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이미지만 추구하는 여가부, 더는 필요없다

나영민(보건행정·18)
나영민(보건행정·18)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하나의 유령이 한국을 배회하고 있다. 국민의 힘 당 대표와 윤석열 당선인의 7글자에 담긴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곳곳에서 찬반양론이 부딪히는 양상이다. 그러나 여성가족부 폐지는 비단 대선 때문에 화두가 된 것은 아니다.

여성가족부는 이명박 정부 당시 부서 개편으로 여성가족부 업무의 다수를 차지하는 가족정책이 사라져 할 일 없는 부서라는 낙인이 생겼다. 현재도 여성가족부가 담당하는 중요업무 14개 중 8개가 청소년·가족 정책이다. 위상도 차이가 난다. 청소년·가족 정책은 청소년가족정책‘실’임에 반해 여성정책은 여성정책‘국’에서 맡아 여성가족부에서 여성 관련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20대 남성을 의미하는 ‘이대남’을 이용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성평등’을 근거로 한 여성가족부의 존치 주장은 사실상 정치적 수사로만 받아들여진다. 이미 한국 사회에서 여성가족부 폐지는 많은 국민적 지지와 공감을 받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이를 두고 ‘부처가 역사적 소명을 다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발하기 2달 전 지금, 이데올로기보다 이 현상이 갖는 의미를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타 부처와 모호한 업무 경계도 문제다. 이는 행정 처리 과정에서 여성가족부가 단독으로 일을 처리하기 힘들다는 것이 방증이다. 다문화 정책을 두고도 법무부와 다수 충돌한다. 비자 문제나 이주여성 위주의 정책은 이외 이주민들에 대한 사각지대를 만들었다.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위안부 문제에서 외교부의 노력과 달리 앞장서야 할 여성가족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 후 위안부 실태 및 사례를 알리는 등 정부 사업을 줄이거나 줄줄이 중단했다.

1988년 정무장관실에서 2005년 여성가족부로 승격한 이래 여성가족부는 정치적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아니 갈등의 단초를 제공하거나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피해 호소인이라 부르는 등 정치적 수사로 오히려 갈등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소모적인 이념 대립과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다. 정답은 없다고 할지라도 건설적인 논의로 이끌어야 할 주체인 여성가족부는 시민단체나 여성단체의 피나는 노력으로 얻은 성과들에 탑승하기 바빴다. 우리는 17여년의 과정을 지켜보며 여성가족부가 정치판에서 얼마나 취약한지 직접 목격했다. 지금까지 여성가족부의 역사는 이념의 역사다.

정부 기조에 따라, 장관에 따라, 국회 정당 사정에 따라 영향을 받는 정부 조직은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어렵다. 다행히 각 정당 여성 관련 공약에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미루어 보아 그 결은 다르지만 여성정책에 대한 정치권 내 공감대는 높아지고 있다. 이제 정치권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충돌했던 업무를 관련 부처로 이관하고 이를 결정할 컨트롤 타워를 둬야 마땅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조치는 행정적 소모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특정 부처로 인한 정치적 갈등을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기까지 2달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여성가족부의 존재가 ‘성평등’의 상징에서 그친다면 그 존재는 이미지에 불과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정치적 논쟁 속에서 주역이 될 정부조직이 아니라 현장에서 필요한 정책들, 그리고 여성 인권을 위해 노력을 다하는 시민단체들을 향한 충분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더불어 그 존재로 인해 타 소수자 계층이 받을 피해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여성가족부의 폐지로 얻을 성과는 여성정책의 강화이며 이에 대한 희생은 그동안 공허했던 정치적 수사뿐이다. 따라서 여성가족부의 폐지는 마땅히 받아들여져야할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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