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다른 정치제도와 구별되는 장점은 각자의 생각과 행동이 사회와 타인에 해를 끼치거나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일으키지 않기만 하면 존중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행위는 역사, 문화, 제도, 관습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많은 이들이 불쾌하게 느낄 만한 일은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법으로 규제 대상이 되기도 한다. 

스토킹이라는 외래어가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익숙한 단어가 됐다. 그만큼 문제의 심각성이 당하는 개인에게는 혐오감을 넘어 공포를 일으키고, 생활의 불편을 넘어 삶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게 하기도 한다는 의미다. 이에 스토킹을 범죄로 다룰 법이 필요해졌다. 지난 4월 20일에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아래 스토킹 처벌법)이 제정되어 10월 21일에 시행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19일, 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남성이 헤어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여성은 7일부터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하고, 긴급신고 장치인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1년 동안 피해 여성은 5차례나 경찰에 해당 남성을 신고했고, 사건 당일에도 스마트워치로 두 차례나 긴급 신고를 했다. 피해 여성이 살해될 당시 통화가 연결됐지만, 경찰이 엉뚱한 곳으로 출동한 탓에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12분이 소요되었다. 이로 인해 서울경찰청장이 사과하고 스토킹 대응 TF를 구성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스토킹 범죄는 그동안 끊임없이 일어나곤 했다. 지난 17일에 30대 남성이 동거하던 여자친구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찌른 뒤 베란다에서 떨어뜨리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후 한 달간 피해 접수 건수는 하루 평균 103건으로 시행 전보다 4배 이상 급증했다. 그동안 보이지 않는 범죄가 그만큼 잦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19일의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피해자 보호가 철저히 이뤄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후에도 스토킹에 의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더욱 철저하고 효과적으로 스토킹 범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수사 인력 보강, 가해자 위치추적, 신변 안전조치 등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고, 타인에 의해 생활에 불편을 겪지 않을 권리를 국민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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