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 발전 방향과 청년의 수요를 짚다

대한민국은 ‘골다공증’을 잃고 있다. 청년 인구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지방은 텅 비어가는 현상이 심화해 나온 말이다. 청년들이 지방에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지방은 어떻게 청년을 잡아야 하는가. 『The Y』가 지역인재를 잡기 위한 현행 제도와 해결책을 파헤쳤다.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지역인재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일자리를 찾기 위해 떠나는 청년 인구의 유실’을 청년 수도권 집중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비수도권 출신 청년층의 일부는 노동시장 진입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향하니 기업들도 인재를 찾기 위해 서울로 모이는 순환구조가 반복된다.

이를 억제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정부는 일자리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공공기관 의무채용 제도’(아래 의무채용 제도)가 있다. 지난 2018년 수도권에서 지역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해당 지역에 소재한 대학 및 고등학교 출신 청년을 일정 비율 이상 채용하도록 의무화했다. 나아가 2019년 10월 「혁신도시특별법」을 개정해 의무채용 제도를 법 제정‧시행 전에 이전한 모든 공공기관 등으로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이에 2020년 신규 의무고용 채용기관이 21군데 증가하고 지역인재 채용 비율은 26.1%를 달성했다. 이로써 목표치인 24%를 넘어 비수도권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소정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러나 의무채용 제도의 효과가 한정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지난 2019년 대전‧충남의 경우 의무채용비율 18% 중 10%만 달성됐다. 강원‧원주혁신도시의 지역인재 채용비율 또한 9.2% 수준이었다. 이는 「혁신도시특별법」의 의무채용 예외 규정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규정에 따르면 규모가 작거나 연구직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관은 의무채용 요건이 완화돼 의무채용 제도로 취업 기회를 보장하기 어렵다. 또한 공공기관 이전으로는 다양한 일자리가 생기지 못해 청년들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취업을 위해 서울로 상경한 김모(26)씨는 “마케팅 관련 직무로 취업을 준비했지만 고향에서는 관련 회사를 찾아보기가 매우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간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일터를 비수도권으로 이전시키고 해당 지역의 청년을 고용하는 제도는 지방 청년의 취업난을 일정 수준 완화해왔으나 여전히 일자리가 다양하지 않고 청년이 원하는 분야의 기반은 미약한 실정이다.

이외 지역인재를 염두에 두지 않은 일자리 정책은 수도권에 집중되기도 했다. 「2020년도 청년추가고용장려금사업* 집행 현황」에 따르면 지원을 받은 사업장 중 수도권 사업장이 61.5%에 달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청년 인구 대비 혜택을 받은 청년 비율이 1.49%로 가장 높았다. 최하위인 강원(0.3%)의 5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또한 올해 1분기 기준 청년내일채움공제사업**에 수도권 사업장이 약 60% 참여해 수도권 편중이 나타났다. 부산대 도시공학과 정주철 교수는 “공모 형식으로 진행되는 지원사업도 수도권이 비수도권 지역에 비해 유리하다”며 “지역의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졸업 후 나라에서 지원하는 ‘취업성공패키지’ 사업에 참여하려면 무조건 서울로 올라가야 했다”고 전했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 또한 균형발전 측면에서 고려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일자리 확충만으로는 어려워, 
정주 환경 고려해야

 

청년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은 지역 내 일자리 증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일자리 증가뿐만 아니라 정주 환경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 2020년 6월 국토연구원 조성철 책임연구원이 발간한 논문 「산업단지 혁신과 청년일자리 창출: 정주 환경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제반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정주 환경이 좋은 산업단지일수록 청년 근로자 고용률이 높았다. 김 전문연구원은 “산업단지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그 배후의 도시를 형성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청년은 특히 본인이 원하는 일자리, 일과 여가생활의 균형에 큰 비중을 둔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해당 지역에서 일자리를 얻고 장기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정주 환경에 대한 논의도 심도 있게 이뤄져야 한다.

청년이 인식하는 지방의 강점을 반영한 차별화 전략도 가능하다. 지난 2020년 8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청년 인구의 지방 이주 선호도‧지원정책 수요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8.7%가 ‘비수도권으로 이주를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생활비‧주거비가 너무 비싸서 ▲여유로운 삶을 원해서 ▲대도시의 경쟁적 삶에 회의가 느껴져서 등이 그 이유다. 실제로 수도권을 떠나 지방으로 향하는 청년들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에서 귀농해 청년 농업기업을 창업한 ‘뭐하농’ 이지현 대표는 “좋은 인프라는 ‘좋은 삶을 살 수 있다’의 동의어가 아니다”라며 “서울에서 삶에 지쳐 나다운 삶을 찾고자 했다”고 귀농을 선택한 이유를 말했다. 지방으로 향하는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해 정주 환경을 구축한다면 지방을 보다 매력적인 삶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문화·예술 인프라 역시 중요한 요소다. 지난 2020년 경남발전연구원의 ‘경상남도 청년 실태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연구의 최종보고서’에서 만19세부터 만39세까지의 청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년 이내 경남을 떠나겠다’고 밝힌 응답자 중 24.6%가 문화 수준을 그 이유로 뽑았다. 이는 일자리(54.1%)에 이어 이주를 결심하게 하는 주요 요인이었다. 나아가 이러한 문화‧예술 인프라는 지역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문화‧예술 인프라가 수도권에 편중되면서 지방의 낙후된 이미지가 부각되기 때문이다. 김 전문연구원은 “청년들은 대개 같은 조건이라도 지역보단 수도권의 산업단지에서 일하고자 한다”며 “지역 이미지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빈곤한 문화‧예술 인프라와 이로 인한 지방의 부정적 이미지는 청년으로 하여금 지방과 멀어지게 한다.

 

청년이 모이는 지역이 되기 위해

 

청년 인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 비수도권 지역은 일자리와 살기 좋은 정주 환경을 모두 갖춰야 한다. 청년 유출 문제가 심각한 지자체를 살펴봤을 때 일자리 유치는 비수도권이 당면한 주요 숙제다. 정 교수는 “일자리가 부족해 학생들이 부산에 대한 애착이 있더라도 졸업 후 수도권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청년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일자리에 대한 수요가 충족돼야 한다. 특히 청년 취업 지원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지역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실제로 과거 수도권에서 이주해오는 비율이 높았던 부산은 국내 주요 산업이 IT산업으로 전환되던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인구가 크게 줄기 시작했다. 정 교수는 “대다수 청년들은 첨단산업 일자리를 찾아 떠난다”며 “충분한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지역을 이끌어갈 수 있는 기간산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기간산업 육성과 전반적인 정주 환경 개선을 위해 지역 자체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가까운 지자체끼리 협력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실제 부산, 울산, 경남은 지난 7월 ‘부울경 메가시티*** 조성’을 추진하기 위한 부울경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를 협약했다. 세 도시를 하나로 묶어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권역을 형성하는 전략이다. 정 교수는 “서울과 경기도는 하나의 생활권으로 자주 인식되지만, 부산·울산·경남에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시도는 지금까지 적었다”고 전했다. 김 전문연구원은 “사업의 후속적인 방향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지역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지방에 대한 청년의 접근성을 높이고 해당 지역에 관심을 갖는 청년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018년부터 청년에게 거주와 창업 공간을 지원해 지역 정착을 돕는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했다. 2021년에는 뭐하농을 포함해 강원도 강릉, 전북 완주, 부산 동구 등 총 12개의 청년마을이 운영되고 있다. 뭐하농의 이 대표는 “청년들이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돼 농업정책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룰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청년마을은 전국에서 지역살이에 대한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청년들이 한데 모여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계기가 됐다. 실제로 뭐하농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청년들 가운데 약 스무 명은 괴산에 정착을 준비하고 있다. 일자리 유치 및 지역 경쟁력 제고와 함께 이러한 프로그램이 활성화된다면 청년 지역 정착에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청년은 ‘서울살이’ 그 자체가 아닌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아갈 터전이 필요하다. 일자리와 정주 환경 둘 중 하나만이 충족된 지역에서는 이들이 뿌리를 내리기 어렵다. 청년이 살고 싶은 지역이 만들어질 때, 비수도권으로 모이는 이들을 찾아 산업과 문화가 발달하는 선순환의 물꼬가 트일 것이다.

 

 

*청년추가고용장려금사업: 청년을 정규직으로 추가 고용한 중소‧중견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함으로써 양질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제도

**청년내일채움공제사업: 청년의 중소‧중견기업 신규 취업을 촉진하고, 장기근속을 유도하기 위해 청년‧기업‧정부가 공동으로 공제금을 적립하여 2년간 근속한 청년에게 성과보상금 형태로 만기공제금을 지급하는 사업

***메가시티: 생활·경제 등 기능적으로 연결돼있는 인구 1천만 이상의 거대 도시

 

글 김채영 기자
chykim19@yonsei.ac.kr
홍지혜 기자
gh4784@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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