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대선을 비호감 선거라 평했다. 대선 후보의 정책 평가보다는 상호비방과 편 가르기가 기승을 부려 국민 분열을 가져왔다. 이에는 정치적 중립을 과도하게 의식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아래 ‘선관위)의 현행 공직선거법에 대한 소극적 해석도 한몫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90조 1항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해 화환 등 동 조항이 명시한 시설물의 게시를 금지하면서, 그러한 시설물 등에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를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하는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정해 이들의 게시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동법 제58조의2 4호는 현수막 등 시설물, 인쇄물 등에 정당의 명칭을 게시하거나 후보자가 유추되는 투표 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는 허용하지 않는다.

선관위는 그럼에도 이번 선거 기간 중 현수막 내용 중에 유추를 통해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임을 알 수 있는 표현의 사용을 허용했다. 이는 특정 정당을 나타내거나 후보자를 유추할 수 있는 현수막 등의 설치를 금지하고 있는 위 조항들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선관위는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를 유추할 수 있는 문구가 포함된 현수막이라 할지라도 ‘과도한’ 비방을 하거나 후보를 ‘특정’하지 않으면 정치적 자유를 위해 그 게시를 허용했다고 했다. 특정 후보를 유추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현수막이더라도 유추 가능성의 기준이 애매해 따로 규제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선관위는 구체적 문구 사용에 있어서도 일관된 원칙 적용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가령 ‘내로남불’이나 무능, 위선 등은 지난 보궐선거에서 특정 정당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그 사용을 금지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허용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선관위의 소극적인 공직선거법 해석 적용은 표면상으로 국민의 정치적 자유나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의 정치적 의사와 결정을 명확히 수렴해야 하는 선거 절차를 혼탁하게 한 것으로, 국민의 정당한 의사결정을 방해해 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을 명확하고 엄격하게해석하고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선관위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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