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고용, 문화 영역에서의 장애 청년의 어려움을 짚어보다

지난 2020년에 제정된 청년기본법5조 제1항에서는 청년의 기본권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존중돼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과연 모든 청년의 기본권은 동등하게 보장되고 있을까. 비장애 청년 중심의 사회에서 장애 청년은 한 청년으로서의 권리를 온전히 누릴 수 있을까. The Y가 장애 청년이 직면한 현실적 어려움을 짚어봤다.

 

장애인에게는 여전히 높은 교육의 문턱

 

정부는 지난 1995년 정원 외 선발 제도인 장애인 특별전형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장애인의 교육권에 관한 논의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후 대입 과정에서의 장애인 차별을 막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을 제정하는 등 장애인의 교육권에 관한 관심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의 2020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가진 장애인의 비율은 14.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입 평가 기준이 비장애인의 학력 수준을 중심으로 형성돼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학령기 장애 학생들의 교육 과정은 크게 공통교육과정과 기본교육과정으로 나뉜다. 공통교육과정은 일반적인 대입을 목표로 하는 교육 과정이다. 반면 기본교육과정은 공통교육과정과 달리 장애인의 독립적인 생활을 목표로 구성돼있다. 기본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는 일부 장애 학생들은 학력 중심의 대입 체제 속에서 구조적으로 배제될 수밖에 없다. 단국대 특수교육과 한경근 교수는 교육 과정부터 대입까지 비장애인 중심의 기준은 장애인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대학의 선발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장애 청년들의 어려움은 대학 내에서도 이어진다. 장애 대학생이 직면한 교육 불평등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더욱 두드러졌다. 코로나19 이후 다수의 대학이 전면 비대면 강의로 전환했지만 청각 장애 학생을 위한 수어 통역이나 자막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등 장애 대학생의 학습권은 보장되지 못했다. 지난 2월 교육부는 장애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 강화를 위한 장애대학생 원격수업 수강지원 기본계획을 발표했지만, 이 역시 일부 대학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장애 청년의 취업,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요?

 

장애 청년의 어려움은 교육을 넘어 고용의 영역에서도 이어진다. 정부는 장애인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고용법)을 통해 기업이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20년 장애인경제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만 15세 이상 등록 장애인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7%로 전체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에 비해 26%p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장애인의 실업률은 14.7%로 타 연령대에 비해 높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질 낮은 노동 환경에 처하기 쉽다. 2020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취업자 중 단순노무 종사자의 비율은 27.8%로 전체 인구 취업자의 2배에 해당하는 반면,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의 비율은 9.2%로 전체 인구 취업자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차원에서 취업 알선 기관을 통해 장애 청년의 취업을 지원하지만, 이마저도 장애 청년이 아닌 기관의 관점에서 이뤄진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고용노동부는 각 기관에 할당된 취업 목표량을 토대로 장애인 고용 성과를 평가하는데, 이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직업 평가 및 훈련 등을 포함한 직무 배치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장애 청년의 직무 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일자리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 취업률이라는 양적 지표 위주의 평가로 인해 직무 적합도 등의 질적 측면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하는 셈이다. 이에 서울장애인근로자지원센터 문회원 박사는 기관이 아닌 장애인의 입장에서 고용 성과를 가늠해야 한다“1년 이상 근속한 장애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만족도 평가를 실시하는 등 질적 평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장애 청년이 직면하는 직장 내 차별과 소외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장애인고용법 등 제도적 지원을 통해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직장 내에서 동등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 실제로 한국장애인고용안정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장애인고용안정협회 상담센터에서 고충 상담을 한 장애인 근로자의 75%가 퇴사했는데, 상담의 주요 내용은 직장 내 왕따 등 대인관계와 관련된 어려움이었다. 이와 관련해 이화여대 박승희 교수는 발달장애인의 지원고용 직무 환경에서 사회적 통합의 의미와 사회적 통합 증진 방안을 통해 장애인 고용 성과를 양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지양하고, 직장에서의 사회적 통합 정도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문화생활 속 어려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

 

장애 청년은 교육, 취업 등 성인기의 자립을 위한 필수 단계 이외에 문화 영역에서도 소외를 겪고 있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욕구 및 참여 실태에 따르면 문화 활동 참여율에서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격차는 47.7%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실제로 장애인의 사회활동 및 문화·여가활동 실태와 정책과제연구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응답자 중 50.7%가 문화·여가활동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체력 부족과 경제적 부담 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외에도 적당한 취미가 없고, 교통수단이 없고,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점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정부에서는 그간 문화바우처사업 확대,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사업 확대 등 세부 사업들을 통해 장애인 문화 활동의 활성화를 추진해왔다. 특히 장애인의 영화 관람 접근성 강화를 목표로 했던 제4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은 청각 장애인과 시각 장애인을 위해 자막과 화면 해설 음향을 제공하는 배리어프리 제도를 포함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서울, 대전, 부산의 영화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배리어프리 영화를 상영하는 곳은 전체 상영관 중 19.2%에 불과했다. 자율에 맡기는 권유 규정일 뿐만 아니라 책임이 명시돼있지 않아 제대로 시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 부위원장 최원빈씨는 정부 등의 각종 장애인 관련 계획에서 장애인의 문화권이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문화권은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에 더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이는 결국 교육·고용·문화 등의 영역에서 비장애인 청년 중심의 기준이 만연하며, 장애 청년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우리 사회는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청년기의 과업을 설정하고 지원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장애 청년은 한 청년으로서의 권리를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문 박사는 장애인 당사자로서 과거보다 장애인 고용이나 복지가 많이 개선됐다고 느낀다면서도 장애 청년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더욱 체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비장애 청년에게 교육, 취업, 문화생활은 일생에 쟁취해야 할 것이 아닌 당연히 거치는 단계로 여겨진다. 장애 청년에게도 다르지 않아야 한다. 장애 청년을 위한 관심과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김지원 기자
l3etch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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