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가 타자화되고 소외돼 온 과정을 직시하려면 이곳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봐야 한다. 울릉도의 내재적 가치를 논의하는 장이 절실하다.

동경 130도, 북위 37도에 위치한 오각형의 화산섬.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울릉도에는 육지에서 볼 수 없는 천혜의 비경이 가득하다. 저동마을에서 출발해 울릉도 둘레길을 따라 펼쳐지는 촛대바위, 삼선암, 거북바위 등을 바라보면 섬 전체가 마치 하나의 지질공원을 연상케 한다. 해발 400m 너머에는 백색 설경을 자랑하는 나리분지가 장엄하게 펼쳐져 있다.

울릉도 가는 길은 그럼에도 순탄치 않은 여정이다. 울릉도와 육지 사이의 지리적 거리는 물리적 시간과 정확히 비례한다. 울릉도는 한반도 부속 도서 중 육지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섬이다.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7시간 남짓. 동해 복판에 위치한 고립도서 형태의 울릉도는 날씨가 조금만 궂어도 배가 뜨지 않는다. 잦은 결항은 육지-울릉도 간 물리적 거리를 심화하는 요인이다.

울릉도는 지속적인 인구 감소를 겪고 있다. 젊은 세대를 찾아보기 힘든 초고령 사회다. 교통, 의료, 교육, 문화 시설은 여전히 부족하다. 육지와 울릉도 사이의 심리적 거리가 물리적 거리보다 더 멀게만 느껴지는 건 그래서다. 우리는 울릉도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더 많은 질문과 함께 기자들이 울릉도를 찾았다. 울릉도는 우리에게 어떤 섬으로 남아 있나. 울릉도에는 누가, 어떻게, 왜 살고 있는가. 우리는 울릉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이번 기획은 섬사람을 바라보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울릉도의 가치를 복원하기 위함이다. ‘관광 자원’이 울릉도의 전부는 아니며, 울릉도 주민들의 삶을 ‘팍팍한 살림살이’로 한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기자들은 울릉도를 중심에 놓고 거꾸로 육지를 바라보기로 마음먹었다. 그제야 섬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강원도와 경상도에서 출발하는 울릉도행 배를 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가두봉. 오는 2025년 이곳에 울릉공항이 완공될 예정이다.
▶▶강원도와 경상도에서 출발하는 울릉도행 배를 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가두봉. 오는 2025년 이곳에 울릉공항이 완공될 예정이다.

 

울릉도도 대한민국입니까?

 

“독도가 이슈화되고 나서야 울릉도 날씨 알려줬지, 그전까진 일기예보도 안 나왔어요.” 울릉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줄곧 살아 온 정순철(61)씨는 우리나라 기상청 기상정보 대신 체코 기상 앱 ‘윈디’(Windy)를 사용한다. 기상청의 날씨 예측이 실제 기상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울릉도 사람들은 지금도 미국이나 일본 기상청을 봐요. 우리나라 일기예보는 정확도가 30~40% 수준이거든.”

취재 당일 울릉도 기상 예측은 들어맞지 않았다. 전날까지 ‘강수확률 0%’ ‘맑음’으로 전망된 날씨가 취재 당일 ‘강수확률 30%’ ‘흐림’으로 나타났다. 울릉도 바다는 정오까지 강한 파도와 짙은 안개에 싸여 있었다. 서울을 오가며 울릉도에서 6년째 택시 기사로 일하는 김재홍(65)씨는 “서울에서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울릉도에 막상 와 보면, 실제 날씨와 하나도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태풍 ‘매미’ 때 울릉도와 독도 경비 임무를 맡은 경비대원 3명이 울릉도 해안가 근무 도중 순직하는 일이 발생했다. 2020년 9월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마이삭’은 동해를 관통하며 울릉도 주민들에게 사상 최대의 피해를 안겼다. 울릉군청에 따르면 사동항 방파제 200m가 전도되고, 350t 규모의 독도 여객선 돌핀호가 침수되는 등 섬 전역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울릉도에서 공무원으로 재직 중인 진주찬(28)씨는 “당시 반파된 행남해안산책로에 대한 피해 복구가 지금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울릉도 사람들은 기상 보도에서 자연스러운 소외감을 느낀다. ‘태풍이 동해로 빠져나가 다행이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 그때부터 울릉도는 태풍 영향권에 접어든다. “울릉도도 대한민국입니까?” 당시 울릉도 주민들은 되물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김윤배 기지대장은 “주민들의 반응은 그동안 태풍이 한반도를 통과할 때마다 울릉도를 유령 섬 취급한 언론 보도에 대한 절규에 가깝다”며 “이는 총체적인 낙후 지역에 사는 울릉도 주민들의 뿌리 깊은 소외감을 대변한다”고 지적했다.

울릉도 사람들은 육지의 관점에서 가려지고 타자화된다. 세간의 관심이 독도에 집중된 탓에 울릉도는 마치 독도의 부속 도서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김 대장은 “독도가 울릉도의 부속섬이라는 건 분명한 사실인데도, 독도에만 관심을 두는 정부와 국민들로 인해 울릉도 주민들은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며 “울릉도는 독도로 향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거쳐 가는 장소 정도로 여겨지고, 정부 역시 독도 수호 정책에 초점을 맞춰 울릉도를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저동항 근처에서 특산물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형수(72)씨는 “독도를 앞세우다가 울릉도 사람들의 삶을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울릉도의 고유한 자연 생태적 가치를 담아야 할 관광업마저 이곳의 특색을 섬세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울릉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지질공원이자 동해안 최초의 해양보호구역이다. 40여 종의 특산 식물이 이곳에서만 자생한다. 울릉도가 동해 해양 생태계의 오아시스라 불리는 이유다. 동북아역사재단 홍성근 연구위원은 “관광 자원을 있는 대로만 활용하는 게 아니라 울릉도 자연이 가진 다양성의 가치를 최대화하는 방식으로 생태 관광이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울릉도의 관광 형태만 봐선 이곳의 특징이 얼마나 풍부하게 활용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일반적인 도시 관광이나 다른 섬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하면서 자연 친화적인 형태를 살릴 수 있는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상북도 울릉군 북면에 있는 나리분지. 겨울이 되면 순백의 광활한 설경이 펼쳐진다.
▶▶경상북도 울릉군 북면에 있는 나리분지. 겨울이 되면 순백의 광활한 설경이 펼쳐진다.

 

울릉도는 우리에게 어떤 섬으로 기억되고 있을까. 『삼국사기』에는 신라 512년(지증왕 13년) 이사부 장군이 우산국을 정벌했다는 기록이 있다. 우산국은 울릉도의 옛 지명이다.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면 ‘해상 왕국’ 우산국은 ‘정복의 대상’ ‘정벌의 대상’으로 서술된다. 홍 연구위원은 “1882년 울릉도 재개척 이후 140년 동안 사람들이 그곳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겪은 시행착오가 현재 울릉도 문화의 근간을 이뤘다”면서도 “나름의 중장기적인 역사가 존재하는데 울릉도는 여전히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는 대상이자 객체로 여겨지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육지에서 바라보는’ 울릉도, ‘육지 사람들이 다녀가는’ 울릉도의 이미지는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한다. 울릉도를 중심에 놓고 그곳의 모습을 바라보는 데 필요한 관점을 전경수 인류학자가 책 『울릉도 오딧세이』에서 제공한다. ‘문화 주권’이라는 렌즈로 울릉도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문화 주권은 영토를 중심으로 하는 육지의 논리 대신 그곳 사람들의 터전과 일상을 아우르는 생태적 상상력을 동반한다. 문화 주권 논의는 이제 막 태동하고 있다.

“주권이란 단어 앞에 ‘문화’라는 형용사를 두었다. (…) 각자 표현방식이 달라도 배척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모두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공생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전경수, 『울릉도 오딧세이』)

울릉도 사람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추는 건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섬이라는 이유로 타자화돼 온 울릉도를 직시하는 출발점이다. 울릉군청 공보팀 송지훈 주무관은 “울릉도 살림살이를 둘러싼 담론은 울릉도의 어려움과 닿아 있는 개인, 집단, 구조, 환경에 대한 체계적인 논의를 형성하는 과정”이라며 “이는 울릉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논의로 나아가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립된 울릉도, 소외된 울릉도민

 

열악한 정주 여건은 울릉도 주민들의 일상을 옥죄는 문제다. 울릉도독도박물관 김경도 학예팀장은 “울릉도는 교통, 의료, 교육이라는 세 가지 난제를 계속해서 겪어 왔다”며 “주민들은 이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100여 년 동안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설명했다. 김 대장은 “울릉도 주민들이 겪는 소외감은 일상의 다양한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이는 한국의 모든 도서 지역에 해당하는 문제이지만 울릉도는 특수한 지리적 여건상 이러한 문제들이 더욱 부각되는 공간”이라 부연했다.

울릉도는 동해안 한복판에 위치한 고립 도서다. 군도 형태인 서남해안 도서 지역에 비해 육지와의 해상 교통이 더욱 원활하지 않다. 교통 불편은 울릉도 주민들의 애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운행 중인 울릉도행 정기선은 총 9척으로 포항‧후포‧묵호‧강릉항에서 울릉도의 사동‧도동‧저동항 사이를 오간다. 여기에 육지와의 지리적 거리로 인한 고립이 더해지며 울릉도 주민들이 느끼는 소외감은 심화된다. 김형수씨는 “쾌속선이 1년에 100회에서 많게는 130회까지 결항되는 탓에 작년엔 울릉도를 오가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조업용 어선들이 저동항에 묶여 있다. 배에는 수많은 집어등이 설치돼 있다.
▶▶조업용 어선들이 저동항에 묶여 있다. 배에는 수많은 집어등이 설치돼 있다.

 

육상 교통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울릉군 관광문화에서 제공하는 여행도우미 정보에 따르면 울릉도에는 지난 2020년 기준 총 7대 버스와 47대의 택시가 운행 중이다. 버스는 노선별 일 평균 운행 횟수가 9회에 그치며, 한 번 놓치게 되면 평균 1시간에서 길게는 1시간 반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지난 2021년 9월 울릉도민의 숙원인 대형 크루즈선이 첫 출항을 알렸다. 최대 파고가 3.1m 미만이어야 취항할 수 있는 소형 여객선과 달리, 크루즈는 5m 파고까지도 운항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울릉공항은 오는 2025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울릉도 교통 인프라를 둘러싼 안팎의 우려는 적지 않다. 홍 연구위원은 “사실상 임대 형태로 크루즈를 운행하고 있는데, 100여 년의 울릉도 역사에도 아직 교통 문제가 온전히 해결되지 못했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남대 독도연구소 송휘영 연구교수는 “울릉공항이 도민들의 숙원 사업이긴 하나, 50명이 채 되지 않는 경비행기 탑승 인원을 고려하면 사업가나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주로 공항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 짚었다.

진씨는 울릉도에 온 지 8개월째다. 그는 “울릉도의 불편한 교통으로 인한 고립감과 소외감을 반복적으로 느낀다”며 “젊은 층이 울릉도 정주를 꺼리는 이유로는 아무래도 교통을 비롯한 생활 인프라 부족이 가장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울릉도에 사는 고령층은 의료 여건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한다. 울릉도의 의료 공백은 교통 문제와 맞물려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홍 연구위원은 “교통을 둘러싼 사회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울릉도에서는 특히 의료 서비스를 도민들에게 제대로 제공하기 힘들다”며 “뇌졸중, 뇌출혈과 같이 골든타임이 시급한 응급 상황이 생기더라도 기상이 좋지 않으면 환자를 제때 이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울릉보건의료원은 울릉도의 유일한 종합의료기관이다. 저동항에서 조업을 준비하던 선장 손천익(65)씨는 “나이 든 울릉도민에게 가장 큰 걱정은 아플 때 치료받으러 병원 가는 일”이라며 “도동에 울릉의료원이 하나 있는데 주로 경험이 많지 않은 공중보건의 1년 차가 발령받다 보니 오진이 아니냐는 의문이 자주 제기된다”고 토로했다. 울릉도 소재 공공기관에 발령받아 이곳에 온 지 두 달이 된 50대 중반 이영우씨는 “울릉도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 과정이 앞으로도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울릉도라는 섬 지역 특성상 전문의 공백을 완전히 해소하긴 어려울 것”이라 짚었다.

울릉도의 저조한 교육 환경은 젊은 세대의 인구 유출로 이어지고 있다. 울릉도에 있는 중‧고등학교는 사동의 울릉중학교, 도동의 울릉고등학교가 전부다. 대학은 전무하다. 중‧고등학교 진학 시 자녀를 포항이나 대구로 유학을 보내는 부모가 많은 건 그래서다. 손씨는 “자녀가 중학교를 마치자마자 포항으로 유학을 보냈다”며 “교육 여건이 열악하다 보니 자녀에게 울릉도에 다시 들어오라는 말을 쉽게 꺼낼 수 없다”고 토로했다. 김형수씨는 “자식들은 전부 공부해서 육지로 나가고 직장도 그곳에서 얻으니까 울릉도에는 대부분 예순이 넘는 사람들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울릉도는 고령 인구 비중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다. 울릉군에서 발표한 '2021 울릉군 일자리 대책 세부 계획'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2월 말 기준 울릉군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고령 인구는 울릉군 전체 인구의 35%를 차지했다. 이는 전국 평균 19.5%를 크게 웃돈다. 인구 감소, 초고령 사회와 맞물려 돌아가는 울릉도의 지방 소멸은 현실의 절박한 문제다.

 

▶▶테트라포드가 쌓여 있는 도동항 부둣가. 행남해안산책로가 시작되는 곳이다.
▶▶테트라포드가 쌓여 있는 도동항 부둣가. 행남해안산책로가 시작되는 곳이다.

 

울릉도의 미래, 주민들의 관점

 

울릉도 주민들의 삶은 꾸준히 위태롭다. 접근성이 나아지고 있다지만 여전히 취약한 교통, 의료, 교육 문제는 ‘탈(脫)울릉도’ 현상의 원인으로 꼽힌다. 송 주무관은 “육지에서 울릉도의 살림살이나 환경을 접할 기회가 매우 적은 만큼 도서‧벽지 지역의 주변화는 불가피한 문제”라면서도 “지방 소멸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지금 울릉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건 ‘누가 이 지역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지’ 파악하는 데 필요한 시선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울릉도의 현재를 들여다보면 육지와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송 주무관은 “울릉도의 최대 자원인 관광업을 중심으로 농‧어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와 정주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장은 “1만 명 미만의 소규모 인구, 지리적 거리, 육지와의 교통 불편, 상대적으로 소수인 지역 출신 인사, 외부 관심의 지속적 부재 등을 이유로 울릉도 주민들이 느끼는 소외감이 크다”며 “육지 중심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울릉도 주민들의 이야기를 외부에 전달할 통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육지와 울릉도 사이의 연결성을 회복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홍 연구위원은 말했다. 그는 “울릉도가 주변화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그치지 않고 교통 문제를 비롯해 육지와의 연결을 얼마나 강화할 수 있을지, 울릉도의 고유한 가치들을 정책적인 측면에서 얼마나 연계해 살려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울릉도 내 기반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엔 인구 유입에 더해 인구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이 있다. 울릉도 인구는 ‘지속 가능한 인구’가 아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1 국내인구이동통계’에 따르면 경상북도 울릉군의 인구 순유출률은 –5.6%로,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매년 8명 중 1명꼴로 울릉도를 떠난다. 송 교수는 “울릉도의 인구 이동도 결국 경제 논리에 따라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울릉도에는 정착해 상주하는 이들보단 관광객이 유입되는 시기에 맞춰 한시적으로 섬을 오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6년 이후 15년간 울릉도를 현지조사한 전 인류학자는 울릉도 주민들의 생업을 돌아가게 하는 관광업이라는 동력을 조금 다른 시선에서 바라본다. 자본에 기대는 방식 때문에 주민들의 삶이 외려 불안정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업에서 농업으로, 다시 관광업으로 휘둘리고 있는 주민들의 살림살이는 정착 기반을 상실한 듯하다. (…) 주민들 스스로의 삶의 방식이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난 100년 동안 외부의 힘에 의해서 좌지우지되어 온 것이다.” (전경수, 『울릉도 오딧세이』)

인도 현지 언론 「더힌두(The Hindu)」는 지난 2017년 울릉도를 답사한 뒤 ‘세계화된 섬, 울릉도에 보내는 편지’(Letter from a globalised island of Ulleung-do)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기사는 “건축이나 풍경을 고려하지 않고 해안을 따라 호텔이 성급하게 지어지는 등 투기와 과잉 건설이 울릉도의 어업과 관광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해양 생태학자 아론 로보(Aaron Lobo)는 같은 기사에서 “지역 생태학과 그곳 주민들 사이의 연결성을 무시하는 개발 계획은 막대한 환경적‧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울릉도의 삶과 문화를 들여다볼수록 본질적인 질문이 남는다. 문화 주권은 울릉도 내부자의 시선을 견지하면서도,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전 인류학자는 울릉도 주민들의 삶이 자본과 외부의 힘에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운다. 이는 육지와 바다를 포함하는 생태계 기반 위에서 사람들이 자생적으로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누구나 살고 싶고, 지속 가능한 섬을 만들기 위한 논의의 한 축인 문화 주권 논리는 당장 이상적인 상상에 불과할 수 있으나, 울릉도가 당면한 새로운 과제이기도 하다.

 

▶▶경상북도 울릉군 북면 천부리 해변에 있는 삼선암. 울릉도 3대 절경 중 제1경으로 꼽힌다.
▶▶경상북도 울릉군 북면 천부리 해변에 있는 삼선암. 울릉도 3대 절경 중 제1경으로 꼽힌다.

 

현재 너머 울릉도의 미래를 다양하게 들여다보는 작업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김 대장은 말했다. “울릉도는 고대 해상 왕국이라는 역사적 특수성, 극지를 연상케 하는 척박한 지리적 조건, 그곳에서 적응하며 울릉도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개척민들의 노력, 인간의 간섭이 최소화된 채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생태인류학적 가치를 모두 품고 있는 섬입니다. 울릉도를 찾는 사람들과 이러한 섬의 가치를 어떻게 공유할지가 앞으로의 숙제라 생각합니다.”

울릉도의 미래상을 새롭고 다양한 관점에서 그려보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홍 연구위원은 말했다. 그는 “당장 하루하루 일상을 살아가는 울릉도 주민들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울릉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다 넓은 정치적 차원에서 다뤄봄 직하다”며 “울릉도의 삶과 문화, 지정학적 위치에 초점을 맞춘다면 울릉도와 독도를 하나의 역사적 단위로 분명히 하는 동시에 우리 영토의 지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울릉도를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려는 시도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김 대장은 “울릉도는 초고령화뿐 아니라 급격한 아열대화에 따른 생태계 변화를 함께 겪고 있다”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울릉도를 등재하기 위한 노력은 그곳만의 특색을 살려 나가기 위한 고민의 일환”이라 설명했다. ‘울릉·독도 지원 특별법’은 공론화된 지 15년째에 접어들었다. 아직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지만, 이는 울릉도의 지리적 특수성 위에서 주민들의 생활 기반을 강화하고 일본의 영유권 공세에 대응하는 법적 의지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홍 연구위원은 “울릉도 주민들의 사회적 의식 제고에 더해 울릉도와 육지,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폭넓게 연결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릉도는 인구 감소라는 사회적 위기를 극복하고 생태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우리 사회에 남겼다. 주민들의 관점, 섬의 내재적 가치를 존중하는 울릉도는 어떤 곳이어야 할까. 김 대장은 말했다. “울릉도만의 특색을 고민하면서, 이를 삶의 터전으로 딛고 살아갈 미래 세대에게 울릉도 바다와 땅의 가치를 전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가고 싶은 섬, 살고 싶은 섬, 지속 가능한 섬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고민하는 가운데, 잠깐이나마 울릉도의 미래가 엿보였다.

 

복건우 기자
geonu_20@yonsei.ac.kr

이현성 기자
leehs980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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