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전에는 한국어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한 다음 이를 번역하여 영문 학술지에 또 제출해도 아무도 문제삼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연구윤리 위반에 해당한다. 영어로 논문을 쓴다 해도 한국인들이 읽지 못할 이유가 없고, 같은 내용을 두 번 읽는 이는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난 200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마샬은 위에서 염증과 궤양을 일으키는 헬리코박터균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동물실험 결과를 얻지 못한 상태로 연구윤리 심의도 받지 않고 자신의 몸을 실험재료로 이용함으로써 다음 연구를 위한 예비결과로만 이용할 수 있었을 뿐 논문으로 발표하지 못했다. 자신의 몸을 이용한 연구도 윤리 심의를 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 사전 연구결과를 제시해야 했기 때문이다.

연구윤리 규정이 엄격해지면서 법제화가 이루어져 연구윤리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지도 벌써 18년이 지났다. 그동안 연구윤리 위반을 이유로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다가 취소된 경우도 있었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 지명되었으나 물러나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2004~2005년에는 우리나라 학자가 최고수준의 학술지로 인정받는 『Science』에 게재한 논문 2개가 연이어 철회되는 홍역을 겪기도 했다. 이후로 대학원에서 연구윤리 교육을 개설하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13년 전에는 한국연구재단에서 운영하는 연구윤리정보포털이 문을 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연구윤리 위반 시비가 일어나는 것은 연구윤리에 대한 학계의 인식이 아직 미흡함을 의미한다. 최근 한 대선후보자의 배우자가 쓴 학위 논문과 다른 대선후보자가 쓴 학위 논문이 연구윤리 위반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고, 교육부는 두 대학에 논문의 연구윤리 위반 여부를 검증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1일 제22차 교육신뢰회복추진단 회의에서는 ‘학술진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한 연구윤리 강화, 감사 요청 대학에 대한 감사 실시계획 등에 대해 논의했다. 연구부정행위 의혹에 대해 대학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조사를 하기 어려운 경우는 교육부가 직접 조사할 수 있도록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학이 연구와 교육전문기관으로 역할을 다하고, 교수가 전문가로서의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변화에 의해 억지로 연구윤리를 다룰 것이 아니라 국내외에서 요구하는 연구윤리 수준을 인식하고, 모두가 연구부정행위를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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