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독립서적, 『나의 10년 후 밥벌이』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고, 여러 갈래 길 중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할지 답을 내리기 어렵다. 이러한 고민은 20대에 가장 많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고민은 청년에게만 한정되지는 않는 듯하다. 나의 10년 후 밥벌이에는 중년에 접어들며 앞으로의 길을 그려가는 사람들의 고민과 이를 풀어가기 위한 저마다의 계획이 담겨 있다.

 

나의 10년 후 밥벌이의 작가는 연남동에서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책방지기다. 직장을 그만두고 결혼 대신 싱글의 삶을 택하며 혼자 책방을 운영한 지 7년째에 접어들던 해였다. 작가는 어떻게 미래를 그려가야 할까라는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혼자 서점을 관리해야 하지만 중년에 접어들며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또한 20~30대가 주를 이루는 독립출판 분야에서 젊은 문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생각이 막막함을 더했다. 여기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가 겹치며 서점의 매출이 크게 줄었다.

책방에 앉아 SNS로 친구들의 근황을 살피던 작가는 문득 다른 사람들의 미래 계획이 궁금해졌다. 그렇게 그녀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자 지인들을 인터뷰하게 된다. 세계 여행을 마친 친구,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대학 동기들, 이직을 고민하는 선배와의 대화를 비롯해 총 여섯 번의 인터뷰가 진행된다.

인터뷰이들의 답변에는 각자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 녹아있었다. 대학 시절 동아리 동기였던 혜영과 은영은 작가와 마찬가지로 40대 초반에 접어들었다. 혜영은 일찍이 아이 셋을 둔 다둥이 엄마가, 은영은 삼십 대 중반에 아기 엄마가 됐다. 작가가 이들에게 10년 뒤 계획을 묻자 자식들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힘들지만, 이들에게 엄마의 삶은 자신이 선택한 삶이자 원하는 삶이다.

서른일곱 살 늘샘은 여행하며 남긴 영상과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를 제작한다. 작가와 인터뷰를 진행하기 전까지 그녀는 535일간 남미, 아라비아,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세계 일주를 다녔다. 경비를 아끼기 위해 노숙을 했고, 강도를 만나 촬영 장비를 잃어버리기도 했다. 중년을 보낼 지역에 정착하는 보통의 삼십 대 후반과 달리 그녀의 삶에는 정해진 터전이 없다. 이처럼 오랫동안 여러 지역을 옮겨 다니면 경력을 쌓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이어나가기 어렵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창작하는 삶을 추구한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다.

 

직장 다니면서 월급이나 승진을 위해 사는 사람도 있고, 명예와 권력을 위해 사는
사람도 있고 누구는 육아하며 가족을 위해 살기도 하고요
.

저는 여행을 하고 영화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에요.”

 

늘샘의 이야기는 삶에는 정해진 단계와 길이 없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한편 명품 브랜드 매장의 점장으로 일하고 있는 마흔세 살 앨리스는 이직을 고민 중이다. 새로운 업무를 경험해보고 싶어서다. 만약 이직이 되지 않는다면 취득해 둔 미용사 자격증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생각도 있다. 그러나 수명이 길지 않은 분야에서 점장 자리를 내려놓고 나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 결혼 생각이 없던 예전과 달리 가정을 꾸릴 가능성도 열어두게 됐다. 이처럼 마흔에 접어든 나이에도 삶의 방향과 가치관은 계속해서 변하기도 한다.

멀리서 바라보면 20대에게는 자격증과 대외활동을 비롯한 스펙쌓기라는 정해진 단계가 있는 듯하다. 그리고 30대를 거쳐 중년에 접어들면서는 직장에 자리를 잡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인터뷰이들의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 사람들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길과 자신의 길을 비교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나의 속도와 방향에 맞는 길을 걷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비슷한 또래더라도 영화를 제작하는 여행가와 명품 브랜드 매장의 점장은 결코 같은 행복과 자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같은 엄마라 할지라도 혜영과 은영이 앞으로 10년간 가정을 지키기 위해 풀어가야 할 숙제도 서로 다르다. 여섯 번의 인터뷰는 자신이 추구하는 삶과 필요로 하는 것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나아가야 한다, 진부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일깨운다. 또한 자신이 바라는 삶의 모습은 시간이 흐르며 변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한다.

 

지인들과의 대화를 마친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방지기 일을 10년 뒤에도 이어가기 위한 계획을 세워나간다. 그리고 경로를 이탈하면 새로운 길을 찾더라도 현재 세운 길을 따라가 보자는 결론을 내린다. 당신은 어떤 삶을 원하고,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나요? 나의 10년 후 밥벌이가 독자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글 김채영 기자
chykim19@yonsei.ac.kr
<자료사진 별책부록>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