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마을’의 홍동우 대표를 만나다

서울, 수도권으로 모이는 주류 흐름과 반대로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지방으로 이동하는 청년이 있다. 이들은 지방의 원도심에서 공간을 활용하며 삶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목포에서 청년을 위한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괜찮아마을’의 홍동우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자기소개와 ‘괜찮아마을’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괜찮아마을을 만들고 있는 홍동우다. 괜찮아마을은 청년을 대상으로 목포에서 쉬어보고 작은 도전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한다. 괜찮아마을의 성공 이후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이 진행되는 등 전국에 다양한 청년마을이 운영되고 있다.

 

Q. 괜찮아마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A. 괜찮아마을을 시작하기 전 서울에서 전국 일주 여행사를 운영했다. 다양한 청년들과 함께 여행을 하며 2030세대가 서울에서 살아가며 겪는 어려움을 알게 됐다. 이에 청년들이 치유 받고 도전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자 했다. 처음부터 목포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서울도 고려해봤으나 땅값이 높은 서울에서는 청년의 치유와 도전을 지원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다. 두 번째로 생각한 지역은 태국의 치앙마이였다. 당시 디지털 노마드*라는 개념이 국내에서 꽤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치앙마이는 디지털 노마드의 성지였다. 그러나 치앙마이는 일을 하며 자급자족하기에 마땅치 않아 보였다. 그러다 보니 서울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 저렴한 국내 지역을 찾아보게 됐다. 많은 지역 중 목포를 선택했던 이유는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복지사께서 우리의 사정을 듣고 3층 건물을 20년 무상으로 임대해 줬다. 이에 목포로 오게 됐고, 본격적으로 괜찮아마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Q. 어떤 청년이 괜찮아마을을 찾아오는가.

A. 주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이 가장 많지만 40대 남성에서 10대 후반의 청소년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온다. 첫 번째 직장을 그만두고 삶의 전환기에 집중하고자 오시는 분들도 많다. 지역살이를 체험해 보고 싶어 찾는 청년들도 있다.

 

Q. ‘일간 괜찮아마을’, ‘주간 괜찮아마을’, ‘월간 괜찮아마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한 이유가 무엇인가.

A. 괜찮아마을 프로그램은 휴식, 상상, 작은 성공이라는 세 가지 단계로 설계돼있다. 운영 초기에는 이 단계에 따라 일괄적으로 6주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그러나 청년마다 방문 목적과 욕구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랜 직장 생활에 지쳐 긴 휴식을 원하는 청년이 있는 한편 새로운 지역에서 도전해 빠르게 성과를 이루고자 하는 청년도 있다. 이에 프로그램을 일간, 주간, 월간으로 나눠 진행하게 됐다. ‘일간 괜찮아마을’은 괜찮아마을을 짧게 체험해 보고 싶거나, 다른 지역에 청년 마을을 만드는 분들을 위한 투어와 강의로 이뤄져 있다. ‘주간 괜찮아마을’은 휴식과 상상이라는 두 가지 단계로 이뤄져 있다. ‘월간 괜찮아마을’은 휴식과 상상에 작은 성공을 도전해볼 수 있는 단계가 추가된 프로그램이다.

 

Q. 괜찮아마을의 한 달 목표 생활비는 60만 원이다. 목표 생활비의 책정 이유와 실현 방식이 궁금하다. 

A. 서울에서 생활할 때 낙후된 빌라의 옥탑방 월세가 60만 원이었다. 식비도 보통 하루에 3만 원 가까이 들었다. 한 달에 식비 60만 원, 월세 60만 원, 교통비까지 생활비만 160만 원이었다. 개인 시간도 없이 일하는 생활을 하며 삶의 의미가 없다고 느꼈다. 나뿐만 아니라 서울의 많은 청년이 먹고 살 정도의 돈을 만들기 위해 쉬지 못하고 일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낮은 생활비로 생활할 수 있어야 자유가 생긴다고 생각했다. 적당히 일해도 생활이 유지될 수 있어야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고 혁신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지역의 빈집을 이용해 공동체를 이뤄서 생활하면 생활비를 훨씬 낮출 수 있다. 괜찮아마을 구성원도 이러한 방식을 통해 서울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생활하고 있다. 목표 생활비 60만 원에는 주거, 코워킹 스페이스 대여, 공유 주방, 기본적인 식자재 공급 등의 비용이 포함된다.

 

Q. ‘살아보기’와 같은 체험형 프로그램이 어떻게 청년 지역 거주로 이어질 수 있는가.

A. 괜찮아마을의 살아보기 프로그램은 지역 살리기보다는 청년에 초점을 뒀다. 흔히들 재능과 열정을 가진 청년이 위기의 지역을 살려줄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많은 청년은 서울의 높은 물가를 감당하느라 에너지가 없고 경험이 많지 않다. 괜찮아마을은 그들이 괜찮아질 때까지 시간을 주려고 한다. 괜찮아마을을 통해 목포에 남기로 결정한 청년도 오랜 시간 목포에서 지내니 하고 싶은 것들이 생겼다고 말한다. 청년이 충분히 고민하고 지역에서의 삶을 구상하는 시간을 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러한 측면에서 체험형 프로그램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Q. 괜찮아마을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기반으로 취업 혹은 창업을 하게 된 청년들이 괜찮아마을 프로그램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궁금하다.

A. 채식 식당을 운영하는 분이 있기에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졌다. 목포시의 청년 일자리 지원센터에 취업한 분이 있기에 여러 취업 정보를 청년에게 알려줄 기회가 생겼다. 청년들은 지역 주민들과 교류하거나 협업하기도 한다. 지역에 남아 업을 만들어나가는 청년 덕분에 괜찮아마을이 지속해서 운영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이 관계를 맺고 서로 영향을 미친다. 이 지역에도 기회가 있음을 보여주는 청년들이 괜찮아마을에 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Q. 청년이 자발적으로 지역에 정착하면서 동시에 지역이 활성화되기 위해 지역 활성화 정책에 어떠한 관점이 필요한가.

A. 청년은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동원된 객체가 아니라는 관점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많은 정책이나 사업이 청년을 도시재생을 위한 수단으로 삼아왔다. 그러나 다른 부가적인 청년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에게 지역을 활성화하라는 사업 방향은 양질의 결과를 낼 수 없다. 많은 정책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청년이 지원을 받아놓고 책임지지 않는다는 반응도 생겨났다. 지역에 빈 공간이 많으니 활성화해야겠다는 관점이 아닌 청년에게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과 청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또한 공간 제공과 함께 지역에서 새로 시작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Q. ‘괜찮아도 되는 청년’과 ‘지역공동체’라는 두 키워드의 선순환을 어떻게 이뤄가고자 하는가.

A. 청년이 좋아하는 단어 중 ‘느슨한 연대’라는 말이 있다. 느슨하더라도 연대는 필요하다는 의미다. 살아가기 위해서는 결국 공동체가 필요하다. 청년을 위해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안전한 지역공동체가 많아진다면 더 많은 청년이 지역으로 모여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청년에게 마음의 고향이 될 수 있는 안전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괜찮아마을의 목표다. 

 

홍 대표는 자신은 도시재생을 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도시재생보다 청년이 지역에서 주체적 삶을 꾸려나가는 것이 우선이며, 이를 위해 ‘괜찮아 마을’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괜찮아마을이라는 출발점을 통해 청년들이 지역에서의 도전을 꿈꿀 수 있길 기대한다.

 

*디지털 노마드: 시간이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격 통신 기술을 활용해 일하는 사람

 

글 김지원 기자
l3etch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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