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독립서적,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

 

미안해, 다음에 만나도 괜찮을까?’ 갑작스러운 친구의 연락을 받고 오히려 마음이 설레었던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실내형 인간일지도 모른다. 원하는 만큼 충분히 혼자 있고 싶지만, 그렇다고 외톨이가 되고 싶진 않은 마음.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는 실내형 인간의 모순적인 마음을 재치 있게 담아낸다.

 

약속이 취소되면 나는 함께라는 가능성을 가진 채로 기쁘게 혼자가 된다.
조그만 고리를 숨기고 있는 장난감 자동차처럼.
친구도 피자도 노래방도 좋지만, 그게 조금 더 좋을 때가 있다.”

 

실내형 인간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실내형이라는 단어가 낯설다면, MBTI 성격 유형의 앞글자 ‘E’‘I’의 차이점을 떠올려보자. 근래 유행하는 MBTI 성격 유형 분석은 사람의 성격을 외향내향으로 구분한다. 이 중 내향형 인간은 에너지의 방향을 내부에 두는 사람이라 설명할 수 있다.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의 저자는 이러한 내향형 인간을 실내형 인간이라 일컫는다.

약속을 잡는 순간도 즐겁지만, 약속이 깨지는 순간에도 슬그머니 입꼬리가 올라간다. 모순적이지만, 실내형 인간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기분이다.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는 이러한 오묘한 감정을 안전한 고립감이라 정의한다. 이는 모든 순간 연결되고 싶진 않지만, 완전한 고립을 원하지도 않는 실내형 인간의 감정이다. 실내형 인간은 계획대로 친구를 만났더라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갑작스럽게 약속이 취소되는 순간에도 마음속으로 기쁨의 노래를 부른다. 이들은 함께라는 가능성을 가진 채 안전한 고립감의 달콤함을 즐긴다.

실내형 인간에게는 혼자만의 생각으로 세상을 채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들은 홀로 책을 읽고, TV와 영화를 보며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어 나간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타인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순간이 존재한다. 집에 누워 온종일 혼자 책을 읽으며 즐거워하다가도, 바깥 공기를 마시고 싶을 때 언제든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 이처럼 자신만의 공간에서 타인과의 느슨한 연결고리를 유지하는 것이 이들만의 행복이다

약속이 취소돼 기쁜 감정이 드는 자신을 보며 실내형 인간은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집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세상과 너무 멀어진 듯한 기분을 느끼거나, 밖에 나가 친구라도 만나라는 부모님의 잔소리를 들으며 스스로를 탓하기도 한다. 블록을 조립하듯 마음대로 세상과 연결되고 분리되길 원하는 자신이 제멋대로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불완전한 감정을 솔직하게 마주했을 때 평범한 일상 속 특별한 기쁨을 발견할 수 있다. 약속이 취소돼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는 후련함과 즐거움. 어쩌면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던 일상 속 특별한 기쁨일지도 모른다.

 

지나치게 가깝지도, 지나치게 멀지도 않은 느슨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안전한 고립감을 느끼며 나만의 하루를 상상한다. 만약 당신이 안전한 고립감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어느 맑은 날 약속이 취소되는 기쁨에 대하여를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기쁨의 순간을 책을 통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글 김지원 기자
l3etcha@yonsei.ac.kr
<자료사진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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