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진로에 대한 과도한 제재 정당한가?

정성오(응통/컴과·18)
정성오(응통/컴과·18)

 

최근 경기과학고가 의·약학 계열 대학에 지원한 학생들에게 지급된 장학금을 전액 회수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로 인해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의·약학 계열 학생들의 의·약학 계열 대학 진학 문제가 다시금 이슈화되기 시작했다. 해당 이슈를 두고 일각에서는 영재·과학고 학생들이 의·약학 계열로 진학하는 것은 사회적 손실이자 다른 학생의 교육 기회를 박탈하는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판과 함께 지난 5월에는 영재·과학고의 학생들이 의·약학 계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금지하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됐다. 영재·과학고 학생들의 의·약학 계열 진학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해당 개정법률안이 입법되는 것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과 동시에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불필요할 정도로 지나친 책임감을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성장기 청소년들은 아직 개인의 주체성이 완벽히 확립되지 못한 시기다. 그렇기에 그들의 진로 방향성이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해당 개정법률안은 이 지극히 당연한 현상을 부정하고 단순히 영재·과학고에 3년간 다니며 받는 혜택만을 근거로 학생들의 향후 진로를 멋대로 규정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인다. 청소년들의 진로를 법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도덕적 올바름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은 비단 해당 부분만이 아니다. 해당 개정법률안은 입법 제안이유에서 영재·과학고 학생들의 의·약학 계열 대학 진학을 사회적 손실로 규정하는 부분 또한 문제가 된다. 일단 해당 학생들의 의·약학 계열 대학 진학이 사회적 손실이라는 것은 가치판단의 기준이지 객관적으로 명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를 명시적인 사회적 손실로 규정하는 것은 의·약학 계열 종사자들이 기초과학계열 종사자들보다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고 명시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리고 이렇게 명시적이지 못한 사회적 손실 때문에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한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부도덕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물론 헌법 제37조 2항에도 명시돼 있듯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때에 따라서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입법은 사회적 손실이 명시적이지 않다. 또한 책임능력이 부재한 청소년들을 사회적 손실의 원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당 학생들에게 책임을 묻고자 진로를 규정해버리는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옳은 일일까? 

더불어서 영재·과학고 학생들이 의·약학 계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해당 학생들이 받는 혜택에만 집중해서 그들이 감수하는 패널티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원색적인 비난만을 할 뿐이다. 영재·과학고 학생들은 의·약학 계열 진학 희망 시  입시에 필요한 대학 진학 상담, 진학 지도 불가와 학교생활기록부의 특정 부분 공란 처리, 정규 수업 이외에 기숙사, 독서실 등의 학교 시설 이용 제한을받는다. 해당 학생들은 자신들의 선택에 비해서 과도하게 무거운 책임을 지게 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재·과학고 학생들의 의·약학 계열 대학에 진학하는 원인은 보다 근본적인 사회구조에서 기원한다. 의·약학 계열 종사자가 기초과학계열 종사자들보다 많은 급여를 수령하는 사회적 현실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더 많은 급여를 수령할 수 있는 분야로 인재들이 향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이를 단순히 과도한 규제를 통해서 막고자 하는 것은 자유에 대한 통제로밖에 해석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사회적 유인 가치가 부족한 분야에 풍부한 인재들이 투입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들 것이다. 때문에 진실로 기초과학분야의 성장을 도모하고자 한다면 단순히 영재·과학고 학생들의 진학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과학분야 종사자들의 급여 수준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입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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