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생애주기 담론에서 소외되는 퀴어 청년과 ‘포괄적 차별 금지법’

대선을 맞아 청년을 향한 후보들의 공약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획일화된 정체성만으로 청년을 호명한다. 이러한 청년 세대 담론에서 소외된 목소리가 존재한다. 같은 청년임에도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퀴어 청년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청년 생애주기 외곽에 존재하는 
퀴어 청년

 

생애주기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가는 생애의 일정한 단계별 과정을 의미한다. 그중 청년의 생애주기는 개인의 사회 진출 및 정착과 밀접하게 연관돼있어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호명하는 ‘청년’과 그들을 위한 정책은 청년 생애주기 내 다양한 삶의 양상을 반영하지 못한다. 청년 생애주기를 그저 이성애 중심의 노동, 결혼, 출생으로만 이해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성애 중심의 생애주기는 청년이란 집단을 자연스럽게 이성애자로 규정한다.

퀴어적 생애주기는 이성애적 생애주기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퀴어적 생애주기는 결혼과 가족의 구성 등 이성애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인 관습의 외곽에 존재한다. 이성애적 생애주기가 정상화된 사회에서 퀴어 청년들은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거나, 자신을 숨기고 살아간다. 통상적으로 경제적 독립과 가정을 이뤄야 하는 시기로 여겨지는 성인 중반기를 지나는 퀴어 청년은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청년 담론에서 소외되는 퀴어 청년의 어려움은 조명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결혼’하지 못하는,
‘가족’을 꾸리지 못하는 퀴어 청년

 

결혼, 주거 마련, 가족 구성은 청년 생애주기의 주요 과업이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사회적 기반은 퀴어 청년을 배제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법률로써 동성 간 혼인을 제한한다. 헌법은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유지돼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하고 있다’고 명시한다. 더불어 민법은 ‘부부(夫婦)’를 지아비 부(夫)와 며느리 부(婦)로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라 정의하고 있다.

합법적인 결혼이 불가능한 퀴어 청년은 사회에서 그 존재가 지워진다. 지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중 30대 미혼율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동성 부부는 통계로 집계되지 않았다. 응답자와 배우자의 성별이 같은 경우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퀴어 청년 삶의 실천적 개입을 위한 인권 단체 ‘다움’의 심기용 운영위원은 “결혼제도 자체가 전통적인 정상 가족 담론에 기반한다”며 “상당히 이성애적인 의미만을 전제한다는 문제점을 가진다”고 말했다.

나아가 청년층이 주 수혜자인 복지체계는 상당 부분 결혼제도에 기초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결혼제도 외곽에 놓일 수밖에 없는 퀴어 청년들은 사회 안전망 바깥으로 내몰린다. 이는 특히 주거 마련 문제에서 두드러진다. 주거 마련은 다음 생애주기로 넘어가기 위한 기반이기에 모든 청년에게 중요한 과업이다. 그러나 ▲전세자금대출 ▲내집마련대출 ▲공공임대주택 등 다양한 주거 지원 정책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성소수자 주거실태 및 주거불안에 관한 연구 발표회(2021)’ 자료에 따르면 퀴어 청년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은 13.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2030세대의 아파트 거주 비율이 47%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비율이다. 더불어 주거 점유 형태에서도 퀴어 청년은 전국 2030 세대와 비교했을 때 자가 비율이 낮고 월·전세 비율이 높았다. 이성애 중심의 주거정책 안에서 퀴어 청년은 생애주기의 장벽을 마주한다.

더불어 퀴어 청년은 건강보험과 같은 사회 안전망에서 배제된다. 지난 2020년 2월 사실혼 관계의 동성 부부는 국민건강보험* 적용에서 차별을 받았다. 동성이라는 이유로 배우자의 건강보험 부양 자격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이에 동성 부부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현행법 체계상 동성인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재판부의 의견과 함께 패소했다. 심 운영위원은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받은 사람에게만 제도적인 혜택이 집중되고 있다”며 “법적인 관계를 인정받지 못하는 퀴어 청년들은 경제적, 사회적으로 불편하거나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생활동반자법'이 주목받고 있지만, 현재까지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 '생활동반자법'은 혼인이나 혈연관계가 아니라도 동거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동반자 관계에 법적 권리와 복지 혜택을 부여하는 법안이다. 그러나 보수단체의 반발 등 정치권 안팎의 반대에 부딪혀 발의가 미뤄지고 있다. 이에 심 운영위원은 “'생활동반자법'처럼 정상 가족 담론에서 벗어나 조건적으로 동반자 관계를 인정하는 법들이 적극적으로 입법돼야 한다”고 전했다.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를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부터

 

퀴어 청년의 소외와 비가시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전문가들은 퀴어 청년의 인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틀이 마련돼야 복지제도와 같은 세부 정책의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이러한 논의의 장을 열기 위한 주춧돌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9월 국내 퀴어 청년 3천9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1년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에서 응답자의 60.3%가 가장 중요한 성소수자 관련 정책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을 꼽았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박한희 집행위원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국가가 퀴어 차별 문제와 관련된 정책을 마련할 의무를 갖는다는 내용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난항을 겪고 있다. 정치권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을 포함하기에는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차별금지법제정을 미루고 있다.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의한 차별 사유를 제외할 경우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동성애 차별 옹호법’으로 전락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 집행위원은 “처음부터 성적 지향 및 성별 정체성에 관한 논의가 없었을 경우 해석상 보충할 여지가 있다”며 “그러나 이미 발의된 법안에서 이 차별 사유를 제외한다면 동성애 자체를 차별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 지적했다. 연세대 퀴어 동아리 컴투게더 김윤덕 회장은 “지난 2007년 처음 발의된 '차별금지법이' 2022년까지 제정되지 않고 있다”며 “퀴어 당사자로서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의제"라고 말했다. 

지난 2020년 전국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국가인권위원회의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5%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법률로 제정해야 한다는 질문에 찬성했다. 더불어 응답자의 10명 중 7명은 ‘퀴어를 차별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차별 해소를 위한 노력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만능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논의가 출발해야 비로소 청년 담론이 퀴어 청년을 포괄할 수 있을 것이다. 박 집행위원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기반으로 퀴어 청년을 위한 세부적인 정책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청년 담론에서 퀴어 청년은 배제돼왔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그들의 삶을 사회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환경이 필요하다. 이성애 중심의 기존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시점이다.

 

 

글 홍지혜 기자
gh4784@yonsei.ac.kr

 

* 국민건강보험: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배우자는 소득과 재산이 일정 기준 이하이면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강보험료가 면제된다. 법률혼뿐 아니라 사실혼도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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