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저출산 기본계획 시행 첫해, 정책의 방향을 살피다

지난 2020년 한국의 합계출산율*0.84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한국은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더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에 진입하게 됐습니다. 정부의 저출산 대응 정책에도 청년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The Y가 저출산 대응 정책을 둘러싼 논의를 짚어봤습니다.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 기본계획이 걸어온 길

 

지난 8월 감사원은 한국 인구구조의 미래상을 담은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감사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감사보고서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저출산 실태조사입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출산율 하락이 심각한 인구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5천만 명에 달하는 한국의 인구는 오는 21171510만 명으로 감소하게 됩니다. 또한, 전국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17년 기준 707만 명에서 2117796만 명으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설 것이라는 보고서의 예측은 놀라움을 안겼습니다.

이러한 감사보고서의 결과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측됐습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지속해서 감소해왔습니다.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약 1.2명대의 합계출산율을 유지하다가, 지난 2016년을 기점으로 가파른 감소 추세를 보였습니다. 2020년에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를 기록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는 역대 최저 합계출산율이며, 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가 되는 초저출산에 직면하며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것이죠.

정부는 지난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에 따라 5년 단위의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06년 시행된 제1차 기본계획은 출생아 수 증가를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습니다. 정부는 저소득층 아동 양육 가구를 대상으로 소득 및 고용의 불안정, 양육 부담 증가 등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5년 뒤 시행된 제2차 기본계획에서는 지원 대상을 중산층 가정으로 확대했습니다. 이에 더해서 일·가정 양립을 위한 환경 조성을 바탕으로 저출산에 대한 종합적인 접근을 시도하기도 했죠. 1·2차 기본계획은 자녀가 있는 가족을 중심으로 양육 지원에 중점을 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출산율이 계속해서 감소 추세를 보이자, 정부는 이전과는 다른 기조의 제3차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3차 기본계획은 청년 일자리, 주거 등에 대한 대책을 강화하고 사회 구조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지난 2015년까지 자녀 양육 가구 지원만이 저출산 사업으로 분류됐지만, 3차 저출산 기본계획부터는 사업 범위를 넓혀 청년의 일자리와 주거 지원까지 포함시킨 것이죠. 2020년 발표된 제4차 저출산 기본계획은 이러한 기조를 이어받아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조성이라는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4차 기본계획은 저출산의 주요 원인으로 성차별적 노동시장을 명시하고, 저출산을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닌 현상으로 인식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박기남 사무총장은 4차 기본계획은 여성의 불안정한 고용 개선과 돌봄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이전 계획보다 진일보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저출산 대응 정책, 제대로 흘러가고 있나요

 

정부에서는 그간 수 차례의 기본계획과 여러 사업을 통해 저출산을 해결하고자 노력해왔습니다. 그러나 합계출산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저출산 대응 사업의 방향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됩니다. 특히 저출산 예산의 범위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뤄졌습니다. 저출산 예산·사업에 대한 감사원과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저출산 예산은 429천억 원으로 지난 2020년보다 72천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에서는 저출산 대책의 목표와 거리가 먼 사업들이 포함됐다고 지적합니다. 일반 사업기술인력, 지역 문화기획자 등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 청년 취업을 지원한다는 명목 하에 저출산 대책 사업으로 분류됐으며, 프로스포츠 단체와 게임·문화 사업에 대한 지원 또한 저출산 대응 사업에 포함됐기 때문이죠. 이에 저출산 예산 자체는 증가했지만, 핵심사업에 대한 지원은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영유아 대상 예산 비중은 제1차 기본계획이 시행됐던 200676.8%에서 202126.1%로 감소했습니다.

반면 취업이나 주거에 대한 지원 또한 예산의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저출산 예산은 저출산만을 위한 특수 목적으로 만들어진 예산이라기보다는 저출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요소에 대한 예산의 총체라는 의미입니다. 스포츠 단체나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예산도 삶의 질 향상이나 출산 고려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면 저출산 예산으로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죠.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권영인 객원교수는 저출산 정책 및 사업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저출산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에 관한 재고려 없이 예산 기준을 비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청년이 정책을 잘 체감할 수 없다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지난 20206월 청년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청년세대의 행복은? 2030 삶에서 해답찾기에서 응답자의 49%아이를 낳으려고 하거나 낳은 사람(가족)을 잘 지원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권 객원교수는 정책의 초점이 과거와 달라져 청년이 정책을 체감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기존의 저출산 정책은 아이를 낳은 사람이나 출산 계획을 세운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졌지만, 현재의 정책은 지원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진하성(24)씨는 4차 저출산·기본계획 패러다임이 변화한 것을 잘 몰랐다저출산 사업에는 출산장려금과 같이 출산 관련된 정책만 포함된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출산 대응 사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

 

그렇다면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조성이라는 바뀐 패러다임에 맞는 결실을 얻기 위해 저출산 대응 사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우선 정책 핵심사업의 예산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자녀 양육 가구에 대한 지원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종서 인구정책연구실장은 “OECD 평균 수준과 비교해 GDP 대비 가족 지출 비중이 낮은 편이라며 연관성이 크게 떨어지는 정책을 정비하고 핵심사업에 대한 지출을 확대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 일본을 포함한 해외 주요 국가들은 저출산 사업 예산의 많은 부분을 자녀 양육 가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학령기 아동 돌봄에 대한 논의와 지원이 이뤄져야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학령기 아동 돌봄 수준은 높지 않습니다. 권 객원교수는 학령기 아동 돌봄 프로그램의 규모가 작으며, 충분한 신뢰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실제로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지난 4월 조사한 코로나19와 워킹맘의 양육실태에 따르면, 9세 이하 자녀를 둔 워킹맘의 84%가 긴급한 돌봄 공백이 생겼을 때 공적 돌봄이 아니라 조부모·친인척 등 가족 돌봄에 의존했습니다. 권 객원교수는 학령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가 추첨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돌봄 프로그램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의 규모 확대와 다양화를 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동시에 현재 기본계획으로 대변되는 저출산 정책에 다양한 정책과제가 포함돼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사회 제반에 대한 총체적인 예산도 간과할 수 없기에 다양한 정부 부처의 효율적인 협업과 예산 분배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청년들이 직면한 노동시장에서의 어려움이나 사회 문제에 대한 고민도 이뤄져야 합니다. 이에 대해 박 사무총장은 일터에서의 성평등 실현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정창률 교수는 일과 가정 양립이 가능한 공공일자리를 늘릴 필요가 있다부동산 문제, 높은 사교육비, 그리고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가정 양립 정책 달성을 위해 기존의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돼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영유아 돌봄 지원 수준은 높은 편이지만, 누구나 직장에서 육아 휴직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박 연구실장은 육아 휴직 제도의 사각지대는 고용보험제도의 사각지대와 같거나 그 이상이라고 말합니다. 육아 휴직 제도는 고용보험제도의 틀 내에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사각지대를 해소하지 않고 현 제도 틀 안에서 육아 휴직 수준을 강화한다면 좋은 일자리를 가진 노동자만 혜택을 받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권 객원교수는 현재 직장에서 육아 휴직을 사용하면 업무 불연속성과 경력 단절에 대한 고민, 동료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분위기 등을 마주하게 된다며 육아 휴직 사용이 어려운 직장 체계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결혼 이후에 출산이 이뤄진다는 전통적인 가족 패러다임을 깨고, 가족 형태에 따라 아동을 차별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 필요도 있습니다. 지난 4, 여성가족부는 건강가정기본법개정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법과 제도 안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변화하는 가족관을 뒷받침할만한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죠. 박 사무총장은 아이들은 가정의 형태·구성에 따라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아동을 대상으로 한 보건의료서비스, 양육 서비스 등을 보편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실질적 수혜자인 청년들이 정책 변화를 체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박 사무총장은 돌봄 인프라 제공으로 국가가 아이를 함께 키워준다는 믿음이 생기면 초저출산의 악순환 고리가 끊어질 것이라며 국가에 대한 믿음 형성을 강조했습니다. 권 객원교수는 적극적으로 정책을 홍보하고 청년이 정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출산 현상은 단순히 청년이 아이를 낳길 원하지 않는 현상이 아닙니다. 그 이면에는 출산 이후 제대로 된 지원의 부재, 여전히 존재하는 노동시장의 사각지대, 변화하는 가족관 등 복잡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번 저출산 정책이 청년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합계출산율: 가임 여성(15~49)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지표로, 출산력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표로 사용됨

 
글 김지원 기자
l3etcha@yonsei.ac.kr
이승연 기자
maple081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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