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러지 록 밴드 ‘투데이올드스니커즈’를 만나다

한때 다양한 인디 밴드의 공연들로 밝게 빛나던 잔다리로와 와우산로에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와 함께 어둠이 찾아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공연에 제약이 생기자 라이브 클럽들은 하나둘 문을 닫거나 대관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한국공연장협회에 따르면, 지난 47일 기준 마포구에 등록된 라이브 클럽 80여 개 중 50곳 이상이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그럼에도 많은 인디 밴드들은 다시 함께 노래할 수 있을 미래를 상상하며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코로나19가 드리운 어둠 속에서 스스로 빛나기 위한 음악을 하는 밴드 투데이올드스니커즈를 만나봤다.

 

 

‘K-개러지 록의 명맥을 위해

 

밴드 투데이올드스니커즈는 주해승(기타/리더)씨를 중심으로 결성됐다. 주씨는 평소 좋아하던 개러지* 록 밴드가 해체하자 그 명맥을 이어가고자 하는 마음에 음악인 커뮤니티 을 통해 밴드원을 모집했다. 이를 통해 심도언(기타/보컬), 류호진(베이스), 손민욱(드럼)씨가 밴드에 합류했다. 이 중 심씨는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졸업생이다.

투데이올드스니커즈는 지난 201812월을 시작으로 정규앨범 신발장 등을 발매했으며, 지난 4일에는 첫 단독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밴드 이름은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주인공 바트의 대사 “I can’t be wearing 2-day-old-sneakers”에서 따왔다. 투데이올드스니커즈는 이를 상징하기 위해 공연마다 마이크 스탠드에 헌 스니커즈를 걸어놓는다.

 

코로나19로 변화한 공연 문화

 

코로나19의 대유행 이후 공연 문화는 변화의 역풍을 맞았다. 투데이올드스니커즈도 예외가 아니었다. 주씨는 팬들도, 우리도 전혀 상상하지 못 한 미래였다며 코로나19 초반 당시의 당혹감을 전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인디 씬은 위기를 맞는 동시에 생존을 위한 대안을 스스로 찾아야 했다. 이들은 무대를 제공해주던 폐업 위기의 라이브 클럽을 돕기 위해 후원 공연을 하거나 유튜브 등을 통해 홍보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러나 송출 장비의 부족 등 미흡한 부분이 많았기에 오프라인 공연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관중의 참여에 제약이 따르는 점도 큰 문제였다. 우선 온라인 공연에서는 관중과의 소통이 불가했다.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나서야 이들은 관객과 함께 하는 공연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이마저도 과거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용 인원의 제한으로 정해진 수의 관객만 공연에 올 수 있었고, ‘떼창’, 스탠딩 등 라이브 공연만의 장점에는 모두 제약이 걸렸기 때문이다. “코시국에는 절대 모두가 만족할 수 없다는 주씨의 말처럼 코로나19 속에서 뮤지션과 관객 모두가 아쉬움이 남는 공연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시대에는 공연자와 관중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해법이 요원하다. 지난 4, 홍대의 한 공연장에서 투데이올드스니커즈는 첫 단독공연을 가졌다. 이들은 소리가 나는 장난감으로 환호성과 떼창을 대체하며 라이브 공연의 특성을 충족할 방안을 마련했다. 그럼에도 멤버들은 코로나19 이전의 공연에 비해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입을 모았다. 손씨는 결국 공연이 가진 본래의 매력이 사라진 만큼 과거의 공연보다 만족스러울 수 없다고 말했다. 류씨는 관객들이 일어나서 춤추고 부대끼며 공연을 즐기는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 공연할 수 있다며 현실의 아쉬움과 미래의 기대를 함께 표했다.

 

인디 밴드를 향한 공감의 부재

 

바이러스 자체가 가져온 제약뿐 아니라, 대외적인 시선과 방역 당국의 지침도 인디 밴드의 어려움을 가중했다. 인디 밴드 공연은 코로나19 확산의 온상 중 한 곳으로 비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디 밴드를 방역 지침을 무시하면서까지 무리해서 공연하고 싶어하는 집단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투데이올드스니커즈 멤버 모두 오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이들은 아직 주변에서 인디 밴드로 인해 감염이 확산된 사례를 보지 못했다오히려 대부분의 인디 밴드가 특히 방역에 주의하고 있다고 의견을 모았다. 심씨는 공연의 일정이 확정된 상황에서 밴드 내에 확진자가 나오면 멤버 모두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공연을 할 수 없게 된다고 전했다.

방역 당국의 지침에서 공연문화업계가 당면한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것 또한 문제다. 투데이올드스니커즈 뿐만 아니라 공연문화업계 종사자들에게 음악은 취미가 아닌 업()이다. 이들은 취미 생활을 마음껏 즐기는 날이 아닌 마음 편히 일할 환경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인디 문화는 정치적 논의 대상에서 제외되곤 했다. 체계적인 지원도 부재하다. 주씨는 제도권에서 인디 문화의 상황을 돕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으나, 당사자로서 별다른 지원을 체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심씨는 온라인 공연을 위해 꽤 많은 장비가 필요하지만, 온라인 공연 권고 지침만 계속 내려올 뿐 관련 장비 지원은 없다고 토로했다.

공연문화업계의 특수성에 대한 논의와 지원의 부재로 인해 인디 밴드들은 라이브 클럽이 아닌 다른 시설에 맞춰 마련된 방역 지침을 따라야 했다. 대부분의 라이브 클럽은 전문 공연장과 달리 일반 음식점으로 분류된다. 개정 전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에서는 일반 음식점에서 공연 행위가 이뤄질 수 없었다. 심씨는 공연장이 방역에 취약한 만큼 공연하면 안 된다고 말하더니, 비슷한 시기에 음식점을 둘러보면 마스크 내리고 대화하고 있는 사람이 태반이었다고 말했다. 이렇듯 현실과는 동떨어진 방역 당국의 지침은 공연문화업계의 어려움을 가속하는 결과를 낳았다.

 

활동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투데이올드스니커즈는 묵묵히 음악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6일 발매한 앨범 여기서 빛난다에는 빛을 좇으려고만 하는 사람들과 과거의 자신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곡들이 담겼다. 주씨는 이제 우리 스스로 빛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앨범의 의미를 설명했다. 많은 인디 밴드가 여전히 코로나19가 드리운 어둠 속을 걷고 있지만, ‘여기서 빛난다가 이야기하듯 스스로를 빛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개러지: 독특함과 아마추어라는 특징을 가진 록 음악. 음악을 할 만한 좋은 환경과 능력을 갖추지 않아도 충분히 멋진 음악을 할 수 있다는 비전문 음악인의 정신이 담긴 록 장르다.

 

 

글 이현성 수습기자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사진 본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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