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 가능한 목표들부터 세워야…

성주은(RC융합인문사회·21)

 

정부는 작년 10월, 2050년 탄소중립 선언 및 후속 대응으로 2050 시나리오 수립을 추진했다. 이에 올해 8월 2050 탄소중립위원회(아래 탄중위)에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아래 탄소중립안)을 발표했다.

탄소중립안이란 오는 2050년 이산화탄소 배출과 흡수가 일치해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이 실현됐을 때 우리나라의 미래상과 부문별 전환 내용을 전망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전환 산업 및 부문별 정책 방향과 전환 속도를 가늠하는 나침반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예상된다. 

탄소중립안의 배경은 기후변화로 인한 국내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기후 위기 대응에 적극 동참이 필요하다는 점과 국제경제가 빠르게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전환에 돌입함에 따라 글로벌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도 기후 이슈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더불어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혁신 및 상용화, 국민인식과 생활양식 변화를 전제로 하여 경제적 부담과 편익, 식량·에너지 안보, 국제사회에서의 역사적 책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현 탄소중립안이 분명 좋은 취지라고 생각은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미비한 무리한 계획이라는 생각이 들기에 다음의 근거들로 현 탄소중립안에 대해 반대하는 바이다.
첫째, 유럽연합은 이미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약 40년 동안, 미국은 2005년부터 25년에 걸쳐 온실가스를 줄여왔지만, 이러한 나라들보다 늦게 시작해서 더 빠르게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탄소중립안을 실현한다고 가정했을 때, 우리나라가 연평균 감축해야 할 온실가스는 4.17%로 우리보다 한참 먼저 온실가스 감축을 시작한 유럽연합 1.98%, 미국 2.81%, 일본 3.56% 등 주요국에 비해 훨씬 높다. 이렇게 우리보다 먼저 온실가스 감축을 시작한 나라들보다 높은 목표를 세워두고 정해진 기간 내에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자원과 더 많은 재정 또한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탄중위에서 발표한 탄소중립안 A안과 B안은 공통으로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하고 발전소를 완전히 폐기하겠다는데, 이것 또한 섣불리 시행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면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는 점은 사실이지만,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생산량의 약 45% 정도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되고 있고, 특히 당진이나 태안에 위치한 화력발전소는 발전 규모가 약 6000메가와트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에너지 생산량의 많은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를 아무 대안 없이 섣불리 폐기한다면 에너지 생산량도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고, 석탄화력발전소를 폐기한 후 아무리 재생에너지 발전소로 대체한다고 해도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해내는 에너지 생산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에는 정해진 기간 안에 목표에 달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자원과 재정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재정난, 자원난에 이를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셋째, 탄소중립안에는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그중에서도 산업 분야에서는 저탄소·녹색 산업으로의 전환에 따른 일자리 감소 문제가 우려되고 있고, 수송 분야에서는 차량의 85% 이상을 전기차, 수소차로 전환 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이러한 것들도 현시점으로 봤을 때 구체적인 대안이 없기에 힘들다고 생각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소시켜 기후 위기로부터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탄소중립 사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하지만,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일이고 정부의 세세하고 현명한 정책과 사회구성원 전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대로 무작정 탄소중립을 시행한다면 발생할 수 있는 손해들을 누가 어떻게 보상해줄지의 문제도 생길 수밖에 없을 거라 생각한다. 

분명 탄소중립안을 시행했을 때 이로운 점들도 정말 많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이야기들처럼 이대로 진행하기에는 실현 가능성이 적은 무리한 계획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자세하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계획을 철저히 세우는 등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