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사고 싶은 물건이 생겼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 버튼을 누르고, 등록된 카드 정보로 바로 물건을 결제한다. 결정이 현실이 되기까지 1분도 걸리지 않는 세상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소비 과정에 의문을 품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은 끊임없는 소비로 삶을 채울 때 정말 기쁜지 질문을 던진다. 다큐멘터리는 소수의, 가치 있는 물건으로만 삶을 채울 때의 행복을 말한다.

 

끊임없는 소비가 당연한 사회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자본주의는 기업의 성장이 있어야 유지된다. 기업은 물건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수억 원을 들여 물건을 사도록 광고한다. 간편한 결제 방식과 빨라진 배송 속도도 물건을 쉽게 구매하도록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온라인 쇼핑 도중 하루 배송’, ‘새벽 배송라벨이 붙은 물건 또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미니멀리스트와 전문가는 이를 경계한다.
 

소비자가 생각도 하기 전에 선택을 내리게 할 수 있으면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을 살 수 있게 만든다는 거죠

 

물건 구매를 유도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기업은 우리 자신보다 우리를 더 잘 알고 있다. 스마트 기기를 언제 사용하는지, 어떤 광고판을 지나가는지, 자주 가는 상점은 어딘지, 그리고 신용카드 빚은 얼마인지 모두 꿰뚫고 있다. 이런 분석 결과를 토대로 광고의 효과가 극대화되는 시간대에 효율적인 방식으로 광고를 노출한다.

기업은 결핍 광고를 이용하기도 한다. 특정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비로소 완벽해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우연히 튼 홈쇼핑 방송에서 쇼호스트는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는주전자 세트를 광고한다. 집에는 이미 주전자 세트가 2개나 있지만, 광고 속 주전자 세트는 다르리라 생각한다. 언제든, 그리고 어디서든 그 주전자 세트를 사용하는 모습을 상상하며 이미 소유한 물건을 다시 구매한다. 우리는 자기 자신이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접하며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새로운 물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대다수의 물건은 삶은 획기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한다. 미니멀리스트인 데나예 박사는 우리가 살면서 다양한 문제를 마주할 때, 물건이 그 해결책이라 생각해 물건을 고민 없이 구매하게 된다고 말한다. 아기를 잘 재우기 위해 완벽한 수면 장치가 필요했던 그녀는 포대기를 포함해 다양한 수면 장치를 몇 개씩 구매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면 장치는 아기를 수월하게 재우는 데 큰 효과를 내지 않았다. 이처럼 고민 없는 소비는 기대와 달리 문제의 완벽한해결책이 될 수 없다.

충동적인 소비는 만족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미국 그린피스의 상무 이사 애니는 내면의 결핍을 벗어나려면 공동체 의식과 목적을 만들고,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소비를 통해 단기적인 만족감을 얻으려 한다. 진정으로 완벽해질 방법은 이러한 쉬운 경로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살면서 마주하는 문제를 더 많은 소비로 해결하려 하지만, 우울감과 공허함만 강해진다. 인생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은 과도하게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정리하라고 조언한다.

 

가치 있는 물건만 남기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물건을 소유해야 물건이 많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보관 공간이 부족할 때일까. 경제 교육 재단의 이사 콜만은 목적의식이 사라진 물건이 존재할 때라고 말한다. 물건이 단 하나더라도 그것의 목적의식이 사라졌다면, 그 물건을 너무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마다 가치 있는 물건이 다르기에 미니멀리즘에 획일화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니멀리즘의 방법 또한 마찬가지다. 조슈아 필즈밀번은 어머니의 죽음과 아내와의 이혼을 연달아 겪은 후 자신의 인생관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는 자신이 물건을 모으는 데만 혈안이 돼 있음을 깨닫고, 한 달간 물건을 매일 하나씩 버리는 과제에 도전한다. ‘이 물건이 과연 내 인생에서 가치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물건만을 남긴다.

조슈아의 절친 라이언 니코디머스는 어느 순간 행복해진 조슈아에게 그 비결을 묻고,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시작한다. 라이언은 조슈아와는 달리 빠르게 미니멀리즘을 실현하고자 했다. 이에 집에 있는 모든 짐을 다 포장한 후 3주 동안 필요한 짐만 꺼내는 포장 파티에 도전했다. 3주 후, 상자에는 무려 80%의 물건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 물건들을 모두 처분하고, 태어나 처음으로 자유로워진 기분을 느낀다.
 

행복해지기 위해 구매했던 모든 물건이
제 몫을 안 하고 있었던 거예요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변화가 필수적으로 동반된다. 나 또한 2년 전부터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스스로를 더 알아가고 있다. 과장 광고에 혹해 일명 ‘SNS 광고템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 그 제품이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채 공간만 차지하고 있음을 알게 됐지만 쉽게 물건을 정리하지 못했다. 버리는 순간 돈을 헛되이 썼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물건을 버리지 않고 계속 보관한다면, 언젠가는 쓸모 있으리라 생각하며 충동구매를 한 자신에 대한 자괴감으로부터 도피했다. 나는 이런 감정을 찾아내고, 인정하고, 버렸다.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물건을 버리자 홀가분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물건을 들일 때 나름의 기준도 생겼다. 할인 중이거나 공짜로 받을 수 있는 물건이라도 더는 집에 들이지 않았다. 구매 전, 몇 개월 후에 물건이 방치될지 상상하는 습관도 갖게 됐다. 이미 가진 물건으로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지도 고민한다. 무작정 집에 들인 물건으로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아 생활 습관이 바뀌게 된 것이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해 보이지만 유지하기 쉽지만은 않다. 어떤 물건이 나에게 가치 있는지 고민하는 시간 없이 단순히 줄이는 행위에만 집중한다면, 어느 순간 물건은 다시 늘어나 있을 것이다. 아무리 많은 물건을 사도 인생에서 공허함이 느껴진다면, 당신도 하루에 하나씩 가볍게 물건을 정리해보는 건 어떨까.

 

글 이승연 기자
maple0810@yonsei.ac.kr

<자료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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