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본소득을 둘러싼 쟁점을 짚어보다

최근 5년간 기본소득 담론이 부쩍 늘었습니다. 다수의 청년 정책 가운데 청년기본소득이 주목을 받기도 했죠. 그러나 조건 없이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에 대한 여론은 여전히 제도권과 학계, 국민과 수혜 당사자인 청년 사이에서 여러 방향으로 나뉩니다. 청년기본소득이 정확히 무엇이며, 새로운 형태의 청년 복지에 관한 실효적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 TheY가 살펴봤습니다.

 

청년을 위한 소득,
생소한 이름이 공론장에 오르기까지

 

청년기본소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의 개념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에 의하면 기본소득은 지방자치제가 모든 구성원 개개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입니다. 완전한 기본소득의 요소로는 대개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성 다섯 가지가 거론됩니다. 자산조사 없이 모두에게, 근로 등의 조건이나 심사 없이 무조건, 가구가 아닌 개인에게, 매달 지속해서,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의미죠. 일례로 미국 알래스카주가 지난 1982년부터 천연자원 수입을 활용해 천연자원 배당금을 거주기간 1년 이상인 모든 주민에게 매년 지급해왔습니다. 그러나 위 요소들을 충족하는 기본소득 모델은 알래스카주가 유일하며, 대개 기본소득이 실제 정책으로서 시행될 때는 몇 가지 요소를 불가피하게 타협하게 됩니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모든 요소를 다 갖추는 것은 어렵다주로 보편성과 무조건성이 최소 충족 요건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16년경부터 기본소득 담론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안효상 이사장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내부 경선에서 각 후보가 기본소득 관련 공약을 제시하며 관심이 증폭됐다고 전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우리나라에서 선제적으로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한 정책으로는 경기도 성남시의 청년배당이 꼽힙니다. 지난 20161월부터 성남시는 재산, 소득,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한 만 24세 청년에게 분기별로 2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했습니다. 2019년부터는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으로 그 명칭이 바뀌고 범위가 확대됐습니다. 한편 오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청년기본소득은 정부 차원의 정책으로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청년배당을 추진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9세에서 29세의 청년에게 연간 100만 원의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것이죠.

 

청년기본소득,
기존 복지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 될 수 있을까

 

청년기본소득의 장점으로는 복지 사각지대를 만들어내거나 낙인 효과를 야기하는 기존 복지의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힙니다. 안 이사장은 기존에는 일할 능력이 있는 청년에게는 대개 취업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하에 지원이 이뤄져 왔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청년기본소득은 지원금이 구직활동에 쓰였다는 증빙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 수석연구원은 기존의 청년 정책이 대체로 고용실태를 개선하는 데 집중한 데 비해, 청년기본소득은 청년에게 직접적으로 소득을 지급하는 제도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무총리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조은주 민간위원(36)정책 수혜대상의 조건을 완화한 것이 청년기본소득의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전했습니다.

일자리 문제에만 초점을 두지 않기 때문에 청년의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에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경기연구원은 지난 2019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연구 보고서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의 정책효과 분석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청년기본소득을 지급받은 경기도의 만 24세 청년 11225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지원금 수령 이후 행복도 건강생활 변수에서 긍정적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당시 연구에 참여한 한 참여자는 기본소득은 근로 의지를 비롯해 뭔가 해보고 싶은 의욕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나아가 이미 기본소득의 성격에서 파생된 제도가 존재한다는 의견도 제기됩니다. 예컨대 오는 2022년부터 도입되는 첫만남 꾸러미제도는 출산 시 사용처에 제한이 없는 200만 원을 지급합니다. 수령인의 소득을 따지지 않고, 조건 없이 지급한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의 특징인 보편성과 무조건성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된 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은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기본소득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은 기본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인한 이질감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의미죠. 이 수석연구원은 국민 입장에서는 굉장히 다른 두 정책이 재원을 직접 관리하는 실무자에게는 비슷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n포세대’,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등 청년 세대가 겪는 어려움이 가시화되고 있는 오늘날 청년기본소득 담론은 청년 복지를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는 의의를 갖습니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기본소득을 논의함으로써 그간 조세와 재정, 복지를 바라봐왔던 관성적 시각을 재고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현실과 발맞춘 복지 될 수 있을까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데 있어 재원 마련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기본소득 재원 마련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이 후보가 제시한 청년기본소득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선 최소 18조 원에서 최대 59조 원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기본소득 지지자는 국토보유세와 탄소세를 부과하고, 기존 예산을 절감하면 기본소득 재원 마련이 가능하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본소득은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정책이기에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합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청년기본소득 또한 재원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연세대 행정학과 양재진 교수는 경기도의 기초자치단체들이 청년기본소득의 예산이 부족해지자 다른 청년 프로그램을 없애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시민들은 평균적으로 본인이 받는 기본소득액의 약 10%만을 추가 납세하려는 의사를 가진다며 증세에 대한 국민적 순응을 위해 정부의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미래사회를 짊어질 청년들은 공짜 용돈은 결국 미래에 빚이 된다며 우려하기도 합니다. 지난 3문화일보의 모노리서치에 의하면 20대 응답자의 75%기본소득에 반대한다고 답했으며, 이는 각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준에 속했습니다. 양 교수는 기본소득 현실화를 위한 예산의 대부분은 청년들이 미래에 부담해야 하는 부채로 돌아올 것이라 비판했습니다. 최모(21)씨는 당장 받는 현금으로 인해 기쁘기보단, 후에 내가 내야 할 세금이 많아지는 것이 부담된다고 전했습니다.

복지 사각지대를 해결하고자 시행된 청년기본소득은 언 땅에 오줌 누기라는 우려도 존재합니다. 지난 20206월 한국경제학회의 조사 결과 회원 교수의 73%기본소득은 사각지대 해소에 효과가 없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양 교수는 복지를 필요로 하는 청년에 집중해야 할 예산이 복지가 필수적이지 않은 사람들에게 함께 분배된다며 청년기본소득의 무차별성을 지적했습니다. 한정된 재원을 기본소득으로 나눌 경우, 기존 복지제도보다 인당 지급액이 낮아져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청년들의 주요 의제인 고용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주된 생산가능인구인 청년은 노동활동에 따른 소득으로 삶을 영위해나갑니다. 노동을 통한 생산성이 존재할 때 기술과 일자리가 창출됩니다. 그러나 기본소득제는 청년으로 하여금 노동 욕구를 감소시켜 경제 성장의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합니다. 양 교수는 청년기본소득에만 의존할 경우 미취업자나 실업자들은 장기 실업자가 될 수 있다새로운 직업이 생겨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청년들에게 교육 및 훈련의 기회를 마련해주고 직업을 갖게 하는 적극적 노동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실효적 취업 지원 프로그램 운영, 직업능력훈련, 창업 지원 등을 통해 예산을 더 생산적으로 지출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청년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사각지대를 줄이고자 마련된 청년기본소득. 청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제도인 만큼 의견이 분분합니다. 청년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위해 청년기본소득이 어떤 형태로 나아가야 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지급 조례2: 경기도 거주 청년들이 복지향상과 안정적 생활 기반 조성을 위해 경기도와 경기도 내 31개 시군이 합동으로 현금으로 지급하는 사회보장적 금전

**추가경정예산: 국가의 1년 예산이 일단 성립해 유효하게 된 이후에 생겨난 부득이한 사유로 추가적으로 집행된 예산

 

글 김채영 기자
chykim19@yonsei.ac.kr
홍지혜 기자
gh478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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