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해 보다

여러분은 하루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나요? 커피 한 잔을 위한 플라스틱 컵, 물건을 구매하면 생기는 영수증 등 일상에서 생겨나는 쓰레기는 떼놓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기후변화의 영향·적응·취약성에 관한 보고서」는 기후 위기가 생존의 문제로 직결될 것이라 밝혔습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해 기후가 지속적으로 고온다습해질 경우 한국의 온열 관련 사망자는 오는 2050년 전체 사망자의 4%에서 2090년에는 8%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죠. 이 보고서는 해수면 상승에 따른 부산 지역의 연간 피해액이 2070년에는 3조 6천억 원에 다다를 것이라 내다보고 있습니다. 또한 이로 인해 쌀 생산량은 3~7% 감소할뿐더러, 어류 양식 생산량은 49% 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죠.

쓰레기 문제 또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 불법 폐기물이 쌓인 쓰레기 산이 400곳 가까이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우리는 이를 ‘쓰레기 대란’이라 부릅니다.

 

쓰레기 문제 해결과 환경 보호를 위한 ‘제로웨이스트’ 운동이 등장했습니다. 재활용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거나 일상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줄여 쓰레기 배출량을 0에 가깝게 만들기 위한 친환경 운동입니다. 제로웨이스트 실천 방식은 ‘5R’로, ▲필요 없는 물건을 거절하기(Refuse) ▲쓰는 양 줄이기(Reduce) ▲일회용 대신 여러 번 쓸 수 있는 제품 구매하기(Reuse) ▲재활용하기(Recycle) ▲되도록 썩는 제품을 사용해서 매립(Rot)해 자원을 순환시키기를 의미합니다. 소비 회복을 위한 제로웨이스트 플랫폼 ‘더피커’의 송경호 대표는 “제로웨이스트는 내가 소비하는 물건이 어떤 쓰레기를 만드는지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며 본인이 배출하는 쓰레기의 종류와 양을 파악한 후에 이를 줄여나가라고 조언했는데요.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기 위해 기자가 직접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해 봤습니다.

 

지혜 기자의 4R 체험기

 

▶▶일회용 컵과 빨대를 거절하고 텀블러를 사용하는 거절하기(Refuse)를 실천해 쉽게 일상 속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다.
▶▶일회용 컵과 빨대를 거절하고 텀블러를 사용하는 거절하기(Refuse)를 실천해 쉽게 일상 속 일회용품을 줄일 수 있다.

 

1) 거절하기(Refuse) - 텀블러 들고 다니기

일상 속 일회용품을 거절할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텀블러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평소 카페를 자주 방문하는 편이기에 플라스틱 컵과 빨대를 많이 이용했습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 카페에 갈 때마다 텀블러와 다회용 빨대를 사용했습니다. 실천 초반에는 텀블러를 챙겨 다니는 습관이 자리 잡지 않아 종종 집에 다시 돌아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매번 텀블러를 세척하는 것이 번거롭기도 했지만, 이제는 텀블러가 손에 없으면 허전하기까지 합니다. 일주일 동안 총 10개의 일회용 컵과 빨대를 거절했습니다. 덤으로 텀블러 사용을 통한 할인과 적립 혜택도 쏠쏠했습니다.

 

▶▶일회용 포장 대신 다회용기 포장으로 줄이기(Reduce)를 실천해 포장재 처리 부담을 줄이고 환경 호르몬 걱정을 덜 수 있다.
▶▶일회용 포장 대신 다회용기 포장으로 줄이기(Reduce)를 실천해 포장재 처리 부담을 줄이고 환경 호르몬 걱정을 덜 수 있다.

 

2) 줄이기(Reduce) - 다회용기 포장하기

기숙사 생활과 일회용 배달 용기는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재활용하는 날이 오면 쌓아뒀던 일회용 배달 용기를 버리기 바빴습니다. 특히 자주 가는 샌드위치 집에서 배달을 시키면 샌드위치 포장재인 종이와 비닐, 음료를 담는 플라스틱 컵, 배달 종이가방까지 많은 쓰레기가 발생했습니다. 이를 줄이기 위해 음식점이 가까운 경우 배달 대신 포장을 선택했고, 불필요한 포장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다회용기를 챙겨 나갔습니다. 처음 해보는 시도라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으며,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직원분도 다회용기를 보시곤 당황하셨지만, 저의 실천을 응원해주셨습니다. 포장 쓰레기 하나 없이 다회용기에 담은 샌드위치를 에코백에 넣어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숙사에 돌아왔습니다. 샌드위치를 먹은 후 포장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의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었고, 환경 호르몬 걱정 없이 음식을 담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대나무 칫솔과 씹어먹는 치약 사용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고 화학물질을 배출시키지 않는다.
▶▶대나무 칫솔과 씹어먹는 치약 사용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고 화학물질을 배출시키지 않는다.

 

3) 다회용 제품 구매(Reuse) - 알맹상점 방문기

평소 플라스틱 튜브형 치약과 플라스틱 칫솔을 사용해왔습니다. 매년 39억 개의 칫솔이 버려지고, 이로 인한 미세 플라스틱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에 제로웨이스트 샵 알맹상점을 방문해 100% 생분해가 가능한 대나무 칫솔과 사탕수수로 만든 종이박스에 담긴 고체 치약을 구매했습니다. 대나무 칫솔과 고체 치약을 사용하며 전혀 이질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과 화학물질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었습니다.

 

▶▶‘알맹 커뮤니티 회수센터’에서 플라스틱 병뚜껑을 재활용하는 모습. 재활용되지 않는 물건을 재활용한다는 취지가 있다.
▶▶‘알맹 커뮤니티 회수센터’에서 플라스틱 병뚜껑을 재활용하는 모습. 재활용되지 않는 물건을 재활용한다는 취지가 있다.
▶▶재활용하기(Recucle)의 일부로 리필스테이션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하는 모습. 다 쓴 화장품 용기에 손 세정제를 담았다.
▶▶재활용하기(Recucle)의 일부로 리필스테이션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재활용하는 모습. 다 쓴 화장품 용기에 손 세정제를 담았다.
▶▶손 세정제를 담은 플라스틱 용기는 가격이 책정된 후 새 제품으로 거듭난다.
▶▶손 세정제를 담은 플라스틱 용기는 가격이 책정된 후 새 제품으로 거듭난다.

 

4) 재활용하기(Recycle) - 리필스테이션 방문하기

기숙사에서는 물을 배달해 먹기 때문에 페트병 쓰레기가 많이 발생합니다. 페트병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병뚜껑은 재활용이 되지 않습니다. 제로웨이스트 샵 알맹상점의 ‘알맹 커뮤니티 회수센터’는 재활용되지 않는 플라스틱 병뚜껑으로 치약짜개나 생활용품을 만들어 쓸모를 재발견하는 공간입니다. 이에 일주일 동안 모은 병뚜껑을 기부했고, 그램 수에 따라 쿠폰에 도장을 받았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활용해 내용물만 리필 후 구매하는 방식의 ‘리필스테이션 코너’도 이용했습니다. 다 쓴 화장품 용기를 들고 가니 깨끗하게 소독과 세척을 해주셨습니다. 샴푸, 린스, 세제 등 리필이 가능한 제품의 종류가 다양했습니다. 마침 필요했던 손 세정제를 직접 용기에 담고 무게를 잰 뒤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버려질 줄로만 알았던 쓰레기가 새 제품으로 사용되는 순간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자원의 완전한 순환을 위해

 

제로웨이스트는 일상 속에서 충분히 실천 가능했습니다. 이는 실제로 유의미한 효과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서울시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제로웨이스트 프로그램에 참여한 164가구의 1인당 평균 종량제 생활 쓰레기 배출량이 40.8% 감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더불어 참여 가구의 1인당 재활용품 분리 배출량 또한 31.4%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소비자의 가치 있는 행동만으로 완전한 제로웨이스트 사회를 만들 순 없습니다. 소비자가 제로웨이스트의 일환으로 재활용을 해도, 선별·처리 단계에서 플라스틱 제품의 60%는 그대로 버려지기 때문입니다.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배재근 교수는 “플라스틱은 재활용하는 것보다 소각하는 것이 더 저렴해 재활용되는 비율보다 소각되는 비율이 더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원의 순환을 위해선 제도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존재합니다. 이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RP)’와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이 제도는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해 생산자가 제품 마지막 단계인 재활용까지 책임지도록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재활용에 드는 비용 이상의 부과금을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그러나 이는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모든 플라스틱을 규제하지 못하며 적용 대상의 범위가 좁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급증한 배달 용기는 이러한 제도의 규제에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생산자와 사용자 모두 재활용 분담금을 전혀 부담하지 않고 있습니다. 배 교수는 “특정 포장 용기에 제한적으로 적용된다는 점, 중소 업체에서 만든 제품은 예외라는 점이 반쪽짜리 법률이라 불리는 원인”이라 설명했습니다. 생산자가 재활용 가능한 물질로 상품을 제작하도록 하고, 재활용되지 않는 소재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변화한다면 재활용 회피와 무임승차를 방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재활용 체계에 허점이 없도록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생산자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송 대표는 기업의 변화를 통한 소비의 회복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송 대표는 “제품의 생산, 유통, 판매, 사용, 폐기라는 다섯 단계의 제품 생애주기를 생산 단계에서 친환경적으로 구현해야 한다”며 “유통 과정에서도 포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소비자가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전 생산 및 유통 단계에서부터 쓰레기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이어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소비를 강제하지 않아야 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제품은 생애주기가 짧습니다. 소비자의 재구매율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소비자는 불필요한 소비를 하게 되고, 이는 결국 쓰레기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송 대표는 “구매한 제품을 최대한 오래 사용할 수 있게끔 돕는 수리 서비스, 수리 키트를 제공해 폐기물 발생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소비자, 생산자, 정책 이 세 박자가 모두 맞을 때 진정한 제로웨이스트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쓰레기 문제의 해결을 위해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며 “친환경적인 정책과 함께 소비자는 기업의 생산을 감시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야 하며, 생산자는 생산 단계에서 재활용 가능한 소재로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쓰레기를 양산하는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고, 일상에서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해야 합니다. 기업은 이런 소비자의 행동에 응답해 순환 가능한 자원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 처리 과정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생산자의 기준과 소비자의 요구, 정책적 지원이 일치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진정한 제로웨이스트를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는 제로웨이스트를 그저 개인의 편리함을 희생하며 지구를 구하는 활동으로 여겨왔습니다. 그러나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며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새로운 소비 방식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제로웨이스트가 일상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생산과 판매가 이뤄지는 시장, 관련 제도, 그리고 우리 모두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리 모두 건강한 사회를 위해 제로웨이스트를 함께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요.

 

 

글 홍지혜 기자
gh4784@yonsei.ac.kr

사진 한승아 기자
seungah_han@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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