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옥스퍼드대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인구변화 예측을 통해 지구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국가로 대한민국을 지목했다. 저출산 문제가 계속된다면 2750년에 우리 민족이 완전히 사라질 것을 예측한 것이다. 지난해 감사원 역시 ‘인구구조 변화 대응 실태’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인구가 약 100년 후에는 1,510만 명으로 급감하고, 서울과 수도권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도시가 소멸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정부는 1990년대까지 출산 억제 정책을 유지하다가 2005년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하고, 이듬해 ‘제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뒤늦게 출산 장려 정책으로 돌아섰다. 이후 15년간 38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저출산 대책을 위해 쏟아부었고, 제4차 기본계획이 시작된 작년에도 약 47조 원을 추가 투입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즉 여성 한 명의 평생 출산아 수는 0.81명으로 OECD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연간 혼인 건수 역시 192,509건으로 집계를 시작한 1982년 41만 건 대비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가뜩이나 심각한 저출산 현상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는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코로나19로 사회활동이 위축되면서 혼인 건수와 출산율은 급감했지만, 감염병에 의한 사망자 수는 더해지면서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증가분은 –57,300명으로, 2020년 대비 24,700명이나 감소했다. 역대 최대폭의 감소다.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은 이구동성으로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여야 유력 대선 후보 역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했지만, 공약의 대부분은 현 정부의 재정지출을 더 늘리겠다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육아휴직 급여 소득대체율을 올리거나 출산 후 일정 기간 동안 보조금을 더 주겠다는 수준에 그친 것이다. 그러나 출산 가정에게 필요한 것은 얼마만큼의 지원금이 아니라 마음 놓고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는 환경조성과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이다. 단순히 양육비 지원 차원을 넘어 주거, 일자리, 교육, 의료, 일가정 양립 등 다차원적인 사회 인프라 구축과 양육문화 개선을 이룰 때 비로소 출산율을 제고시킬 수 있다. 이제 청년들에게 ‘아이를 낳으면 돈을 더 주겠다’는 근시안적 정책에서 벗어나 ‘아이를 낳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백년대계를 근본적으로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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