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재 교수(우리대학교 글로벌창의융합대학)

우리대학교 미래캠 21학번과 22학번 700여 명은 자율융합계열로 대학에 입학한다. 이 학생들은 이중 전공이 의무다. 교양기초·대학교양·전공탐색을 포함한 교양 49학점과 한 전공당 36학점씩 총 72학점 두 가지 전공을 이수해야 졸업 자격이 생긴다.

지난 2020년 11월 6일에 개정된 우리대학교 학칙 제40조는 학생들의 전공 이수에 대한 항목이다. 그 내용을 보면, 학생은 학부 또는 학과가 제공하는 전공을 이수하되, 두 가지 이상의 전공(이중전공 혹은 다중전공)을 이수할 수 있다. 그와 함께 다중전공과 연계전공은 계열과 캠퍼스에 상관없이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신촌캠의 53개와 미래캠의 35개 등 학부와 학과가 제공하는 전공의 숫자는 중복전공을 제외하면 70여 개 안팎에 불과해 21세기 우리 연세인들이 활약할 세계 및 국내의 광대한 전문분야를 상상해 보면 터무니없이 적다. 이제 학칙 40조 1항에 ‘교무처 학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학생들이 자체 설계한 전공을 인정’해준다는 어구가 삽입돼야 한다.

현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는, 학생이 원하면 자율적으로 1) 2개 이상의 학과(학문) 융합을 토대로 한 교과과정을 구성하여, 2) 학생설계전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주전공으로서 학생설계전공을 이수할 수 있도록 학칙과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다. 당연히 신청 학생은, 1-1) 사전에 선정한 학생설계전공 지도교수와의 논의를 거쳐 1-2) 자신만의 학업계획서와 1-3) 자신만의 교과과정표를 작성한 다음, 학기별 본인 설계 전공 이수를 진행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미래캠이 있는 원주는 누구나 인정하는 협동조합 도시이다. 지난 1965년 천주교 원주교구의 지학순 초대 주교와 평신도였던 무위당 장일순 선생의 노력으로 신용협동조합을 비롯한 여러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그 후 20여 년의 노력 끝에 1986년부터 생명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자는 큰 뜻으로, 농사짓고 물품을 만드는 생산자들과 이들의 마음이 담긴 물품을 이해하고 믿으며 이용하는 도시 소비자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한, 생활협동조합 한살림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런 배경에서 한살림 선언과 한살림 활동에 깊이 공감한 우리 신입생이 가칭 협동조합학이라는 학생설계전공을 꿈꾸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겠다. 이렇게 결정한 학생이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자신의 꿈을 이해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멘토 교수를 찾는 일이다. 그를 위해 연세포탈서비스가 제공하고 있는 학부 수강편람을 조사해, 11학번부터 19학번까지 이수해야 하는 필수 교양 영역의 국가와 사회공동체 분야에서 ‘원주 사회적 기업에서 배우는 협동과 연대’라는 과목과 강의자를 찾았다고 하자. 해당 과목의 강의계획서를 보고, 이에 더해 한 학기 강의를 듣고 해당 강의자를 자신의 멘토로 삼자. 그 결정이 성급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본인의 노력과 판단을 믿자. 그렇게 해야 본인설계전공의 꿈을 현실화할 수 있는 첫 디딤돌이 마련된다.

그런 다음 본인이 상상한 협동조합학과 비교적 관련도가 높은 과목들을 찾기 위해, 멘토와 함께 양 캠퍼스 80여 개의 학부 학과가 개설한 전공과목과 학교에서 제공하는 교양과목의 강의 계획서를 모두 점검하고, 선정된 과목들을 나열해 보자.

그 결과 미래캠 경영학부의 사회적 기업과 창업, 경제학과의 게임이론·지역경제론·통계학, 글로벌 행정학부의 사회적 경제와 지역개발·도시화와 빈곤문제·기후변화 식량위기 농업개발, 역사문화학과의 20세기 한국의 사상과 지식인·현대 한국의 정치와 사회·현대 한국의 사회변동과 문화 그리고 신촌캠퍼스 상경대학 응용통계학과의 R과 파이썬프로그래밍을 찾았다고 하자. 모두 3학점짜리, 12과목이니 36학점 전공이수 자격을 갖추는 셈이다. 여기까지가 매우 어려운 과정이다. 그다음 해야 할 일이 학업계획서와 교과과정표를 작성하는 것이다.

학업계획서는 각 과목 수업계획서의 수업목표와 개요, 그리고 주별 수업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해 작성한다. 본인의 학업계획과 각 과목의 수업목표와 개요가 일치하는 것은 일치하는 대로, 일치하지 않은 부분은 본인의 학업 계획의 재점검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한다. 당연히 1학기에 개설된 과목인지, 2학기에 개설된 과목인지도 확인해야 하겠다. 그 과정에서 본인의 학업계획서는 수정될 것이고, 그 결과를 멘토 교수와 상세히 논의를 끝내면, 여러분 개개인이 설계한 전공의 학업계획서가 작성된 것이다.

본인이 선정한 12과목을 학년별 학기별로 어떻게 이수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본인 설계전공 교과과정표를 작성하는 것이다. 선수과목과 후수과목을 면밀하게 결정하면 과목별 이수 정도가 높아지겠지만, 그 과정도 너무 애쓸 필요는 없다. 여러분만의 교과과정표가 작성된 것만이라도 축하해도 좋다.

자, 이제 우리 연세인들도 본인이 설계한 전공으로 졸업을 하자. 140여 년의 역사를 통해 우리 대학도 최선의 노력을 다해 학부와 학과를 만들었지만, 여러분이 직면하고 주도할 오는 2030년대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서는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 조금은 불안하겠지만 지금 여러분 자신의 판단과 결정을 믿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역사문화학자는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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