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에 대한 청년의 인식 변화와 발전 방향을 짚어보다

지난 2015년, 서울대에서 최초로 커밍아웃을 한 퀴어 총학생회장이 탄생했다. 서울대 전 총학생회장 김보미(30)씨는 출마 당시 커밍아웃의 이유로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 모두의 삶의 방향이 그 자체로 아름답다고 인정되는 사회를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처럼 청년층을 중심으로 퀴어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퀴어 청년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당당하게 공개하기까지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청년이 만들어가는 퀴어 친화적 세상

 

‘퀴어(queer)’는 성 정체성의 측면에서 소수자의 입장을 갖는 사람들을 포괄하는 용어다. ‘이상한’, ‘기묘한’이라는 단어의 의미처럼, 퀴어의 성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은 이전부터 사회 곳곳에서 발견돼왔다. 그러나 최근 청년층을 중심으로 퀴어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21년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의 동성애 인식 조사에 따르면 연령이 낮을수록 동성애에 더욱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응답자의 86%는 동성애가 사랑의 한 형태냐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했다. 반면, 60대 이상 응답자 중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은 26%에 불과했다. 퀴어 유튜버 김철수(34)씨는 “연령이 어린 구독자일수록 퀴어라는 개념을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퀴어 유튜버 수낫수씨 또한 “최근 청년들은 이성애를 전제로 하는 남자친구, 여자친구라는 단어보다는 애인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는 추세”라며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했다고 말했다.

퀴어에 대한 청년 세대의 인식 변화는 대학사회 내 퀴어와 비퀴어 간의 긍정적 상호작용을 끌어내기도 했다. 일례로 지난 2019년에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전국 96개의 대학 학생회, 자치기구와 청년 단체들이 공동행진을 진행했다. 이는 대학사회 차원에서 퀴어 인권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모습이다. 대학 내 퀴어 동아리들은 퀴어 퍼레이드와 인권 운동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적극적인 교류가 가능한 퀴어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있다. 퀴어 청년들은 대학사회 내 퀴어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그들의 존재를 사회에 가시화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나가고 있다. 연세대 퀴어 동아리 컴투게더의 경우 지난 2021년 한국외국어대 소수자인권모임 외행성과 함께 여러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했다. 컴투게더 김윤덕 회장은 “대학사회 내 퀴어 커뮤니티는 퀴어 개인에게도 안정감을 주고, 사회에는 퀴어의 존재를 끊임없이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퀴어 콘텐츠 생산의 증가도 두드러지는 변화다. 이러한 흐름은 청년을 중심으로 유튜브와 같은 공개 플랫폼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커플의 일상 등 친숙한 콘텐츠부터 퀴어가 겪는 차별을 다루는 깊이 있는 콘텐츠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청년들은 이러한 콘텐츠를 편견 없이 받아들인다. 실제로 김모씨(22)는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퀴어 커플 콘텐츠를 즐겨본다”고 전했다. 수낫수씨는 “채널의 주 구독자층은 20대와 30대 여성”이라며 “퀴어 유튜브 채널이 과거와 비교해 많이 개설된 것을 보면 연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다양한 세대가 시청하는 드라마나 영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2021년 방영된 인기 드라마 『알고 있지만』이나 『마인』에는 퀴어 커플이 등장했다. 등장인물들은 이들을 차별 없이 대하는 모습을 보인다. 퀴어라는 이유로 특별히 부여되는 서사도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성애자 커플과 다를 바 없는 로맨스 서사를 통해 퀴어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여론을 반영하는 방송계에서 이러한 흐름은 긍정적인 신호를 의미한다.

 

그러나 여전히 남은 과제

 

비록 퀴어에 대한 인식은 향상됐다고 하지만, 퀴어 집단은 여전히 차별이 잔존한다고 지적한다. 그들은 퀴어를 비가시화하려는 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퀴어의 '비가시화'란 퀴어가 전체 사회에서 존재감, 목소리 등을 내지 못하고 가려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비가시성이 만연한 사회에서는 퀴어가 인지되지 않아 그들이 겪는 사회 문제 또한 공론화되지 못한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에 따르면 퀴어 비가시성과 퀴어 혐오·차별은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권에서도, 방송계에서도, 일상 속에서도 퀴어의 비가시성이 만연하다. 지난 2021년 국민의당 안철수 전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거부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며 도심 밖으로 퀴어퍼레이드 위치를 옮기는 방안을 제안한 것이 단적인 예다. 퀴어퍼레이드는 퀴어의 가시화를 촉진하고 존재를 증명하고자 시작됐는데, 도심 밖으로 밀려날 경우 그 의미가 옅어질 가능성이 높다. 방송계도 퀴어를 비가시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2021년 12월 31일 서울시가 주최한 제야의 종 행사에서 「본 디스 웨이」 노래 중 퀴어를 지지하는 내용의 가사가 삭제됐다. 지난 2021년 설 특선영화로 방영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동성 키스 장면은 삭제·모자이크된 채 송출되기도 했다. 김 회장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자기 주변에 없으리라 생각한다”며 “사람들은 동성애를 인정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이를 도덕적 명제로 인식해 긍정적으로 답하지만, 실제로 주변에 존재하는 퀴어가 커밍아웃을 하면 당황하고 불편한 기색을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사회적으로 퀴어를 비가시화하는 경향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남아있는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퀴어의 가시화가 이뤄져야 한다. 퀴어는 일상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비정상성을 내면화한다. 그런 이들에게 퀴어 집단은 자신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유일한 장소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라며 퀴어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퀴어를 가시화하기 위해서 그들의 존재를 보여주고 표현할 수 있는 공론장이 필수적이다. 퀴어의 가시화가 선행되면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김철수씨는 “퀴어의 가시화를 접하는 주변 사람들 또한 인식이 포용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회 전체가 퀴어의 존재를 논하고 고민할 때 퀴어가 그 자체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확장되는 것이다.

 

퀴어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의 인식이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가 퀴어 청년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랑을 수용하길 꿈꿔본다.

 

글 이승연 기자
maple0810@yonsei.ac.kr
홍지혜 기자
gh478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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