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흡연 방지를 위한 흡연구역 실태를 살펴보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곳에서 담배 연기에 노출됩니다. 길거리, 아파트 발코니, 상가 앞 등 담배 연기에 노출되는 장소는 다양하죠. 이처럼 간접흡연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경험할 수 있기에 큰 불편을 초래합니다.

간접흡연 피해 최소화 방안으로는 흡연구역 개선이 꼽힙니다. 그러나 흡연구역의 수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습니다. 부스 형식에 관한 논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흡연구역은 벽면 개방 정도에 따라 개방형과 폐쇄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다수의 개방형 흡연구역이 유동 인구가 많은 길거리나 건물 주변 등에 설치돼 있습니다. 그러나 개방형 흡연구역에는 비흡연자가 간접흡연에 노출될 가능성이 폐쇄형보다 더 크다는 문제가 존재합니다. 현재 흡연구역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기자가 직접 다양한 지역의 흡연구역에 방문해 봤습니다.

 

승연 기자의 체험기

 

*여의도역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담배규제기본협약’에서 규정하는 사항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개방형 흡연구역이 즐비하다. 그러나 ▲모든 흡연자 수용 면적 부족 ▲바람으로 인한 간접흡연 등의 문제점이 나타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담배규제기본협약’에서 규정하는 사항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개방형 흡연구역이 즐비하다. 그러나 ▲모든 흡연자 수용 면적 부족 ▲바람으로 인한 간접흡연 등의 문제점이 나타난다.
▶▶민간기업 필립모리스가 흡연구역 부족의 이유로 기증한 ‘<a href='#footnote0' class='foonote-mark'>베이핑룸*</a>/스모킹룸’ 흡연부스는 코로나19로 인해 임시 폐쇄됐다.
▶▶민간기업 필립모리스가 흡연구역 부족의 이유로 기증한 ‘베이핑룸/스모킹룸’ 흡연부스는 코로나19로 인해 임시 폐쇄됐다.

여의도역 일대는 지난 2020년 1월부터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이곳에는 총 7개의 흡연구역이 있습니다. 그중 3번 출구에 있는 교보증권빌딩과 한화손해보험빌딩 앞 흡연구역에 각각 방문했습니다. 두 곳 모두 흡연자를 수용하기에는 면적이 부족했습니다. 흡연자들은 흡연구역 주변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방문 당일 여의도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어 흡연구역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음에도 담배 연기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더현대서울 백화점 출입구 주변에 있는 ‘베이핑룸/스모킹룸’도 방문했습니다. 이곳은 지난 2021년 11월 민간기업 필립모리스가 기증한 흡연부스입니다. 설치된 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이곳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임시 폐쇄된 상태였습니다. 흡연구역이 부족해 기증했다는 동기가 무색해지는 듯했습니다.

 

*동서울터미널

▶▶버스가 정차돼 있는 동서울터미널 앞. 금연구역임에도 불구하고 담배꽁초들이 버려져 있다.
▶▶버스가 정차돼 있는 동서울터미널 앞. 금연구역임에도 불구하고 담배꽁초들이 버려져 있다.

동서울터미널 앞 흡연구역은 부분 개방형으로 설치된 곳입니다. 입구에는 노란 바탕에 ‘흡연실 밖 금연구역에서 흡연 시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습니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에는 사람이 적어 흡연자 모두 흡연구역 내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동인구가 많은 편임에도 흡연구역 면적이 작아, 사람이 많을 때는 지정된 곳을 벗어나 흡연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버스를 타는 건물 뒤편으로 이동했습니다. 금연구역이라는 표시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담배꽁초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타워 내 설치된 폐쇄형 흡연구역에는 내부 환기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연기가 가득 차 있다.
▶▶롯데월드타워 내 설치된 폐쇄형 흡연구역에는 내부 환기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연기가 가득 차 있다.

롯데월드타워 내에 설치된 폐쇄형 흡연구역에 방문했습니다. 생동감이 느껴지는 초록색의 흡연구역을 보며 시각적으로 편안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폐쇄형 구조는 외부로 담배 냄새가 퍼져나가는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았습니다. 그러나 내부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습니다. 환기 장치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너구리굴’이라는 표현처럼 시야가 가려질 정도로 담배 연기가 자욱했습니다.

 

대한민국의 흡연구역,
그간 어떻게 운영돼왔을까

 

국내 담배 관련 정책은 세계 추세를 따라왔습니다. 금연 정책은 금연구역을 늘리는 방향으로 실시돼왔습니다. 금연구역은 지난 1995년 「국민건강증진법」을 계기로 처음 설치된 후 지속해서 확장됐습니다. 이후 2010년에는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금연구역을 지정할 수 있게 됐으며, 2014년에는 음식점 등 공중이용시설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됐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맞게 서울특별시의 금연구역은 2017년 약 26만 개에서 2020년 약 29만 개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이에 비해 흡연구역 수는 부족한 실정입니다. 지난 2019년 1월 기준 서울특별시 내 흡연구역은 약 6천 개입니다. 이는 2020년 기준 만 19세 이상 성인 중 흡연자의 비율이 20.6%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도 턱없이 부족한 숫자입니다. 흡연자들은 흡연이 허용된 흡연구역도, 규제가 있는 금연구역도 아닌 제3의 장소에서 흡연하게 되는 상황이죠. 「국민건강증진법」 제34조에 의하면 금연구역에서 흡연 시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그러나 현행법상 금연구역 이외의 장소에서 흡연을 규제하는 법안은 없습니다. 흡연자 김영균(24)씨는 “다수의 비흡연자가 담배 냄새를 기피하기에 특정 공공장소에는 흡연구역이 아예 마련돼있지 않기도 한다”며 흡연구역 외의 장소에서 흡연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담배규제연구센터 이성규 대표는 “우리나라는 아직 흡연자 수가 많기에 흡연구역의 수를 급격하게 줄이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현재 대부분의 흡연구역이 개방형으로 운영되는 상황도 세계 추세에 따른 결과입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담배규제기본협약’(아래 담배협약)에서 규정하는 사항입니다. 담배협약에서 제시한 실외흡연실 구조 지침에 따르면, 지붕을 포함한 벽면의 50% 이상을 개방해야 하며, 보행자 간접흡연을 최소화하도록 지붕 및 벽면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지난 2017년 서울시에서 발표한 「실외 금연구역 내 간접흡연 피해방지를 위한 흡연구역 설치 가이드라인」도 이를 따르고 있습니다. 폐쇄형 흡연구역은 관리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담배 냄새가 밴다는 이유로 흡연자들도 크게 선호하지 않습니다. 이에 개방형 흡연구역이 대다수지만, 간접흡연의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모두의 권리를 보장할 흡연구역,
그 방법을 찾아서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흡연구역 개선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흡연자들은 흡연구역의 수를 적절히 늘릴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전자담배사용자연맹 기혁 대표는 “담뱃세는 연간 10조가 넘는데, 이 중 일부라도 흡연구역을 만드는 데 사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흡연자들이 내는 세금만큼은 흡연구역을 보장하는 데 쓰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비흡연자들의 권리 또한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금연운동협의회(아래 금연협의회)는 “지난 2004년 헌법재판소는 비흡연자들의 간접흡연 피해가 흡연자들의 사생활의 자유보다 더 우선시돼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흡연구역 외 장소에서 흡연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과 관련 제도가 함께 고려돼야 함을 주장했습니다.

한편, 실내와 실외에 따라 흡연구역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이 대표는 “실내는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흡연자 수를 고려해 실외 흡연구역을 적절히 지정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내 흡연 시에는 환기가 어려운 만큼, 우선 실내 흡연을 전면 금지한 후 실외 금연구역 및 흡연구역을 적절히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간접흡연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느냐가 흡연구역 개방 여부 결정의 관건입니다. 기 대표는 “인천공항 흡연실과 같이 환기 시설이 잘 갖춰진 폐쇄형 흡연구역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더불어 “개방형 흡연구역 추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흡연자들에게 연기가 나지 않는 액상형 전자담배 등으로 흡연 방식을 전환하도록 권유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개방형 흡연구역은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불편한 상황을 초래한다는 것입니다. 금연협의회 또한 “우수 사례로 제시되는 싱가포르나 일본의 흡연구역은 환기 시설과 이중문 등 엄격한 규정이 적용돼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폐쇄형 흡연구역 내 간접흡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됩니다. 이 대표는 “같은 흡연자 사이에서도 간접흡연이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폐쇄형 흡연실은 완벽한 환기 시설을 갖추기 어렵고, 간접흡연이 어떤 형태로든 일어난다는 점에서 반대한다는 의미입니다.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흡연구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흡연자 수와 간접흡연 피해 최소화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개방형 흡연구역을 만든다면 담배 연기가 비흡연자들에게 가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공간이 필요하고, 폐쇄형 흡연구역을 만든다면 담배 연기를 최소화할 환기 시설이 필요한 것이죠.

 

흡연구역을 둘러싼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흡연자의 수를 고려했을 때, 두 집단 간의 갈등은 불가피한 현상입니다. 올바른 흡연구역 정책을 통해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흡연구역이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글 이승연 기자
maple0810@yonsei.ac.kr

사진 고운선 기자
avakoboe@yonsei.ac.kr
김지훤 기자
kimzlight@yonsei.ac.kr

 

* 베이핑룸: 전자담배 전용 흡연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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