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안마업 독점권은 삶을 이어나갈 권리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뺏는 중인가. 거리에 ‘타이 마사지’, ‘스포츠 마사지’ 등 마사지 업체가 늘어섰다. 안마 시장의 규모는 갈수록 커진다. 하지만 대개 ‘불법 업소’다. ‘합법 안마사’로 일하는 신창숙(51)씨는 말했다. “비장애인들이 우리가 가진 것만이라도 빼앗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직업 하나만 갖고 있는데, 입지가 점점 좁아진다.”

 

시각장애인 생존권을 둘러싼 법적 공방

 

법률은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사 자격 독점권을 부여한다. 「의료법」(아래 의료법) 제82조 1항은 ‘안마사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시각장애인 중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로서 시·도지사에 자격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현행법상 시각장애인의 안마 행위만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대한안마사협회 ‘안마사제도약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안마사 자격제도의 기점은 1913년이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시각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직업교육을 하기 위해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마 교육을 시행했다. 교육을 이수한 인원에게는 조선총독부 경령10호에 의거한 면허가 발급됐다. 광복 이후에는 미 군정청이 동양의학 면허제도를 폐지하면서 안마사 면허제도는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1963년 시각장애인의 적성과 재활복지 차원에서 종전의 시각장애인 안마사, 침을 놓는 침사, 뜸을 뜨는 구사 중 안마사 자격제도만이 부활했다. 부산대 사회학과 주윤정 교수는 논문 「‘사람 취급’ 받을 권리」에서 ‘1960년대 시위 등 집단행동을 통해 생존권 문제를 알림으로써 1973년 유신 헌법하에서 시각장애인 안마사 관련 제도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안마사는 당시 노조를 결성해 활동하는 등, 자신들의 법적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을 통해 독점권을 확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쟁 끝에 시각장애인들은 안마업 독점권을 쟁취했다. 그런데 이 독점권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독점권을 겨눈 위헌법률심판제청은 지난 2003년부터 여러 차례 제기됐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다섯 차례 합헌과 한 차례 위헌결정을 내렸다. 가장 최근인 2021년 12월 30일 판결에서 헌법재판소는 의료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무자격’ 안마사들의 제청에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기각을 결정했다.

헌법재판소는 실질적으로 소외되는 이들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지봉 교수는 “해당 문제는 복수의 주체가 서로 기본권을 주장하는 기본권 충돌 사안”이라며 “시각장애인의 생존권이 비시각장애인의 직업 선택의 자유보다 우선한다고 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다섯 차례 합헌 판결을 내린 것”이라 설명했다. 법무법인 도담 김정환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판결은 규범적 판단 이면에 있는 사실관계를 따진 결과”라며 “시각장애인이 안마사라는 직업을 법률로 보호받지 못하면 굉장히 열악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사실 판단에 기초한 것”이라 말했다. 

불법 안마 시장을 단속하는 움직임은 더디다. 불법 시장의 규모는 합법 안마 시장의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대한안마사협회 류명구 정책실장은 “국내 안마 업소는 3만 개 정도인데, 이 중 1천200여 개 만이 합법 안마 업소”라며 “20배가량 차이 나는 수준”이라고 했다. 국가가 불법 안마 시장을 단속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임 교수는 “현실적으로 일일이 단속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법 안마가 성행하고 있다”며 “시각장애인들의 고소·고발이 이뤄지고는 있으나, 불법 업소는 안마업이 아닌 다른 업종으로 사업자를 등록한다”고 말했다. 무자격 안마사들이 법망을 빠져나가는 움직임에 합법 안마사의 독점권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독점권은 삶의 문제다

 

‘불법’ 안마 업소의 증가로 안마업에 대한 ‘시각장애인’ 독점권이 실질적으로 효력을 잃었다. 이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시각장애인들은 경쟁이 아닌 ‘침해’에 가깝다고 말한다. 신씨는 말했다. “유일하게 시각장애인이 국가 자격증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이 안마사다. 안마사는 해부학, 생리학, 의료임상 등 의료과목을 이수하면서 전문성을 확보한 자격이다. 그러나 비숙련 전문가들의 불법적인 시장 진입이 이어지니 우리 합법 안마사가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신씨는 “시각장애인 안마사와 비장애인 안마사의 경쟁 구도 자체가 모순적”이라며 “눈이 보이는 사람들은 노력에 따라 직업을 선택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은 노력하더라도 가질 수 없는 직업이 있다”고 말했다. 류 정책실장은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광고나 홍보, 혹은 신체적 한계로 인해 비장애인 안마사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라파 안마원’을 운영하는 최원지(53)씨는 “차별의 중심에 시각장애인이 있다”고 말했다. 안마업에 비장애인의 영역이 만들어지자 장애인의 노동에 내재한 차별과 낙인이 작동한다. 류 정책실장은 “시각장애인 안마사가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며 “시각장애인 안마사는 3년간 2천500시간 이상 관련 의학 교육을 받으나,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시각장애 안마사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장애인의 노동을 바라보는 차별적인 시선에 대해 말했다. “장애인에게 비장애인과 똑같은 잣대를 들이밀면서 기준을 맞추라는 것은 간접 차별에 가깝다.”

차별과 낙인 아래, 시각장애인 안마업의 여건은 열악하다. 류 정책실장은 “우리나라 1만 3천여 안마사 중 대다수의 소득 수준은 지난 2021년 도시근로자 1인 평균 소득인 299만 원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며 “정부의 일자리 사업인 안마사 파견 사업에 종사하는 1천110명의 안마사가 받는 월 급여 또한 111만 9천960원에 그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업이 전일제가 아닌 반일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충분한 급여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장애인의무고용제**에 따라 고용률을 지키면서도 예산을 아끼기 위해 기업은 사업을 반일제 형태로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안마원을 개설하더라도 바뀌는 건 없다고 말했다. “국가가 안마 바우처 제도를 통해 노인과 장애인 등을 안마원으로 유인하나, 수입은 100만 원 언저리다. 생활에 턱없이 부족하다.”

제도 역시 이들의 삶을 옥죈다. 「최저임금법」(아래 최저임금법) 제7조 1항은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에 한해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도록 규정한다. 남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유지영 교수는 “고용주가 이들을 고용하면서 신체적 취약성을 이유로 권리 제한을 법적으로 요청하면, 대부분 심사에서 통과돼 최저임금의 예외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이들이 직업을 택할 권리도, ‘사람답게 살 권리’도 고려되지 않는다. 

비장애가 기준인 세상에서 열악한 임금 체계는 시각장애 당사자에게 ‘삶의 문제’로 다가온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수행한 「2020년 기초생활보장 실태조사 및 평가연구」에 따르면 중증 시각장애의 경우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이 월 31만 6천 원에 달한다. 시각장애인인 류 정책실장은 말했다. “시각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일상을 유지하는 데 훨씬 큰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 눈이 보이지 않으면 보행이 가장 힘들다. 활동 지원사가 오지 못하는 날, 출퇴근을 위해서는 대중교통이 아닌 비싼 일반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또 시각장애인끼리 결혼한 경우, 눈이 보이지 않으니 자녀 양육에 도움을 받는 경우도 있다. 모두 다 돈이 든다.” 

그럼에도 시각장애인에게 안마사라는 직업의 의미는 다채롭기에, 이들의 노동 자체를 주목해야 한다. 신씨는 “안마를 통해 누군가를 치료하고 도와준다는 느낌을 받아 자긍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최씨 역시 “안마업을 학문으로도 연구하는 등, 업 자체에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안마 행위를 통해 시각장애인들은 돌봄을 받는 입장에서 돌봄 제공자로 자기 인식을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안마는 단순 ‘마사지’에 그치지 않는, 누군가를 치료하는 ‘의료행위’이자 ‘노동’ 자체다.

 

대안 너머 더 자유로운 삶을 위해

 

시각장애인의 안마 자격 정당성을 이해하는 일은 불법 안마 시장의 근절 노력으로 이어진다. 류 정책실장은 “무자격 안마사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지만, 물리치료사, 한의사와 같이 합법적으로 안마를 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격제도를 교란하고 국민 보건에 위해가 되는 행동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불법 안마 시장 단속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임 교수는 “스포츠 마사지·피부 미용 간판을 걸고 영업하는 무자격 안마 업소는 어디까지나 불법”이라면서 “행정원청이 실효적으로 무자격 안마 업소를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정책실장 역시 처벌 제도는 이미 마련된 상태라는 입장이다. 류 정책실장은 “불법 안마가 의료법 위반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불법 안마 시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자리매김하면 정부도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설 것”이라 설명했다.

그렇지만 불법 안마 시장 단속만으로 시각장애인 안마사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을까. 이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시각장애 안마사가 최저임금법 예외 조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류 정책실장은 “시각장애인은 신체장애가 있지만, 안마시술이라는 근로 능력만큼은 뒤떨어지지 않는다”면서 “‘신체장애로 근로 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라는 최저임금법 제7조 1항의 전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고용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헬스키퍼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는 기업이 안마 등의 국가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시각장애인을 채용해 사내 복지 차원에서 안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류 정책실장은 “헬스키퍼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용 형태를 전일제로 바꿔나가는 정책적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헬스키퍼 제도의 양적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희대 사회복지학과 심영미 교수는 논문 「우리나라 안마사 자격제도 분쟁의 주요쟁점과 향후 과제」에서 ‘헬스키퍼 제도에 기업이 참여하면, 기업의 사회 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지원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 지원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안마업을 포함할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 활동 지원 등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는 사회보험제도다. 류 정책실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에 시각장애인 안마를 포함하면 안마원의 안정적 소득 창출과 노령 인구의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며 “당장에 마련된 안마업 지원책을 살필 때, 가장 실질적이며 효율적인 방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공인 의료체계에 포섭하는 방안이 본질적인 해결책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시각장애인들은 안마사가 되기 위해 2천여 시간의 의학 교육을 이수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의료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최씨는 “의료법은 안마를 의료행위로 간주하지만, 정작 안마사는 의료인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가는 안마를 엄연한 의료행위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정책실장은 “안마가 국민 보건 향상에 기여한다는 교육 내용에 안마사들은 긍지를 가진다”면서 “막상 의료인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의 괴리를 메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 시각장애인도 생존권을 넘어 ‘직업 선택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몸의 어려움이 삶의 어려움으로 직결되지 않는 세상을 그렸다. 류 정책실장은 “시각장애인 개개인도 꿈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복지 정책이 다양해져야 한다”며 “다채로운 직업 활동을 통해 미래를 향한 희망을 그려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 역시 “스스로가 주체가 돼 삶을 어둡지 않게 꾸려나갈 수 있는 일자리와 복지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상상한다. 모든 안마사의 독점권이 비난받지 않도록. 모든 안마사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누군가의 자유가 누군가의 삶을 박탈하지 않도록. 무리는 아닐 테다. 차별과 낙인을 거두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상상한다.

 

 

글 박경민 기자
lightmiin@yonsei.ac.kr
이현성 기자
leehs9800@yonsei.ac.kr

그림 민예원

 

* 추가 비용: 무상의, 혹은 비용의 일부 부담을 요하는 각종의 서비스를 받고도 완전히 충족되지 않은 장애인의 욕구를 충족하고자 장애인이 지출하는 비용을 의미한다.
** 장애인의무고용제: 일정 수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주에게 전체 근로자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강제하는 제도다. 장애인의무고용제를 이행하지 않는 사업주는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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