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숙 퇴임교수(우리대학교 교육과학대학)
김혜숙 퇴임교수(우리대학교 교육과학대학)

 

젊은이 대부분은 16년 이상의 긴 기간 동안 학교에 다니고 20세 성년을 좀 지나 대학 문을 나서게 된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까지 자신은 물론 부모, 사회가 함께 교육에 매달려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학 입학이라는 유일 목표를 향해 자원을 총동원하며 노심초사했던 고등학교 시절, 언제나 힘들었던 시험의 경험을 우리는 공유한다. 마침내는 대학 졸업과 함께 교육받은 인간으로서 사회의 주역을 향한 대장정의 발걸음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전 국민이 교육에 집중 혹은 매몰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성적, 능력, 대학 간판을 교육의 성취로 인정하는 사회문화 속에서 교육은 사회·경제적 성공을 향한 디딤돌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서 한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개인과 사회가 교육에 엄청난 양의 신체적, 정신적, 시간적, 재정적 투자를 하고 있는데, 교육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리고 그 의미를 어느 정도나 달성하고 대학 문을 나서게 되는 것일까? 과연 어떤 모습의 인재로 사회에 발을 딛게 될까?

교육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지만, 피터스의 모종의 가치 있는 것이 도덕적으로 온당한 방식으로 의도적으로 전달되고 있거나 전달된 상태라는 정의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우리대학교에 봉직하셨던 오기형 교수님의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 사이의 인간적인 교호(交互)작용을 통해 배우는 사람의 가치지향적 인간 형성을 촉진하고, 그 사회의 문화를 전승·발전시키는 것이라는 정의도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교육 정의의 연장선에서 교육이 지향하는 목적을 내재적 목적과 외재적 목적으로 나눠 생각할 수 있다. 내재적 목적은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를 지닌,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낸다는 의미고, 외재적 목적은 교육이 다른 목적의 수단이 되는 것, , 취업, 출세, 문화의 전승과 발전, 경제성장, 국가발전 등을 말한다. 외재적 목적이 필요하고 달성돼야 할 것은 틀림없지만 내재적 목적에 무관심하거나 외재적 목적만이 교육목적의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문제다.

공식적 교육의 마지막 단계인 대학이 길러내는 인재가 내재적·외재적 목적을 균형 있게 충족시키고 있는가를 점검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의 엄청난 투입이 적절하고 정당한가에 대한 점검일 뿐만 아니라 대학의 책무성 확보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우리대학교에서는 지난 2012년에 인문, 사회, 이공계열을 아우르는 다양한 전공 분야 교수들로 연세미래전략위원회를 구성하고 우리대학교가 길러낼 인재상에 대한 심층 논의를 했다. 2014년에는 대학의 미래, 미래의 대학보고서에서 연세 인재상을 제안했다.

당시 위원회는 우리대학교가 길러내야 할 인재의 모습을 세상을 변화시키는 섬김의 지도자, 타인·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공생적 인간)’으로 그렸다. 최근의 감염병과 기후 위기 사태를 보며 이러한 모습의 인재가 정말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그리고 인재가 갖춰야 할 내재적 목적으로 가치관과 태도, 핵심 역량, 전공지식의 세 영역에서 개수 최소화를 원칙으로 구체적 내용을 제안했다.

먼저 가치관과 태도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기본적인 덕목을 말한다. 정직 충성심 용기 존중 배려 정의 품위의 7가지 고전적 덕목을 포함해 수십 개 후보군을 두고 논의한 끝에 우리대학교의 건학정신과 시대적 요구를 반영해 연세 인재가 갖추어야 할 우선적 덕목으로 정직, 용기와 열정, 존중과 배려를 설정했다. 개인적으로는 온전한 인격(Integrity), 공감 능력도 마음을 끌었던 기억이 난다.

핵심 역량은 전공 분야에서 일할 가능성이 20% 이하고 직업, 직장 변경이 보편화되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학생의 전공 분야와 관련 없이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보편적 능력을 말한다. 후보군을 검토한 끝에 연세인의 핵심 역량으로 창조적 상상력 공감과 소통 능력 비판적·과학적·도덕적 사고 글로벌 리더십 평생학습자로서의 능력 몸과 마음의 건강 유지 능력 여섯 가지를 제안했다. 전공 분야 지식을 확실하게 갖춰야 한다는 점에는 의견일치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튼튼한 기초 지식, 최신 이론과 실제에 대한 지식, 다양한 분야 지식의 융합 능력을 구체목표로 명시했다.

가정교육, ··중등 교육에서 이미 큰 그림이 그려졌는데 대학교육을 통해 바뀌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의 교육 경험이 어떤 인재로 성장하는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대학은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의 본질에 적합하게 전공지식, 핵심역량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관과 태도의 교육을 위해 나서야 한다. 학교는 적절한 정책으로 뒷받침해야 하고, 모든 교수자는 교과 지식만이 아니라 어떤 핵심 역량, 태도와 가치관의 함양을 돕고 있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학생들 자신이 내가 우리대학교의 문을 나설 때 어떤 모습을 가진 인재가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매일의 학습과 일상에서 내재적·외재적 목적이 균형을 가지도록 힘쓰는 일이다. 균형 속에서도 어떤 덕목과 핵심역량을 나의 내세울만한 특징으로 삼을 것인가를 염두에 두면서 대학입학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던 것처럼 개인적 전략을 짜고 매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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