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진 교수(우리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양재진 교수(우리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이 시대 청년들의 삶은 어렵다. 과거에는 대학만 졸업하면, 좋은 직장 잡아 결혼하고 내 집 마련의 희망도 가질 수 있었다. 연세대 졸업생이면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든 게 쉽지 않다. 그런데 필자가 신촌캠을 거닐던 80년대 중반,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천 불이었다.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2천 불. 10배가 늘었다. 지난 주말에 부모님 산소 가는 길에 만리포에 들렀다. 파도가 좋은 날이어서 그랬는지, 서핑하는 젊은이들이 해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과거 선진국에서나 보던 낯선 풍경이 이제 우리나라 곳곳에서 펼쳐진다. 전보다 훨씬 풍요로운 사회가 됐다. 

그런데 왜 청년들의 삶이 전보다 어려워졌다고 느낄까? 아마도 취업의 어려움 때문일 것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가 전보다 크게 어려워졌다. 취업 전 준비기간이 길고, 취업포기자도 많아졌다. 직업이 없는데 교육이나 훈련도 받지 않고 있는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이 15세에서 29세 청년 중에 18.4%다. OECD평균 13.4%를 훌쩍 넘는다. OECD 32개국 중에 한국은 30위로 우리보다 NEET비율이 높은 나라는 칠레와 스페인 뿐이다. 유럽의 병자라는 프랑스도, 잃어버린 20년의 일본도, 잊혀진 나라 포르투갈도, 잘난 사람만 잘 나간다는 미국도 우리보다 NEET비율이 낮다. 

이런 와중에 청년기본소득으로 청년들의 어려움을 덜어주자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여당의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청년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걸기까지 했다. 청년기본소득은 노인이나 아동과 달리 근로연령대 인구인 청년에게 구직활동이나 교육훈련 같은 조건을 달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현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제도이다. 이 후보가 공약한 청년기본소득은 경기도에서 실시한 청년배당의 확대판이다. 19세부터 29세까지의 청년 약 700만명에게 1년에 200만원씩 지역화폐로 지급하겠다는 안이다. 

청년기본소득으로 청년문제를 얼마나 풀어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큰 도움이 못 될 것이다. 오히려 예산제약 때문에 청년기본소득은 양질의 청년대책을 몰아낼 위험성마저 안고 있다. 1년에 200만 원이면 매달 16만 6천 원씩이다. 1년 소요예산은 14조 원이 된다. 지난 2020년 코로나 경제위기 상황에서 모든 실업자에게 지급된 실업급여 총액이 11조 원이었다. 이를 감안하면, 19세부터 29세 이하 청년에게만 14조 원을 기본소득으로 나눠준다는 것은 엄청난 예산 투여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기본소득의 효과성이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데, 급여는 매달 16만 원 가량의 ‘용돈’에 불과하다. 실업급여 최저 하한액이 150만 원을 넘는 것에 비해 10분의 1 수준이다. 어떻게 전체 실업자에게 지급되는 실업급여보다 많은 돈을 일부 청년에게만 나눠주는데, 액수가 그것밖에 안되나. 이유는 무차별적으로 1/n해서 나눠주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산불이 나면 불난 곳에 물을 집중해서 뿌려야 하는데, 대한민국 모든 산에 물을 1/n로 나눠 뿌려댄다는 데 있다. 청년세대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그 안에는 명암이 다 다르다. 과거보다 늘긴 했으나,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청년은 소수다. 20대 청년의 실업률이 9%이고 실망실업자까지 다 포함한 니트비율은 18% 가량 된다. 나머지 대다수 청년 중에는 대기업에 다니거나 공무원인 사람도 있다. 부모찬스로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국가의 지원은 약 20%의 어려운 청년에게 집중돼야 할 것이다.

필요가 크지 않은 청년들에게까지 1/n로 예산을 나눠주면, 실제로 지원이 절실한 청년들에게 돌아갈 몫이 부족해진다. 이미 이러한 일이 경기도에서 벌어지고 있다. 24세 청년들에게 1년에 100만 원 어치 지역화폐를 청년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 그런데 이 예산을 마련하느라 청년월세지원, 청년건강검진 등 각종 사업이 축소·일몰되고 있다 (민주당 신정현 경기도 의원의 의정질의. 2021.4.15.). 이보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기본소득이 중앙정부 프로그램으로 시행되면, 경기도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이 전국 수준에서 발생하게 될 것이다. 

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현금을 골고루 나눠준다고 직업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고, 소득계층이 바뀌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일자리를 갖고 사회적 상향이동도 도모하기 위해서는 기본소득에 들어갈 막대한 예산을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과 인생 이모작이 가능하게끔 직업역량을 키워주는 데 투자해야 한다. 학생수당을 포함해 직업세계와 연관된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도 늘려야 한다. 그리고 교육·훈련 기간 중에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 뛰다가 훈련에 소홀해지지 않도록 현재 40만 원에 불과한 훈련수당을 최소한 80만 원 정도까지는 인상해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월 16만 원짜리 청년기본소득의 소요 예산의 일부만 가지고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정부는 문제해결에 최적화된 정책수단이 무엇인지 따지고 실행해야 한다. 청년문제 해결에 있어 기본소득 방식은 효과성이 크게 떨어진다.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기본소득을 도입한 나라가 아직 없는 이유일 것이다.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기고자의 의견일 뿐 우리신문사 입장과는 무관함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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