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9일 차별금지법 제정 청원의 심사기한을 하루 앞두고 이를 2024년 5월 29일까지로 재연장 처리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정의당 등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도 10일 성명을 통해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은 더는 거스를 수도, 미룰 수도 없는 사회적 과제”라며 “21대 국회에서 지금까지 평등법 제정을 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우리나라에서 차별금지법은 2007년 17대 국회에서 처음 등장한 이래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14년간 방치됐다. 21대 국회에서도 평등에 관한 법률안,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안 등 4건이 발의됐다. 며칠 전까지 여권 주도로 법안 논의가 시작되는 듯 보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27일 청와대 참모 회의에서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검토할 단계”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고,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정책위의장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여야 정책위 공동 토론회를 개최하자”고 화답했다.

기독교 보수단체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가 종교의 자유 등을 침해할 수 있다며 차별금지법에 반대했다. 기업들은 채용, 승진, 해고 등에 있어 과도한 소송에 휘말릴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위가 2020년에 조사한 ‘차별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에서 10명 가운데 9명이 평등권 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지난 6월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 10만 명 이상 동의했다. 

성별, 장애, 병력, 나이, 성적지향성, 인종, 종교 등에 있어서 주류에 속하지 못한 소수자들이 교육, 고용, 서비스 등 사회생활 전반에 걸쳐 아직도 불합리한 차별을 받곤 한다. 서로의 차이를 포용하기보다는 차별을 통해 적대시하거나 혐오하는 문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차별금지법은 사회적 약자가 차별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입법 장치다. 정치권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조속한 논의를 통해 법 제정을 위한 가시적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되 차별을 금지해 누구나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고 인격을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은 같지 않으므로 다양성을 존중하여 연대하는 건강한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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