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톺아보다

통계청의 ‘최근 20년간 수도권 인구이동과 향후 인구전망’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20대의 순 유입이 지속해서 나타났다. 특히 2015년 20대 순이동자 수가 4만 명에서 2019년 7만 6천 명까지 대폭 상승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년층의 수도권 인구집중도는 오는 2047년에 54.5%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오래전부터 나타난 청년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청년들은 왜 끊임없이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일까.

▶▶청년층의 수도권 인구집중도는 증가하고 있다. ▲자립을 위한 역량 확보 ▲노동시장 진입 등을 이유로 청년들은 고등교육 시기부터 활발히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청년들의 수도권 인구 이동은 비수도권 지역의 소멸 위험과 고령화 현상을 야기한다.
▶▶청년층의 수도권 인구집중도는 증가하고 있다. ▲자립을 위한 역량 확보 ▲노동시장 진입 등을 이유로 청년들은 고등교육 시기부터 활발히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청년들의 수도권 인구 이동은 비수도권 지역의 소멸 위험과 고령화 현상을 야기한다.

 

삶의 이행과정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청년들

 

청년은 자립을 위한 역량 확보, 노동시장 진입과 같은 주요한 이행 과제에 직면해 있다. 삶의 이행과정에 놓여있기에 교육, 일자리 등의 이유로 다른 세대보다 활발히 이동한다. 이들이 자기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지금은 지역에서 수도권 한 방향으로만 이동이 이뤄진다. 이는 기회와 경험이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서울 사는 게 스펙’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회와 경험은 서울 및 수도권에 편중돼 있고 지역에 따른 양적, 질적 차이가 나타난다.

청년들은 고등교육을 받아야 할 시기에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역별 대학 수를 보면 전국 대학 336개 중 116개가 수도권에 있다. 민지현(31) 상주시의원은 “상주에는 대학교가 한 군데밖에 없다 보니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당연하게 타지로 이동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을 위해 반드시 그 지역을 떠나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또한 기존 지방대학에 대한 선호가 급격히 하락하는 추세다. 종로학원에서 공개한 ‘대학 정시 합격선 분석’에 의하면 지난 2009년에 비해 2020년 수도권 대학의 정시 합격선은 상승하고 지방대학의 경우 합격선이 하락했다. 높은 선호도를 보이던 지역 거점 국립대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정시 합격선 기준 인문계·자연계 상위 300위 학과 중 지역거점국립대 학과는 2009년 인문계 11개, 자연계 21개에서 2020년 1개, 3개로 하락했다. 지방에서 대학을 다닌 김모(26)씨는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을 가고 싶은 것도 있지만, 기회와 경험의 측면에서 서울에 있다는 것 자체가 큰 메리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을 위해 경쟁력을 기르기에도 수도권이 유리하다. 먼저 대외활동에도 지역에 따른 제약이 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2020 대학생 대외활동 참여실태 및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생 중 40.8%가 대외활동에 참여했지만, 비수도권의 경우 35.0%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또한, 주최 기업과 기관, 그리고 정부 주요 부처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돼있다. 지원 요건에서 수도권 거주 학생을 우대하거나 지원자의 거주 지역을 수도권으로 제한하기도 한다. 김씨는 “지방에는 대외활동이 없거나 한정적이어서 서울로 올라가야 한다”며 “왕복 교통비나 시간이 소모적이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지방에서는 취업 준비를 하기도 쉽지 않다. 김씨는 마케팅, 홍보 분야에 취업하기 위해 자격증을 준비하며 아침 8시에 서울로 올라와 저녁 7시가 돼서 돌아가는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김씨는 “내가 있는 지역에서는 GA 자격증 수업을 포함해 많은 수업이 개설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또한 수도권에 몰려있다. 지난 2019년 기준 자산총액 합계액이 5조 원 이상인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 회사 2천278개의 소재지를 감사원에서 분석한 결과, 수도권에 총 1천661개(72.9%) 회사가 분포돼 있었다. 유망산업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이에 따라 지역 간 격차가 심화하고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더욱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단국대 도시계획부동산학부 김현수 교수는 “펜데믹 이후 비대면 기술이 발전하며 서울과 판교 등지에 집중된 정보통신·플랫폼·연구개발 기업이 크게 성장했다”며 “지방에 집중된 전통 제조업 산업의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각해진다”고 설명했다.

 

논의가 부족한 청년 의제와
충족되지 못하는 청년 욕구

 

청년 의제가 공유되는 상황에서도 지역 간 격차가 나타난다. 지방의 경우 상대적으로 청년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가 부족하다. 지난 2018년 민 상주시의원은 상주시 최초로 청년 기본조례를 발의했다. 민 상주시의원은 “청년 기본조례를 만들기 전에는 정부에서 내려오는 청년 사업 및 예산을 집행하는 것 외에 청년 의제가 논의되지 않았다”며 “상주시에서는 조례가 만들어진 이후에야 청년위원회와 청년협의체가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 상주시의원은 “청년 기본조례가 제정된 지자체는 많지만, 청년정책이 활기를 띠는 지자체는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수도권의 단체 및 정책은 숫자나 다양성 면에서 훨씬 앞서 있는 상황이다.

지방에서 청년의 의제가 잘 논의되지 못하는 배경에는 열악한 지역 언론이 있다. 장 교수는 “지방 청년들이 자신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담론의 장을 만들기 위해서 지역 단위의 미디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 언론의 상황이 열악해 관련 의제가 깊이 다뤄지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역 언론은 지역 불균형 발전으로 지자체 외의 광고주를 찾기 힘들고, 인구 감소로 구독자 수가 줄면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이는 언론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고, 독자의 수도 줄면서 경영난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도시 환경과 문화 인프라 격차 또한 수도권 집중 현상을 가속한다. 김 교수는 “청년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쾌적하고, 편리하고, 매력적인 장소에 자리를 잡는다”며 “현재의 플랫폼 산업 시대에는 청년이 기업이 위치한 장소에 이동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청년이 있는 장소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일자리의 수를 아무리 늘려도 지방에 청년들이 선호하는 도시 환경이 구축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서 젊은 사람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할 수 있는 환경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년이 넘치는 수도권, 
청년이 부족한 지방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방과 서울 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20년 한국고용정보원에서 발표한 「포스트 코로나19와 지역의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228개 시군구 가운데 105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됐으며, 그중 97곳이 비수도권 지역이다. 청년들의 탈지역이 가속화되면서 고령화 현상이 나타난 까닭이다. 산업연구원의 「고령화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경제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는 노동생산성을 저하시킨다. 이에 따라 지역 경제 성장 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지역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수도권은 무한대로 팽창하고, 지방은 끊임없이 축소되는 것이다.

반면 수도권에서는 청년의 수가 지나치게 많아 문제가 발생한다. 수도권 내 일자리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며, 수도권 내 부동산 대란과 저출산 문제로 이어진다. 지난 2020년 4분기 15~29세 서울 청년의 실업률은 9.1%이며 이는 전국 평균과 비교해 0.9%p 높은 수치다. 또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경기도는 13.58%, 서울은 11.58% 상승했다. 2020년 전국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그중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64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지방 청년들이 서울로 이동한 후 취업과 주택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며 결혼과 출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모든 청년이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청년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서 정착하길 원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수도권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김씨는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이유는 가고 싶어서가 아니라 가야 하기 때문”이라 설명하며 “만약 지방이 수도권만큼의 환경이 된다면 굳이 수도권을 선택했을까 의문을 가진다”고 전했다. 반드시 수도권으로 이동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소멸위험지역: 20~39세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소멸위험지수가 0.5 이하인 지역

 

글 이승연 기자
maple0810@yonsei.ac.kr
사진 김지훤 기자
kimzlight@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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