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26, 대전시청에서 근무하던 20대 공무원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우울 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오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소속 부서로 발령을 받은 지 3개월 만이다. 유가족은 고인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과 부당 지시, 집단 따돌림 등이 지속적으로 가해졌다고 주장하며 관련자들의 조속한 징계 처리를 요구했다. 그러나 대전시 감사위원회는 관련 의혹을 명확히 규명하지 못한 채 경찰에 수사 의뢰를 결정했다.

사실 공무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는 허다하다. 올해만 해도 지난 2, 평소 업무 과다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힘들어했던 서울시 소속 20대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줬고, 9월에는 동료들로부터 범죄자로 몰린 동두천시 소속 20대 공무원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했다. 같은 달 상사의 폭언과 따돌림에 힘들어하던 대전소방본부 소속 40대 소방공무원이 유명을 달리했고, 지난달에는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려왔다는 메모와 함께 경기 안성교육지원청 소속 50대 공무원이 폐교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지난달 24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앙·지방 공공기관 근무자 중 26.5%가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또한 진료나 상담이 필요했지만 받지 못했다는 공공기관 근무자는 32.6%, 전체 직장인 평균인 29.8%보다 그 수치가 높았다. '대응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66.7%에 달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그토록 원하던 공무원이 됐지만, 이들이 마주한 것은 구시대적 관행과 갑질, 따돌림이었다. 안전한 직장으로 평가되는 공공기관조차 직장 내 괴롭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에 대한 엄격한 징계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공무원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조항을 담은 근로기준법의 대상이 아니기에 지자체가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을 별도로 제정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자살예방을 위한 교육·훈련과 개인상담을 제공하고, 조직원 간 공감과 소통, 관계 회복을 위한 조직 내 집단상담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하기 위해 지자체의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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