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의 벽을 넘어서기 위해 활동하는 새터민 엄에스더씨를 만나다

누구나 한 번쯤 대중 매체를 통해 새터민을 접했을 것이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새터민은 33800명에 달한다. 통일부에서는 다양한 복지 정책을 마련해 이들의 정착 및 취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많은 새터민에게 한국에 적응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실제로 5월에는 직장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 한 새터민이 월북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영리단체 유니시드의 대표를 맡고 있는 새터민 엄에스더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새터민

 

엄씨는 유니시드의 대표이기 이전에 새터민이다. 그는 함흥에서 태어나 중국을 거쳐 탈북했으며, 한국에 정착한 지는 올해로 13년째다. 엄씨는 한 명의 새터민으로서 새터민의 정착이 어려운 이유로 새터민에 대한 편견을 꼽았다. 특히 새터민들이 경제적 어려움 해결만을 위해 한국에 왔다는 생각은 편견이라고 강조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먹고살기 힘들어 생계형 탈북을 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가족형 탈북, 자유형 탈북을 비롯해 여러 형태의 탈북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경제적 어려움이 탈북의 동기 중 하나였을지라도, 새터민들이 여러 국가 중 대한민국에 정착한 것은 같은 한반도 민족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이 되기 위함이었다.

엄씨는 새터민의 정착을 위해선 충분한 시간과 새터민의 호칭 통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행 새터민 정착 지원제도의 대상이 되기 위해선 정착 후 6개월 이내에 경제활동과 학업 중 무엇을 시작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에 엄씨는 등록금 지원과 같은 제도적 지원을 통해 배움의 환경을 조성해 준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미래를 결정하기에 6개월은 턱없이 짧은 기간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기 바쁜 시기에 진로까지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새터민을 지칭하는 용어가 통일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실제로 북한이탈주민’, ‘새터민’, ‘탈북민등의 북향민을 지칭하는 단어가 혼용되고 있다. 엄씨는 현재 북한이탈주민이 공식 호칭이긴 하지만 이탈보다 대등함을 강조하는 언어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일반 주민탈북민의 구분은 탈북민의 정체성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또 하나의 문화적 차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을 연습하는 유니시드

 

유니시드가 시작된 계기는 무엇일까. 엄씨는 한국에 온 후 아프리카의 경제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을 후원하는 단체는 존재하지만, 북한 아이들을 돕는 단체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것이 분단 이후 생긴 마음의 벽때문이라고 생각한 엄씨는 새터민과 한국 사람들의 만남의 장을 만들기 위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새터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점차 바뀌어 가는 것을 느꼈다. 이를 계기로 지난 2014년에 비영리 시민단체 유니시드를 조직했다. 유니시드에서는 나눔과 대화로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자는 슬로건 아래에서 봉사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유니시드의 주 활동층은 청년이다. 100명이 넘는 회원은 주로 2-40대로 구성돼 있다. 특히 다른 봉사단에 비해 청년들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새터민들의 참여도 활발하다. 엄씨는 전체 구성원의 40%가 새터민이고, 이들이 주로 활동한다고 전했다.

유니시드는 오손도손 도시락 나누기 봉사’, ‘씨앗 장학금’, ‘차이 좁히는 클래스라는 세 가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시락 나누기 봉사는 서울역 노숙인들에게 도시락을 전하는 활동이었다. 현재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서울역 뒤편 쪽방촌에 밑반찬을 나누는 것으로 변경됐다. 씨앗 장학금 사업을 통해서는 성적 및 경제적 상황과 관계없이 사회 공익의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새터민 학생들에게 소정의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최근에는 장학금 지급을 넘어, 학생 간의 네트워크 형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엄씨는 이외에 장학생 봉사단을 따로 만들어 매달 다양한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터민과 남향민 간 편견 개선을 위한 활동으로는 차이 좁히는 클래스가 있다. 휴먼북*에서 착안해 탄생한 해당 사업에서는 한 사람이 책이 돼 을 이해하기 위한 인간 대 인간의 소통이 이뤄진다. 소통 주제는 사회 문제, 삶에 대한 문제 등 다양한 분야를 막론한다. 엄씨는 통일의 시작은 만남이라 생각한다마음의 거리를 좁혀 사회 통합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사업의 진행 이유를 설명했다. ‘차이 좁히는 클래스가 편견을 없애고 거리를 좁히는 소통의 장으로서 기능하는 것이다. 실제로 활동을 마친 대학생들은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이해하게 됐다대중 매체의 영향으로 일반화됐던 생각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을 보였다.

엄씨는 유니시드 대표가 아닌 수많은 새터민 중 한 개인으로서 청년 사회에 메시지를 남겼다. “민주화를 이룬 주역이 청년들이었듯, 통일에도 청년들의 힘이 필요하다종전선언이 진행되는 가운데 서로에 대한 편견은 내려놓고 사람 대 사람으로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타지에 혼자 남아 삶의 방향성을 잃었을 때 관심과 도움을 주신 분들 덕분에 희망을 얻었다새터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남북한은 같은 민족이지만, 오랜 기간 분단이 지속되며 사회 환경이 달라졌다. 서로 사이 편견의 벽은 견고해졌다. 이를 허물기 위해서는 교류를 통해 오해와 편견을 청산해야 한다. 우리는 남향민, 북향민이기 이전에 모두 분단의 피해자이자 이를 함께 극복해 나아가야 할 당사자다. 한반도의 평화를 수호하는 동등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청년들의 주도적 역할을 기대한다.

 

 

*휴먼북: 사람이 하나의 책이 돼 본인을 소개하는 강연 형태로, 유니시드에서는 차이 좁히는 클래스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글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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