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우 보도부장(보건행정·18)
안태우 보도부장(보건행정·18)

 

'학생사회가 위기다’ 케케묵었지만 이 명제는 언제나 참이다. 계속되는 선거 무산, 현저히 줄어든 학생회비 납부 그리고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 그 중 비대위는 학생사회 무관심의 표상으로 여겨지곤 했다.

대학에 입학한 지 6년 동안 내가 겪은 미래캠 학생사회는 모두 비대위로 운영됐다. 비대위로 운영되는 가운데도 학교가 처한 모종의 위기로 크고 작은 토론회나 지하서클, 자치기구는 활발하게 생기고 사라졌다. 학생사회에 관심 있는 이들은 총학생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누구도 총학생회가 왜 필요한지 말해주지 않았다. 선거철마다 비대위보다 총학생회가 필요하다는 슬로건만 양산됐을 뿐이다. 비대위 체제가 연장될 때마다 학생들의 무관심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학생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 ‘학생사회 위기’라는 방정식은 ‘학생의 관심’만이 비대위를 끝낼 수 있다는 구호가 됐다.

작년 보궐선거에 출마한 선본은 소통 공약만 5개를 내걸었다. 학생의 무관심으로 수요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무엇을 보여주겠다는 메시지가 부재한 공약은 즉각 부실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럼에도 총학생회가 필요하다고 여긴 학생들은 현장 질문을 하기 위해 공청회에 참석했다. 하지만 공청회는 현장 질문은 받지 않고 미리 받은 몇 가지 사전 질문을 중선관위장이 읽고 선본 정·부후보가 답하는 형식으로 폐회됐다. 공청회가 끝난 후엔 중선관위와 선본이 서로 공청회 질문을 주고받은 것이 아니냐는 유착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학내에서는 기권이나 반대표 던지자는 여론이 일었고, 놀란 선본은 선거운동기간이 지난 후에도 세칙을 어겨가며 ‘비대위 체제는 학생사회의 위기고 총학생회가 필요하니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당시 중선관위장도 내게 “총학생회가 있으면 좋잖아요”라고만 했다. 결국 투표율 미달로 선거는 무산됐다. 여기서도 왜 필요한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연장된 비대위 체제에 몇몇 대표자 사이에서 무관심이 문제라는 한탄이 흘러나왔다.

그동안 총학생회는 자기 존재의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무관심은 비대위’라는 공식이 학생사회 스스로 의제를 제한해 버렸다. 그동안 비대위로 운영될 때마다 학생대표자들은 학생사회의 무관심을 ‘학생’ 탓이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러한 태도는 어느 선본이든 지지를 받기 어렵다. 책임 돌리기는 아이러니하게도 학생회의 필요성을 흐리게 만들 뿐이다.

모든 것이 ‘무관심 탓’이라는 괴이한 결론은 학생회의 존재를 지워갈 뿐이다. 사실 총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이유는 시대적 원인보다 학생회 사업이 학생의 삶과 괴리가 큰 탓일 것이다. 그간 총학이나 단과대 선본의 공약들은 행사나 소통에만 치중했다. 이러한 공약은 뽑혀야 할 명분을 본인이 저버리는 셈이다. 총학이 지방대 위기를 비롯해 미래캠 내 문제를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인권 문제나 학교발전계획 그리고 대학혁신지원사업, 4주기 대학평가 등 학생사회에서 논의되지 못한 중요한 의제도 산적해 있다. 사회가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의제 발굴도 필요하다. 그때서야 축제나 간식행사 말고도 총학생회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드러낼 것이다.    

‘학생사회 위기’의 실상은 무관심이 아니라 타성에 젖은 학생사회를 의미한다. 33대 총학 보궐선거가 시작됐다. 선거는 총학 존재의 필요성을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는 기회다. 지난 2021년 보궐선거 무산도 무관심이 아닌 부실한 공약과 선본의 독단적 태도로 인한 의도적인 투표율 미달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달라. 이제 새로 자리를 잡을 총학은 스스로 왜 필요한지 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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