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이문현 기자를 만나다

기자는 어떤 사람일까. 기자는 대중에게 진실한 기사를 전달하기 위해 부지런히 현장을 뛰어다니는 사람이다. 그들은 그 과정에서 수많은 피해자를 만나고 대중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힘쓴다. 진실을 가리는 자들에 맞서 버닝썬 게이트를 단독 보도한 MBC 이문현 기자를 만나봤다.

 

 

버닝썬 게이트, 그 당시의 이야기

 

지난 2019년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버닝썬 게이트는 이 기자의 단독보도로 세상에 드러났다. 이 기자는 226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회 곳곳 숨어있던 목소리를 탐색했다. 피해자들의 수많은 제보에 귀 기울이는 것이 이 기자의 일이었다. 이를 통해 이 기자는 마약, 성범죄, 경찰과의 유착 의혹을 비롯한 우리 사회 범죄의 현주소를 대중에게 전달했다. 취재의 원동력이 무엇이었냐고 묻자 그는 이 사건을 최선을 다해 취재하지 않는 건 기자로서 무책임한 일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버닝썬 게이트는 단순 폭행으로 무마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심지어 경찰은 가해자인 클럽 이사를 두둔하고 피해자를 폭행하는 등 사건의 본질을 흐리기도 했다. 이 기자는 취재 중 가해자로부터 사람을 때린 일이 기사화될 가치가 있는가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이 기자는 가해자는 해당 사건에 대해 죄책감이 없는 것 같았다이후 버닝썬 게이트를 본격적으로 취재하게 됐다고 전했다.

폭행 사건 보도 이후, 버닝썬의 마약 유통 및 약물 성범죄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버닝썬 이문호 대표는 폭행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마약 유통을 비롯한 약물 성범죄 의혹은 부인했다. 또한 언론사를 통해 고소 예정 날짜와 함께 성범죄 피해자들을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기자는 용기 내 취재에 응한 피해자들이 고소에 대한 두려움에 연락을 끊었다취재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설득하는 기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버닝썬 게이트, 그 이후의 이야기

 

지난 8월 이 기자는 버닝썬의 취재기록을 담은 책 지금 이 목소리를 듣는 것이 우리의 정의다를 발간했다. 이 기자는 사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면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리라 생각해 책을 발간하게 됐다고 전했다. 버닝썬 게이트 취재 당시 이 기자는 수많은 피해자를 만났지만, 보도 이후에도 사건은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이 기자는 가해자의 합당한 처벌을 위해 노력했으나 경찰 수사가 아쉬웠다고 말했다. 언론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경찰 관계자에게 마약 유통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해야 하지 않겠냐고 묻자 몇십억씩 버는 클럽에서 그런 일이 말이 되겠냐고 답하는 등 전반적으로 수사가 부실했기 때문이다. 그는 기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더 없다는 생각에 성범죄 사건을 피하게 되는 트라우마가 남았다고 고백했다.

언론의 역할에 대해 아쉬움도 드러냈다. 당시 버닝썬 대표가 피해 여성들을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용기 내 취재에 응했던 여성들은 고소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취재를 거부했다. 이 기자는 언론은 고소 내용이 담긴 기사가 가지고 올 후폭풍을 공익적으로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언론이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해 대중의 입맛에 맞는 자극적인 내용만 보도해 사건의 본질을 흐렸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건의 초점은 가수 승리에 집중되며 결국 연예인 일탈 사건으로 변질했다. 대중의 관심이 줄자 언론은 가장 먼저 시선을 돌렸다.

언론은 대중의 수요에 맞춰 사건을 보도한다. 그러나 그는 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사람들에 주목하는 기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 기자는 대중이 원하는 기사뿐 아니라 스스로 가치 있다고 판단한 기사들을 발굴해야 한다고 전했다.

언론을 통해 사건을 접하는 대중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중이 무분별하게 정보를 받아들인다면 이도 저도 아닌 내용만 남을 수 있다. 이 기자는 언론이 팩트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굉장히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사건의 본질을 잃지 않도록 기사를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부당하다고 느끼는 것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 기자는 버닝썬 게이트를 포함한 수많은 사건을 통해 이를 절실히 느꼈다. 이 기자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았다면 버닝썬 게이트는 드러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 사회의 소외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러면 세상의 부당한 것들을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지 않을까.

 

 

글·사진 김대한 수습기자
서지안 수습기자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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