원에 대해 이야기하며, 내가 받았던 지원에 보답하고자 기획했다. 자립준비청년 지원 사업은 시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자립하는 순간까지 자립준비청년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보육원에서 자라며 공공, 민간기업으로부터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민간기업의 후원으로 보육원 안에 합창단이 생겨 합창단 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합창단 활동을 통해 힘들었던 삶에 위로를 받고, 무대에 오르는 것에 행복을 느꼈다. 자연스레 음악을 하고 싶다는 꿈도 꿨다.

이에 프로젝트를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자 했다. 어린 시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노래를 통해 당시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함께 이야기하는 스토리텔링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

 

 

Q. 캠페인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가.

A. 지난 2021년 11월에 광주역에서 첫 ‘땡큐 버스킹’ 공연을 했다. 버스킹이 끝난 후 많은 응원의 쪽지를 받았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노력하신 과정들이 모두 전해지는 것 같아 감동입니다’ 등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보육원에 살던 시절 많은 지원을 해주신 분도 버스킹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광주역까지 찾아와주셨다. 감사했던 분들께 직접 감사의 말을 전할 수 있어 더욱 뜻깊었던 기억이다. 

 

Q. 자립준비청년 지원 사업에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A. 지원 사업은 당사자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다. 일례로 나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원 사업 덕에 뮤지컬,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공연을 보러 다닐 수 있었다. 지원 사업 덕에 특별한 경험을 했지만, 한편으로는 감추고 싶던 사실을 들춰내야 하는 것이 두려웠다. 티켓에는 항상 시설 이름이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공연 티켓을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수는 없었던 이유다. 사회적 지원에도 당사자가 상처받지 않도록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Q. 자립준비청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 보육원을 나와 자립하는 과정에서 자립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지원 사업과 커뮤니티가 생각보다 잘 구축돼 있다. 어려움이 있다면 당당하게 밝히고 주위에 도움을 청하면 된다. 이미 자립을 이룬 선배들과 자립 과정을 함께 할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미디어 속 ‘고아’ 이미지의 편견을 이야기하다,
‘미디어 패러디 일러스트’ - 손자영 캠페이너

 

 

Q. 자기소개와 ‘미디어 패러디 일러스트’ 캠페인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시즌3’ 캠페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보호 종료 8년 차 손자영이다. ‘미디어 패러디 일러스트’는 미디어에서 자립준비청년과 고아를 부정적으로 그린 장면들을 당사자들과 함께 긍정적인 이미지로 패러디하는 프로젝트다. 당사자의 목소리로 미디어에 변화가 필요한 지점을 알리고자 한다.

 

Q. ‘미디어 패러디 일러스트’ 캠페인을 기획한 계기는 무엇인가.

A. 자립준비청년이 부정적인 캐릭터로 소비되지 않도록 당사자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기획했다. 미디어로부터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지난 2019년 온라인 인식조사 스타트업 닉핏이 ‘고아’라는 키워드의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많은 사용자가 ‘고아’의 이미지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매체에서 묘사하는 고아 설정 캐릭터의 영향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는 응답이 다수였다. 나 또한 어릴 적 미디어에서 고아 캐릭터나 보육원 관련 에피소드를 접했을 때 움츠러든 경험이 있다. 미디어에서 자립준비청년에 대해 주로 부정적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Q. 미디어에서는 자립준비청년을 어떻게 묘사하는가.

A. 고아와 자립준비청년을 고정적이고 단편적인 캐릭터로 묘사한다. 주로 범죄자, 불운한 일만 겪는 동정의 대상, 고되고 가난한 환경에서도 매사에 긍정적이기만 한 비현실적 캔디형 캐릭터 등으로 그려진다. 이러한 캐릭터 설정과 미디어 속 대사들은 대중들의 선입견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고아라서 그래” 혹은 “가정교육을 못 받은 것 같다” 등의 대사는 당사자들에게 상처가 되기도 한다. 미디어를 통해 재생산된 편견은 자립준비청년의 자립을 위축시킨다.

 

 

Q. 기억에 남는 미디어 패러디는 무엇인가.

A. 드라마 『여름아 부탁해』에서 아이들이 고아인 친구를 “얼레리 꼴레리 고아래요. 우리 엄마가 그랬어. 고아니까 너랑 놀지 말라고”라며 놀리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에서 어린이집 선생님은 그 상황을 회피한다. 아이들은 잘 모르더라도, 선생님은 그 편견과 차별을 바로 잡았어야 한다. 이에 우리 프로젝트에서는 선생님이 “가족의 형태는 다양하고 입양된 가족, 부모가 없는 가족 모두 차별받으면 안 돼”라고 말하도록 이 장면을 패러디했다.

 

Q. 캠페인으로 얻은 긍정적인 변화는 무엇인가.

A.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대중들에게 알렸고, 보호 종료 당사자에게도 긍정적인 변화를 줬다. 당사자들이 스스로 가지고 있던 편견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졌다. 미디어 패러디 일러스트를 함께 진행했던 동료는 자신이 자립준비청년이란 사실을 숨기고 살아왔다. 그러나 캠페인을 통해 사회적 편견이 자신의 잘못이 아닌 미디어의 산물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Q. 자립준비청년의 건강한 자립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A. ‘미디어 패러디 일러스트’ 캠페인을 통해 당사자 스스로가 긍정적인 캐릭터를 그리는 것을 넘어 대중들에게 변화의 필요성을 알리고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자 한다. 자립준비청년을 긍정적으로 그린 캐릭터를 모아 전시하는 미디어 시상식과 여전히 부정적으로 그려진 캐릭터를 대중이 직접 발굴하는 활동 또한 계획 중이다. 

 

이들은 당사자의 목소리로 진정한 자립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요건을 말하며 자립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지원한다. 매년 2천500명의 ‘열여덟 어른’이 사회로 나온다. 정책과 제도를 넘어 그들의 진정한 자립을 위해 사회적 안전망 구축과 인식변화의 기틀이 갖춰지길 바란다.

 

 

글 홍지혜 기자
gh4784@yonsei.ac.kr

<사진 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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