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중음악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중음악 시장의 규모는 갈수록 증가한다. 빛나는 호황 뒤 그림자 속, 소외된 이들이 있다. ‘독립 아티스트’의 명찰을 단 이들은 어떠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가.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단편선(가명) 이사장은 “우리나라 대중음악산업은 항상 성장하고 있어요. 해마다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죠. 분명한 호황입니다”라고 말했다. 호황은 누구의 몫이며 이득인가. 오랫동안 업계에 몸담은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윤동환 부회장이 말했다. “10년 전? 생각해보면 지옥이었죠. 스트리밍 시스템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인디 업계에서는 곧 업계가 망할 것이라 했어요.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 그때가 천국이었어요. 앞으로 10년 뒤? 똑같아요. 남은 날 중 당장 오늘이 가장 천국일 겁니다. 10년 뒤에는 더 열악할 것 같아요. 그래도 모두가 똑같이 음악을 만들고 있을 겁니다.”

 

직업인데 직업이 아닙니다

 

음악인의 꿈은 빛나는 포부에서부터 출발했다. 취업을 준비하며 가수 활동을 병행 중인 고정진(27)씨는 “하고 싶은 말을 멜로디의 힘을 빌려 해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학교를 쉬며 음악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대학생 A씨는 “음악은 마음의 안식처 혹은 인생의 동반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어둡다. 언제까지 도전의 시간이 주어질지 모른다. 고씨는 “5년만 더 음악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속과 자본이 없는 음악 활동은 외롭다. 그보다 이들을 외롭게 하는 건 음악을 ‘업’으로 인정받을 수 없는 환경이다. 윤 부회장은 “시대가 변하면서 아티스트, 소비자, 대중의 경계가 해체돼 음악의 직업성이 모호해졌다”고 말했다. 김효경 초빙교수(GLC·음악학)는 “우리 사회는 음악 활동을 직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가 성립돼야 노동이자 직업이라 여기며 음악은 ‘취미생활’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음악인들은 음악을 직업적 정체성으로 여기나, 이를 사회가 인정하지 않으면서 간극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어차피 음악이 ‘업’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모든 예술이 돈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티스트 대부분은 음악과 부업을 병행하는 상황이다. 아티스트로 활동했던 단편선 이사장은 “지난 2015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음반을 수상했을 당시 다른 아티스트의 작업실을 치우고 세팅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다”며 “급전을 챙기기에 용이한 육체노동을 선호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온전히 음악 활동에 집중할 수 없다. 가수 ‘후추스’로 활동하는 김정웅(35)씨는 “직장생활을 병행하다 보니 음원 수입이 전업으로 활동할 때보다 줄었다”고 말했다. 고씨는 “그래도 언젠가 주목받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음악 활동을 지속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소자본으로 음악을 만드는 이들이 자신들의 음악을 알릴 ‘기회의 창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독립 아티스트들은 공연을 통해 이름을 알리고 수입을 창출한다. 하지만 지난 2010년대 초 이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공연장이 몰려있던 홍대 앞 거리가 쇠퇴하자 설 곳이 좁아졌다. 윤 부회장이 말했다. “아티스트들이 처음에는 평일에 공연하다가, 이 ‘바닥’에 좀 더 자리를 잡게 되면 토요일 저녁 인기 시간대에 공연하게 된다. 그렇게 공연을 하다 페스티벌에 나가고. 그 이후 방송에 나가게 되고. 그런데 이제 이렇게 대중들에게 음악을 알릴 ‘단계’와 ‘길’ 자체가 없어졌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의 흉터도 깊다. 지난 2021년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코로나19로 인한 대중음악(공연관련)업계 피해 영향 사례조사 연구」에 따르면 라이브 공연장의 2020년 연 매출은 2019년 대비 18% 수준에 그쳤다. 매출의 감소는 줄폐업으로 이어졌다. 2020년 11월에는 홍대를 대표해온 ‘브이홀’이, 2021년 1월 ‘에반스라운지’가 폐업했다. 김씨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많은 동료 음악인들이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고씨는 “공연장이 하나 폐쇄될 때마다 독립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설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남은 창구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고씨는 “이름을 알릴 창구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미디어에 노출되고 싶어 하는 아티스트들이 매우 많아지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은 더 소수에게만 허락된 입신양명의 통로다. 윤 부회장은 “더 올라가거나 생명 연장을 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음악 인생을 빨리 끝낼 수도 있다”며 “대중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오는 가수의 곡을 좋아하는 게 아닌, 커버곡을 부르는 가수의 모습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 성공한 가수를 떠올려보면 손에 꼽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화가 아닌 산업
예술이 아닌 상품

 

대중음악산업은 철저한 시장 논리에 따라 작동한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대중음악산업은 대중의 주도가 아닌 자본의 주도하에 형성됐다”며 “천재적인 아티스트, 혹은 거대한 자본이 나타나서 이끄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단편선 이사장은 이를 ‘초법적 시스템’이라며 “자본에 의해 만들어진 산업이니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 논리 자체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중음악 씬(scene)은 원래 상위 1%가 매출의 90%를 가져가고 상위 10%가 매출의 99.4%를 가져가는 곳”이라고 말했다.

대중음악산업이 ‘문화’가 아닌 ‘산업’의 관점에서 다뤄질 때, 음악은 예술이 아닌 상품의 색채를 띠게 된다. 김 교수는 “생필품을 대상으로 한 ‘사재기’ 같은 경제 현상이 음악 산업에서 그대로 일어나는 상황”이라며 “음악과 문화가 갖는 특성이 점차 사라진다”고 말했다. 음악 산업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은 묵인된다. 김정섭 대중문화평론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자체가 불평등할 수밖에 없다”며 “스타와 비(非)스타가 나뉘는 상업적인 산업”이라고 덧붙였다.

공연으로 수입을 거둘 활로가 좁은 상황 속에서 독립 아티스트들은 음원 수익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윤 부회장은 “수익 정산 과정에서 실제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극히 적다”고 말했다. 지난 2021년 한국저작권협회에서 발간한 「음악저작물 사용료」에 등재된 스트리밍 시스템의 음원 유통 수익 구조를 살펴볼 때, 서비스사업자는 전체 수익의 35%를 가져간다. 스트리밍 1회당 가격이 7.7원일 경우 여타 수수료를 제하면 저작권자와 실연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1.02원에 불과하다.

같은 음악임에도 부의 분배는 불평등하다. 플랫폼은 대부분 비례배분제로 음원 수익을 배분한다. 비례배분제는 한 달간 모든 이용자의 재생 횟수 총합에서 점유율에 따라 작사, 작곡 등 해당 음악의 권리자들에게 수익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예컨대 한 플랫폼의 한 달 전체 스트리밍 횟수가 1만 회일 때 가수 B의 음악이 3천 번 재생된다면, 플랫폼 이용자 C가 가수 B의 음악을 듣지 않고 가수 D의 음악을 재생했더라도 B는 C의 이용료 30%를 가져간다. 윤 부회장은 “차트 순위에 비례해 수익이 결정되는 구조”라며 “어떤 아티스트는 음악이 재생됐어도 그에 따른 합당한 이익을 얻지 못하는 형태며 음원 사재기 등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 역시 “실제 연주하거나 저작권이 있는 사람에게 돈이 적게 분배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불평등 해소를 위한 대안이 속속 나오나, 실질적인 변화는 아직 요원하다. 지난 2020년 네이버 VIBE는 ‘VPS(VIBE Payment System)’(아래 이용자별 정산 방식)을 도입하며 이용자가 실제 들은 음악의 저작권자에게 수익을 배분하는 정산 시스템을 내놓았다. 비례배분제와 달리 C가 실제 들은 음악의 저작권자에게 수익이 배분되는 구조다. 하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21 음악 이용자 실태조사」(아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네이버 VIBE의 시장 점유율은 5.6%에 그쳤다. 윤 부회장은 “현재 이용자별 정산 방식의 확대를 위해 업계와 정부가 끊임없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는 실효성이 부족하지만 앞으로 음악 시장 전반으로 확대돼야 할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유튜브의 시장 점유율 상승 역시 불평등을 심화한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튜브와 유튜브 뮤직의 시장 점유율은 도합 35.5%에 달한다. 개인 취향과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추천해주는 플레이리스트 방식마저도 시장 논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고씨는 “유명 플레이리스트들이 기업화됐다는 사실을 종종 들었다”고 말했다. 약 5만 명의 구독자를 지닌 플레이리스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E씨는 돈을 받고 음원을 리스트에 싣는 구조를 설명했다. “소속사나 레이블에서 직접 메일로 연락이 와 두 곡 정도 실어주는데 3~40만 원 정도를 받았다. 마케팅 비용은 채널의 구독자 수에 따라 다르다. 채널 규모가 클수록 더 많은 돈이 오가는 상황이다.” 

 

산업의 보완, 구조의 변화
그리고 음악의 재정립

 

대중음악산업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일까. 음악 산업의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대중문화평론가는 “상업화된 음악 산업의 구조 자체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여러 지원책과 제도를 마련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음악 산업 구조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윤 부회장은 “정책적 지원은 굉장히 일시적”이라면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음악 산업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화예술의 관점에서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 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에서 발간한 「국내 음악시장에서 두드러진 아이돌 편중 현상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따르면 ‘어느 한 가지 형태의 문화콘텐츠는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며 ‘가장 높은 호감도 저해 요인’으로 ‘장르의 획일화’가 꼽힌 바 있다. 다양성은 공공성과도 이어진다. 단편선 이사장은 “공공성의 관점에서 음악의 다양성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아티스트가 활동을 이어나가 대중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때 대중음악이 ‘문화’로서 가지는 공공성이 높아질 수 있다.

이를 위해 아티스트가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가 필요하다. 고씨는 “아티스트가 대중들에게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창구가 더 확충돼야 한다”며 “공연장을 대관하는 등의 부분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아티스트가 본인의 음악을 올리거나 공연할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져야 한다”며 “획일화된 음악에 질려 색다른 음악을 원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악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지키는 미디어의 역할도 요구된다. 단편선 이사장은 “공공성을 확대하는 관점에서 공영방송이 다양한 음악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티스트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음원 유통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교수는 “저작권협회나 음원 사이트 등에서 거둬가는 수수료가 너무 많다”며 “일종의 ‘중간착취’를 막기 위해 음악인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CJ, 카카오M 등의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음원을 제작하고 이를 방송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이는 제작과 유통 과정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막는 독점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수직계열화 구조를 깨야 한다”며 “유통사 간 경쟁이 이뤄져야 유통 수수료가 낮아지고, 가수나 기획사의 수익이 올라간다”고 지적했다. 

국가의 제도가 음악인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지난 2020년 12월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아래 고용보험)가 추진됐지만, 많은 음악인이 아직도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기 위해선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해 월평균 소득이 50만 원 이상이어야 한다. 또한,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선 9개월 이상의 가입 기간이 필요하다. 단편선 이사장은 “음악의 경우 계약 체결 없이 개인 단위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며 “개인 연습이나 공연을 위한 합주를 노동으로 산정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제도 안에서 음악인의 개인성과 독립성을 품을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음악인을 향한 정책적 지원도 부족하다. 단편선 이사장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각 지역 문화 재단에서 예술 지원이 이뤄지지만, 대중음악 관련 지원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음악인이 지원받기 위한 장벽은 높다. 지난 2012년 11월부터 시행된 「예술인 복지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예술인의 복지를 증진할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위한 예산 지원의 근거를 마련한다. 「예술인 복지법」에 따라 설립된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인들에게 예술 활동을 ‘업’으로 하고 있다는 ‘예술활동증명’을 요구한다. 이는 예술인들이 복지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김 대중문화평론가는 “「예술인 복지법」에 등록할 수 있는 예술인의 범주가 제한적이기에 이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도와 구조의 근본적인 변화에 앞서, 음악인을 직업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단편선 이사장은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선 먼저 음악의 가치와 음악인의 노동자성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음악은 인간 사회에서 수만 년간 우리와 함께한 필수적인 요소”라며 “우리 사회가 노동에 대해 갖는 인식이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음악은 ‘업’이고 싶다. ‘문화’이자 ‘예술’이고 싶다. 현실은 바뀔 수 있을까. 음악의 '다양성'과 '공공성'을 되돌아보려는 움직임이 움트고 있다. 음악인을 직업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정립될 때, 비로소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글 박경민 기자
lightmiin@yonsei.ac.kr
여근호 기자
khyeo1123@yonsei.ac.kr

<자료사진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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