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콘텐츠의 두 날개, 자율성과 다양성

장건(철학·17) 
장건(철학·17) 

 

오징어 게임이 세상을 덮쳤다. 뉴욕 한복판에서 달고나를 굽고 딱지치기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전에는 군 내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그린 D.P.의 대유행이 있었다. 오징어 게임D.P.에는 국산 콘텐츠라는 점 외에도 공통점이 있다. 넷플릭스를 통해 제작됐음에도 대외적인 흥행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서구의 문화권에서는 성적 유혹을 암시하는 데 ‘Netflix and chill’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일련의 현상은 넷플릭스로 대변되는 OTT 서비스가 현대인들의 일상 깊숙한 곳에 둥지를 틀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앞서 언급한 넷플릭스를 비롯해 왓챠, 티빙 등의 OTT 서비스는 공중파 방송과 같은 기성 영상 문화의 대안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징어 게임의 흥행 사례에 드러나듯, 이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는 문화적 흐름을 이끈다.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다채로운 콘텐츠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는 소재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됐기에 가능했던 결과다. OTT 콘텐츠는 현 방송법상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으며, 그로 인해 심의에 얽매이지 않는다. 규제로부터의 자유가 다양한 주제에 대한 예술적 접근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이와 같은 OTT 콘텐츠에 기존 방송에 적용되는 것과 같은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자는 의견이 들려온다. 의견의 논거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OTT 콘텐츠의 흥행에 따라 그것을 접하는 미성년자들에게 선정성 및 폭력성이 노출된다는 점이고, 둘째는 OTT 콘텐츠들이 흥행을 목적으로 더욱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미성년자에게 과도한 자극이 노출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성년자에 대한 노출을 염려해 OTT 콘텐츠 자체를 규제하는 것은 현명한 해결책이 아니다. 이는 연령별 관람등급에 따라 애초에 관람할 수 없게끔 규정된 영상을 미성년자가 접할 수 있는 구조의 문제이지, OTT 콘텐츠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인 인증 절차를 강화하는 등, 미성년자가 콘텐츠에 접근하는 방법을 규제해야만 할 것이다. 저작권과 미성년자를 동시에 보호하는 영상 불법 유통에 대한 규제도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OTT 콘텐츠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의도 자체는 바람직하나 방식이 잘못된 셈이다. 그런 이유로 OTT 콘텐츠를 규제하게 되면 미성년자의 관람을 염두에 두는 만큼 강력한 제재가 가해질 것이고, 자율성과 다양성을 잃게 된 국산 OTT 콘텐츠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것이다.

OTT 콘텐츠들이 흥행을 위해 자극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 역시 일리가 있으나, OTT 콘텐츠를 규제할 정당한 외침이 될 수는 없다.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심의가 적용된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은 결국 규제의 철창 속에서 표현과 소재의 다양성을 고갈했고, 질적 저하를 동반한 채 시청자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 이와 같은 공중파 방송의 황폐화는 스마트 기기의 보급과 맞물리면서 OTT 콘텐츠에 대한 수요를 증폭시켰다. OTT 콘텐츠 자체가 시청자들의 수요를 반영한 결과와도 같은 것이다. 그런 OTT 콘텐츠를 규제하는 것은 시청자의 대안적 선택지마저 빼앗는 일이 된다. 시청자가 원하는 것은 흥미로운 것이지, 무턱대고 잔인하고 음란한 것이 아니다. 여러 자극적인 콘텐츠 사이에서 오징어 게임이 흥행한 이유를 폭력성에서 찾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시청자는 바보가 아니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콘텐츠는 시장 논리에 따라 자연스레 도태될 것이며, 시청자들은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선택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 문화의 번영은 다양성에 대한 보장으로부터 출발한다.

규제는 통제와 의미를 공유한다. 우리는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의 몰락을 통해 규제의 허울을 경험한 바 있다. 표현에 대한 통제 속에서 예술은 올곧게 날갯짓할 수 없다. 비로소 예술인들과 시청자들에게 희망의 싹을 틔워준 OTT 콘텐츠의 숨통을 조이는 시대착오적 행위를 지양해야 한다. 그럼에도 OTT 콘텐츠를 향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OTT 콘텐츠의 유통구조 상에서 발생하는 문제 및 자극적 문화의 보편화 가능성이 지니는 문제를 알맞은 방식으로 보완한다면, OTT 서비스 및 콘텐츠는 전례 없던 예술의 광장이 될 것이다. 자유로운 OTT 콘텐츠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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