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짚어보다

 

지난 2003년 시행했던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5년 만에 폐기됐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매년 수십억 개씩 배출되는 일회용 컵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폐기 이후 14년 만에 다시 컵 보증금제를 꺼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시행 전부터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는 6월부터 시행될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요.

 

14년 만에 부활한
일회용 컵 보증금제

 

환경부는 지난 2020년 6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고시했습니다. 해당 법률은 커피전문점 등에서 음료를 주문할 때 일회용 컵에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부과하고, 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도입을 골자로 합니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입니다. 이는 오는 6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며, 현재는 보증금이 300원으로 책정돼 있지만, 컵 제조원가, 정책적 필요 등을 고려해 조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시 공고에 따르면 총 105개 브랜드가 보증금제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환경부는 ▲커피, 음료, 제과제빵, 패스트푸드 업종의 가맹본부 또는 가맹사업자 중 매장 수가 100개 이상인 사업자 ▲휴게음식점영업, 일반음식점영업, 제과점영업을 하는 사업자로서 운영하는 매장 수가 전전년도 말 기준으로 100개 이상인 사업자 ▲그 외 환경부 장관 지정 사업자에 보증금제를 적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증금 적용 대상인 일회용 컵에는 차가운 음료를 담는 플라스틱 컵, 뜨거운 음료를 담는 종이컵 등이 해당합니다. 소비자는 보증금을 지불하고 일회용 컵에 담긴 음료를 구매한 후, 보증금제의 적용을 받는 105개 브랜드 매장 어디서나 해당 컵을 반납할 수 있습니다. 보증금은 계좌이체 혹은 현금 중 원하는 방식으로 지급받으면 됩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한 차례 시행됐으나,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한다는 비판을 받으며 폐지됐습니다.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 박정음 활동가는 “당시 낮은 보증금액과 교차반납 불가, 제도에 대한 법적 근거의 부재, 미환불금이 기업 홍보비로 쓰이는 점 등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14년 만에 부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녹색 연합 이지수 활동가는 “전국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매년 28억여 개의 일회용 컵이 사용되고 있음에도 회수율은 매년 약 5%에 그쳤으며 95%가 소각 및 매립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자원의 효율적인 절약과 재활용을 위해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가 다시 도입된 것”이라 전했습니다. 재활용 가능한 컵이 길거리 쓰레기로 방치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회용 컵 보증제도를 부활시킨 것입니다. 

시민들의 변화한 환경 의식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지난 2020년 녹색연합에서 시민 1천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기후변화 위기 인식’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95.8%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와 폭우 등을 겪으며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절감하게 됐다’고 답했습니다. 기후 위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아지며 이 제도의 필요성을 다시 인식한 것이죠. 녹색미래 이선열 활동가는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느낀 시민들의 목소리로 본 제도가 다시 등장하게 된 것”이 라 전했습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업자와 소비자의 희생?

 

한편, 현장에서는 업계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에서는 컵 표준 규격을 지정하고 있습니다. 환경부는 표준 용기 사용은 강제가 아니지만, 이를 사용하는 업체에는 혜택을 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컵 교차반납과 보관 및 재활용의 편의를 위한 것이죠. 이에 업체들은 환경부가 다양화되고 전문화된 카페 업계 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표준 용기를 사용할 경우, 카페 브랜드별 용량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영산대 외식경영학과 한상호 교수는 “소비자들은 컵의 모양과 포장을 보고 브랜드를 인식한다”며 “컵을 통일하면 광고, 홍보 효과를 모두 포기하게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저가 대용량 전략으로 살아남던 프랜차이즈 점포는 경쟁력을 잃어 저가형 개인 카페에 고객을 뺏길 것이라 걱정하는 상황입니다.

새로운 업무 추가에 따른 금전적 문제 또한 해결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할 경우 ▲보증금 반환 ▲컵 세척 및 위생 보관 ▲길거리 컵 관리 ▲정부 제작 스티커 부착 등 전반적인 시행 과정을 업계가 모두 담당하게 됩니다. 이를 위한 수도세, 세척비, 인건비 지원 여부는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에 한 교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하면 업계는 소비자의 컵을 회수한 후 매장에서 세척하고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며 “이는 업계에 인력적, 공간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업계에 대한 보상은 없고 희생만을 강요한다는 지적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합니다. 평소 프랜차이즈 카페를 즐겨 찾는 오승아(22)씨는 “커피값과 보증금 값을 더한 금액이 커피값으로 인식돼 가격 자체가 인상되는 느낌이 든다”고 전했습니다. 올해 줄줄이 인상된 커피 값에 보증금이 더해질 경우, 가장 대중적인 음료인 아메리카노마저 한 잔에 약 5천 원 정도로 느껴져 부담스럽다는 것입니다. 

더불어 환경운동가들은 보증금 300원이 환경처리 비용이라는 명목의 면책 도구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합니다. 300원의 보증금을 지불한 후 이에 대한 보상심리로 일회용 컵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거나 재활용하지 않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입니다. 이지수 활동가는 “일회용 컵 재활용 이전에 생산 및 소비 자체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효성 문제 또한 해결되지 않은 숙제입니다. 한양대 재료화학공학과 장영욱 교수는 “매장에서 사용하는 종이컵은 방수 기능을 위해 컵 내부에 플라스틱의 일종인 합성수지가 코팅돼 있다”며 “이러한 코팅을 벗겨 내는 비용이 상당해 재활용 과정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활용이 수월한 새로운 코팅 기술이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여전히 경제적이지 않다는 것이죠.

 

환경보호를 위한 일회용 컵 보증금제,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환경보호를 위해 작은 불편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지난 2019년 그린피스의 ‘플라스틱 대한민국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인은 1년간 약 65개의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환경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컵 회수율을 높일 경우 재활용 촉진에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이라 말합니다. 더불어 일회용 컵을 소각하는 경우와 비교했을 때 온실가스가 66% 감소하고 연간 445억 원 이상의 편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선 여러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환경 전문가들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제도 목적의 명확한 전달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현재 일회용 컵 보증금제의 목적이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박 활동가는 “현재 우리가 배출하는 쓰레기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자는 제도의 목적이 정확히 홍보되고 있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이지수 활동가는 “환경부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각 기업이 책임지고 제도를 홍보한다면 해당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이룰 수 있다”며 “소통을 통해 부족한 시스템을 개선한다면 소비자가 쉽게 제도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습니다. 

더불어 공개적인 논의를 통해 업자와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결하고 제도를 개선해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박 활동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최초로 시도하는 제도이기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라며 초기 정착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선열 활동가는 “재활용 계획을 자세히 보여주는 방식이 아닌 선언식 제도 발표였기에 우려가 크다”며 “더 나은 제도를 위해 시민과 함께 공론장에서 논의하며 재활용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 전했습니다. 14년 만에 다시 등장한 제도인 만큼 소비자와 업자의 목소리를 통해 제도의 허점을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환경보호를 위해선 정책적 노력과 더불어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박 활동가는 “그동안 크게 의식하지 않았던 환경오염과 기후 위기를 책임지기 위해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말합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만큼 모두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시기라는 의미죠. 환경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책임 의식 또한 변화해야 합니다. 그동안 무관심했던 환경 문제에 대한 성찰을 통해 일상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통해 환경보호에 책임감을 가지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도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이지수 활동가는 “소비자도 기업과 수거운반재활용업체의 입장을 고려해 깨끗하게 컵을 반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누군가 혼자만의 행동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가 아니기에 모두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둘러싼 논쟁은 뜨겁습니다. 그럼에도 환경보호를 위해 약간의 불편은 감수해야 합니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모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적극적인 소통으로 친환경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주춧돌이 되길 바랍니다.

 

 

글 홍지혜 기자
gh4784@yonsei.ac.kr
서지안 기자
forjinuss@yonsei.ac.kr

사진 한승아 기자
seungah_han@yonsei.ac.kr

 

*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제품 생산자나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 생산자에게 폐기물에 대해 일정량의 재활용 의무를 부여해 재활용하게 하는 제도.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드는 비용 이상의 부과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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