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유튜버 ‘수낫수’를 만나다

 

다양한 매체에서 퀴어 이야기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우리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고 소통하며 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에 힘쓰는 이들이 있다. ‘수낫수 스튜디오’ 채널을 운영 중인 유튜버 ‘수낫수’를 만나 퀴어의 삶과 채널 운영에 대해 들었다.

 

Q. 자기소개와 ‘수낫수 스튜디오’ 채널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여성 언더웨어 브랜드 ‘플레인플렌티’ 디렉터이자 퀴어 콘텐츠 제작자로 활동 중인 수낫수다. ‘수낫수 스튜디오’는 퀴어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여 유통하는 채널이다. 지난 2016년에 성소수자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2019년부터 퀴어 콘텐츠에 대한 대중들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단편영화 및 웹드라마를 제작해 유통하고 있다.

 

Q. 양성애, 다성애, 무성애 등 다양한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사실 퀴어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건 아니다. 초반에는 평범한 일상을 담은 영상이나 가벼운 챌린지 영상을 찍어 올렸다. 영상을 만들수록 막연하게 퀴어를 주제로 한 영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퀴어이기 때문에 내가 만든 영상에 나의 정체성이 담기길 바라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다. 

지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퀴어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동성애보다는 양성애, 범성애, 트랜스젠더 등 상대적으로 덜 가시화된 정체성을 다뤘다.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동성애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 활동했던 기무상님, 이열님, 김철수님 등 유튜버 대부분이 이미 동성애에 대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기도 했다. 이에 상대적으로 덜 가시화 된 정체성에 대한 콘텐츠를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Q. 퀴어 웹드라마와 단편영화 등 다양한 창작물을 선보였다.

A. 유튜브를 활용해 소수자에 대한 인식 개선에 아주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비퀴어를 비롯한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상을 제작하고자 웹드라마와 단편영화라는 장르를 선택했다. 

퀴어 콘텐츠 제작 초기에는 ‘다양한 성적지향, 성 정체성의 가시화’라는 목표로 교육적인 성격의 콘텐츠를 제작했다. 이후 ‘퀴어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퀴어의 이야기를 유통한다’라는 목표로 ‘큐앤애이’라는 콘텐츠를 기획하기도 했다. 현재는 ‘퀴어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퀴어 콘텐츠를 만든다’라는 목표로 단편영화와 웹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Q. 커밍아웃 관련 콘텐츠 제작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퀴어로서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욕구가 가장 컸다. 커밍아웃하기 전에는 다른 퀴어 청년들의 도움을 받아 콘텐츠를 제작했다. 그러나 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과 열망이 계속해서 쌓여갔고,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을 때 커밍아웃을 결심하게 된 것 같다. 

 

Q. 본인에게 커밍아웃은 어떤 의미인가.

A. ‘용기가 많이 필요한 자기표현’이다. MBTI를 이야기할 때 큰 용기가 필요하진 않은 것처럼 커밍아웃하는 것도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내가 여력이 될 때마다 콘텐츠를 만드는 이유기도 하다. 다양성을 대중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다 보면 언젠가 커밍아웃도 MBTI처럼 편하게 말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Q. 다양한 콘텐츠에서 퀴어 요소를 자주 접할 수 있게 됐다. 사회적 인식 개선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나.

A. 퀴어물의 대중화는 인식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요즘 다양한 콘텐츠에 퀴어 요소가 들어가다 보니 주 시청자층인 10대~20대의 인식도 예전보다 더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런 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은 더욱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조회수 달성만을 위해 제작된 영상은 판타지를 채우는 자극적인 콘텐츠로만 남을 수 있다.

 

Q. 여전히 퀴어라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회적 편견에도 불구하고 퀴어 콘텐츠를 지속해서 제작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A. 구독자들의 응원과 기대 덕분에 꾸준히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시청자분들이 남겨놓은 댓글을 보면 내 채널은 안전지대처럼 느껴진다. 내 영상으로 도움을 받았다는 댓글이나 영상 내용에 공감한다는 댓글 등 무해한 댓글이 많아 나도 안정적인 마음으로 콘텐츠를 계속해서 제작할 수 있었다.

 

Q. 퀴어 유튜버 혹은 브랜드의 디렉터로서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무엇인가.

A. 국내 브랜드 중에 퀴어 친화적인 브랜드는 많지 않다. 플레인플렌티는 올해 6월 프라이드 먼스*를 기념해 프라이드 라인을 생산할 예정이다. 개인의 지지뿐만 아니라 기업의 지지가 함께 한다면 사회적인 인식 개선에도 분명 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생각한다. 퀴어 콘텐츠 제작자로서는 웹드라마 「여자에게 설레는 편」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수낫수는 콘텐츠 제작자와 브랜드 디렉터의 경계를 넘나들며 소수와 다수의 경계를 허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는 누군가의 커밍아웃이 용기가 필요하지 않은 편안한 일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수낫수의 선한 영향력을 통해 많은 퀴어 청년들이 용기를 낼 수 있길 바란다.

 

 

글 서지안 기자
forjinuss@yonsei.ac.kr

<사진 본인제공>

 

* 프라이드 먼스: 전 세계 LGBTI와 앨라이들이 자신의 자긍심을 드높이는 달. 6월 한 달 동안 전 세계에서 자긍심 행진, 퀴어 퍼레이드 등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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