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의 ‘리추얼’을 분석하다

하루 한 번 하늘 보기, 하루 계획 짜기, 신문 읽기, 자기 전에 약 먹기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마음만 먹으면 일상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가벼운 자기 계발이라는 점이다. 오늘날의 MZ세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정량적인 스펙을 쌓는 것을 넘어 사소한 습관을 들이는 자기 계발에 열중하고 있다.

 

일상의 습관, 자기 계발이 되다

 

MZ세대는 본래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는 욜로(YOLO)와 플렉스(flex)로 대변됐다. 그러나 지난 2020년을 기점으로 리추얼(ritual)’이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했다. ‘리추얼은 규칙적으로 반복되며 삶에 에너지를 불어넣는 의식적인 행동을 의미한다. MZ세대는 부담 없이 자신의 일상을 바꿀 수 있는 리추얼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신한카드 빅데이터에 의하면, 지난 2020SNS에서 리추얼루틴에 대한 언급량은 전년 대비 약 83% 증가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1에서는 2021MZ세대의 트렌드로 오늘 하루 운동의 줄임말인 ‘#오하운을 꼽기도 했다.

MZ세대는 일상을 구성하는 모든 행동에서 리추얼을 형성한다. 대표적인 리추얼로는 미라클 모닝, 하루 만 보 걷기, 하루 30분 책 읽기 등이 있다. 혹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사소한 리추얼을 형성할 수도 있다. 일어나서 침대 정리하기, 분리수거 매일 하기, 집밥 챙겨 먹기 등 일상 속에서 의식적으로 습관을 들이기 위한 노력이라면 모두 리추얼에 해당한다. 리추얼 플랫폼 밑미의 공동설립자 김은지씨는 매일 먹는 아침밥이라도 급하게 먹으면 끼니를 때우는 것에 그치지만, 내 몸에 들어가는 음식을 소중히 여기며 의식적으로 식사를 하면 리추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루에 인센스 향 2~3개 피우기를 실천 중인 한승우(24)씨는 많은 일을 빠르게 처리하며 나 자신을 깎아 먹다 보니 인생을 천천히 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리추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MZ세대는 리추얼 형성 과정을 다른 사람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기도 한다. SNS‘#미라클 모닝’, ‘#러닝스타그램’, ‘#북스타그램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면 자신의 리추얼 기록을 남기는 수많은 계정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김나연(27)씨는 매일 인스타그램에 ‘#11라는 해시태그를 달면서 간단한 일기와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SNS뿐만 아니라 리추얼 플랫폼에도 이러한 특성이 잘 반영돼 있다. 대표적인 리추얼 플랫폼 그로우’, ‘밑미’, ‘챌린저스의 공통점은 자신의 리추얼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용자는 플랫폼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리추얼 달성 정도를 공유하고, 서로의 성장을 응원할 수 있다. 실제로 리추얼의 유행에 따라 MZ세대의 플랫폼 활용도도 높아졌다. 챌린저스 운영자 화이트 큐브의 최혁준 대표는 챌린저스 사용자 중 MZ세대의 비중이 85%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김은지씨 또한 밑미 고객의 대부분이 MZ세대라고 밝혔다.

 

리추얼로 나 자신을 가꾸는 즐거움

 

MZ세대는 왜 리추얼을 실천하기 시작했을까. 이를 논의할 때 시기적 요인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2년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사람들 간의 교류가 감소했다. 리추얼 플랫폼 그로우의 이상준 팀장은 코로나블루 현상이 확산하며 건강하고 생산적인 일상을 가꾸려는 욕구가 더욱 커졌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위기가 리추얼의 유행을 촉진했다는 것이다. 한씨는 노력만으로는 원하는 것을 이루기 힘든 시대에 무엇이든 도전하며 인생의 의미를 찾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리추얼 현상은 MZ세대의 성장욕구와 맞물려 있다. 이는 과거의 스펙 위주의 자기 계발이 성공욕구에서 비롯된 것과 대조된다. 최 대표는 영어 공부와 같은 역량 쌓기보다 샐러드를 먹는 등의 건강 챙기기를 향한 관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과거에 유행한 아침형 인간 되기와 지금의 미라클 모닝을 비교해도 그 목적이 각각 성공과 성장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김은지씨는 그간 사람들은 외부에 너무 많은 관심을 쏟느라 정작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고민해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MZ세대 사이에서 리추얼이 유행하는 이유에는 타인과의 비교에서 벗어나 개인적 성장을 이루려는 심리가 반영돼 있다는 의미다.

자기 돌봄을 필요로 하는 심리도 반영됐다. MZ세대는 규칙적인 일상생활로 정신건강을 지키려 한다. 작은 습관이라도 성취했다는 뿌듯함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만족감을 통해 자신을 보살피는 것이다. 지난 202011일부터 꾸준히 달리기를 진행하고 있는 권순현(25)씨는 리추얼 실천 이후 이루고자 하는 일에 대한 목표 의식이 강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나연씨는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 기록해나가며 내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었다고 전했다.

디지털 환경을 통한 리추얼 공유 문화에서도 MZ세대의 특성을 엿볼 수 있다. MZ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접해온 디지털 원주민이기 때문에 디지털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비슷한 습관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권씨는 러닝의 즐거움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싶어 SNS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김나연씨는 “SNS에 일기를 올리면 공개 선언과 같은 효과가 있어 리추얼 형성에 도움이 된다일기를 잘 보고 있다는 친구들의 댓글을 통해 습관을 이어나갈 동력을 얻기도 한다고 전했다. 일상 속 습관 형성 과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며 자기 계발의 범위를 넓혀가는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MZ세대는 자기 계발을 생활화하고, 리추얼을 남과 공유하며 즐겁게 성장해나가고 있다. MZ세대의 자기 계발에는 정해진 틀이 없다. 이들은 삶을 더욱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을 통해 다양한 리추얼을 주체적으로 만들어나간다. 권씨는 리추얼에 대해 꾸준함이 답이라고 말했다. 하루에 물 4잔 마시기, 10분 명상하기 등 사소한 습관으로 어제와 다른 오늘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어떨까.

 

글 이승연 기자
maple0810@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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