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 대학판을 그리는 사람들-③] 위기 속 자구책을 모색하는 학생자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가 확산하며 캠퍼스로 향하는 발길이 멈췄다. 이에 학생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를 전제로 하는 학생자치는 난관에 봉착했다. 서울 주요 대학의 여러 단과대 학생회 구성이 무산되는 등 학생자치에 관한 관심이 줄어드는 와중에 코로나19로 인한 단절로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와 더불어 동아리 활동 등 학생회 이외의 자치 활동에도 제동이 걸리며 학생자치는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대학과 학생 간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학생자치의 역할을 다시금 일깨우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문제들이 학생자치의 존재 이유를 일깨우는 계기가 된 것이다. 코시국의 제약 속에서도 ‘언택트'라는 사회의 변화에 맞춰 학생자치를 이어나가고 변화시키는 계원예대 28대 총학생회 ‘허브’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를 만나봤다.

 

계원예술대학교 총학생회 ‘허브’,
예술대학의 학생자치를 고민하다

 

▶▶문화예술 교양 프로그램 ‘오오스’를 진행 중인 계원예대 총학생회
▶▶문화예술 교양 프로그램 ‘오오스’를 진행 중인 계원예대 총학생회

 

Q. 자기소개와 계원예대 총학생회 ‘허브’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계원예대 28대 총학생회 ‘허브’의 총학생회장 장소현, 부총학생회장 이강선이다. ‘허브’는 권리, 자치, 교육, 연대, 예술이라는 총 5개의 핵심 가치를 바탕으로 활동하고 있다.

 

Q. 코로나19 이후 학생자치 활동의 어려움이 있는가.

A. 총학생회 사업 진행과 홍보 과정이 모두 비대면으로 이뤄지면서 총학생회의 존재나 학생자치가 학생들과 멀어졌다. 임기 동안 총장 선출 규정 개선을 요구해왔다. 많은 학생의 의견과 동의가 필요했기에,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기획했다. 그러나 모든 학생회 사업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다 보니 참여가 저조했다. 대면에서 느낄 수 있는 연대와 참여가 없으니 학생자치에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총학생회 의제도 시의적으로 필요한 의제 위주로 논의된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다.

 

Q. 학교본부에서 주최하는 예술 활동 이외에 총학생회 차원에서 예술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했다. 

A. 온라인 학과 교류 예술 캠프인 ‘아트캠프’, 학과별 특별활동 프로그램 ‘전도’, 문화예술 교양 프로그램 ‘오오스’, 온라인 과제의 판매·전시 프로그램 ‘아트페어’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학교본부에서 진행한 프로그램들은 취업 등 정보 전달만을 목적으로 하는 단기적인 것이 많았다. 총학생회가 진행하는 예술 관련 사업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기획하고 이끌어나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학기의 장기화로 발생한 논의의 부재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에 학생들이 예술 담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것을 배워 창작의 영감을 얻게 하고자 예술 관련 프로그램들을 만들었다. 

 

Q. 지난 8월 예술대학 네트워크가 진행한 ‘예술대학 살리기 연속 토론회’에 참여했다. 참여 동기가 무엇인가.

A. 토론회 이전부터 타 예술대학 학생회를 비롯해 예술대학 네트워크 회원들과 예술대학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발굴해왔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예술대학의 열악한 현실에 대해 발제했다. 학교 내 실기 수업이 많은데 이에 필수적인 도구들은 노후화된 경우가 많다. 학생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이 쉽게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다. 예술대학이 요구하는 고액 등록금의 근거가 부실하다는 의견을 나눴다. 또한 예술대학 졸업을 위해서 졸업 작품이 필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졸업 작품의 창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비 지출이 큰 부담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처럼 예술대학 학생들이 같은 문제로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서로의 상황을 공유하고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문제들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Q. 코로나19가 학생자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A. 코로나19로 학생자치의 위기를 실감하게 됐다. 비대면 학기의 장기화로 학생자치의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민했다. 이를 통해 학생자치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학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가 드러나기도 했다. 전면 비대면 수업이 시작되면서 부실한 수업과 명확하지 않은 평가 방식이 많은 지적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비대면 수업으로 장애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이 가시화되면서 학내 배리어프리 논의가 활발해지기도 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학생자치 활동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발전시킬 것인지가 앞으로의 학생자치 전반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총학생회 연대체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정치를 논하는 공론장을 만들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의 대선 대응 프로젝트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의 대선 대응 프로젝트

 

Q. 간단한 자기소개와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아래 전대넷)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A. 전대넷 5기 의장과 한국외대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이주원이다. 전대넷은 전국 27개 대학 총학생회가 모여 발족한 연대체다. 대학가 이슈를 포함한 사회적 의제에 대해 의견을 내고 필요에 따라 공동행동을 진행하고 있다.

 

Q. 코로나19 이후 학생자치 활동의 어려움이 있는가.

A. 학생자치의 효용성을 보이기가 쉽지 않다. 활동하는 모습이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으니 문화 및 복지 사업도, 학생 권리를 위한 사업도 체감하기 어려운 듯하다. 대표자 회의도 랜선으로 진행하다 보니 학내 현안에 대한 대화가 전만큼 활발하지 않다. 

 

Q. 지난 2020학년도 1학기에 ‘코로나19 대학가 재난시국선언’을 진행했다. 활동의 계기와 성과가 궁금하다.

A. 당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원격수업 만족도가 낮다는 응답이 많았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생들의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졌다. 이를 토대로 원격수업 개선과 등록금 반환, 대학생의 경제 상황 개선에 관해 대학과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이후 등록금 관련 운동이 활발히 이어졌고, 교육부에서 대학의 원격수업을 관리하기 위한 훈령을 마련하기도 했다. 대학의 온라인 교육을 개선하고 등록금 의제를 가시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또 대학 총학생회와 대학생들이 연대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Q. 현재 진행 중인 대선 대응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A. 총학생회 연대체로서 대학생이 대학 현장에서 마주하는 문제점을 가시화하고 싶다. 나아가 대선 후보자들이 고등교육 의제에 관심을 갖는 흐름을 만들고자 한다.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먼저 대학생을 포함한 청년들의 요구를 모았다. 약 7천여 명의 청년에게 연서명과 대선 후보자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를 받았다. 모인 의견들을 정리하고 요구안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대학생 의제 연구팀을 발족했다. 학생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기에 다양한 요구를 하나로 수렴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여러 계열의 요구안들을 잘 결합해 앞으로 진행될 대선에 반영토록 하는 것이 목표다. 나아가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에도 청년과 대학생이 대선 과정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들어 흐름을 이어가고자 한다.

 

Q. 학생사회의 의제가 다양화된 오늘날에도 대학 내 학생자치 기구가 정치적 의제의 공론장으로서 기능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 정치라고 하면 대개 여의도, 의회, 정당을 떠올린다. 그러나 정치란 근본적으로 일반 시민들의 삶을 바꾸기 위한 것이다. 대학생 또한 한 명의 시민으로서 일상과 직결된 정치적 의제에 공감하고 자신만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자치 기구는 현재 학내에서 대학생들이 의견을 내고 토론할 수 있는 기구로 기능하고 있다. 이 공론장을 통해 정치를 대학생들의 일상으로 가져올 때, 멀게만 느껴지는 정치적 의제를 가깝게 여기고 적극적으로 다룰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Q. 코로나19가 학생자치에 어떠한 영향을 줬다고 보는가.

A. 교육권 의제를 대학생 개개인이 피부로 느끼고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리라 생각한다. 이 고민들이 이후 총학생회나 기층단위 학생회에 본인이 느낀 문제에 대한 해결을 요청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질 것 같다. 이렇듯 지금 학생자치는 등록금을 포함해 교육권과 관련한 의제를 논하고 대응하는 움직임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대면 수업이 재개되면 학우들도 코로나 시국 동안 다져온 학생자치에 대한 기대가 증폭되리라 기대한다.

 

학생들이 모이지 않는 빈 캠퍼스에서도 학생자치 기구는 계속해서 의제를 발굴하고 있다. 대학생 당사자의 시각이 필요한 곳을 찾아 정치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학생자치가 몸살을 앓는 동안 이들이 지켜온 자리는 학생자치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그간 겪었던 위기를 발판 삼아 학생자치가 새롭게 출발할 모습을 기대한다.

 

글 김지원 기자
l3etcha@yonsei.ac.kr
김채영 기자
chykim19@yonsei.ac.kr

<사진제공 계원예대 총학생회,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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