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성을 고려한 배려와 청년으로서의 동등한 권리

많은 청년에게 초기 성인기는 자립을 달성하는 시기다. 이들은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교육을 받고 취업을 하며, 폭넓은 문화생활을 통해 다양한 삶을 체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발달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장애 청년이다. 장애 청년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오랫동안 운영됐지만, 현장에서 실효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장애 청년 제도, 잘 돌아가고 있나요?

 

장애 청년의 교육권과 관련된 주요 법안으로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아래 특수교육법)이 있다. 해당 법안은 생애주기에 따라 장애 유형과 정도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을 통해 특수교육대상자의 자아실현과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2008년 첫 시행된 이후로 10여 년간 특수교육대상 의무교육 연한 확대 장애학생 특별전형 실시 대학 수 증가 고학력 장애 청년 증가 등의 성과가 이뤄졌다.

교육 기회가 양적으로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질적 성장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예컨대 지난 2019년 국립특수교육원이 발간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기초 연구에 따르면 대학 내 장애 학생을 지원하는 기구가 존재하더라도 전담 인력이 부족하거나 구체적인 업무 지침이 부족해 전문성이 결여된 경우가 존재한다.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김미옥 교수는 학교별로 장애학생지원센터 설치가 의무화돼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콘텐츠는 미약하다고 전했다.

현재의 교육 지원 제도는 장애 학생의 수요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20년 교육부가 공시한 장애대학생 교육복지지원 활성화(2020-2022) 방안에 따르면 장애대학생의 해외연수나 교직 진출 등 다양한 수요에 대한 대응이 미흡해 개선이 필요하다.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아래 장대넷) 최원빈 부위원장은 양질의 교육이란 체육과 같은 문화적 측면을 포괄해야 하는데 특수교육대상자가 접근할 수 있는 교육의 폭이 제한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법령에 명시된 내용과 달리 장애 청년의 자아실현과 사회통합에 기여하는질 높은 교육은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

장애 청년을 대상으로 한 고용지원 관련 제도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장애 청년의 취업을 위한 제도로는 지난 1990년부터 시행된 장애인의무고용제도*’가 대표적이다. 해당 제도 시행 이후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천천히 상승곡선을 그려왔다. 2020년 말 기준, 장애인의무고용 사업체 전체 직원 중 장애인 비율이 최초로 3%를 넘기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민간사업체의 이행률이 저조하고, 보여주기식 고용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어 심층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의무고용률 미충족 사업체는 29개의 대기업을 포함해 총 459개다. 장애 청년의 구직 연계 및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해보는협동조합김현준 이사는 공공기관에서 보여주기식으로 11개월간 장애인을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부담금과 고용장려금 제도의 개선을 넘어 장애 청년의 역량 강화와 인식개선을 위한 지원책을 함께 마련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 제도는 취업 이후 장애 청년이 근로환경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을 해소하지 못한다.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모든 사업장에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장애인 근로자의 안정적인 근무 여건을 조성하고 장애인 근로자 채용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의무교육 횟수는 연 11시간 이상으로, 실질적인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김 이사는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직장생활에서 차별을 겪고 적응하지 못해 퇴사하는 장애 청년이 많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인식개선 교육이 의무적이고 형식적인 수준을 벗어나 실제로 문제해결의 필요성을 일깨울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렇듯 장애 청년의 삶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은 그간 양적 발전을 이뤄왔지만, 현실적으로 질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하는 실정이다.

 

장애 청년은
청년이 아닌가요?

 

고등교육에 진입하는 장애 청년의 수가 증가하고, 사업체의 의무고용률 수치가 증가했지만, 장애 청년의 의 만족도는 유의미하게 변화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간의 정책은 왜 장애 청년들의 일상을 바꾸지 못했을까. 바로 장애 청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장애 청년도 대학에 진학해 원하는 직업을 얻고 자아실현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 그러나 고용 현장에서는 장애 청년의 능력보다 장애가 주목받아왔다. 이는 특정 직종만을 중심으로 장애 청년 취업을 지원하는 획일화된 제도로 이어졌다. 실제로 지난 2017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고학력 중증 장애 청년의 진로 발달 및 취업 과정에 대한 질적 연구에 따르면 장애 청년은 특수교사, 사회복지사, 장애 관련 종사자 등 특정 직종에 편중된 채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장애 청년의 능력에 대한 편견으로 인해 선택할 수 있는 직종이 한정된 셈이다. 특히 20169월 한국장애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은 「청년 장애인의 경제활동 실태분석 및 고용 활성화 방안」에서 최근에는 고학력 장애인의 수가 늘고 있으나 이들이 자신의 능력과 경험에 맞는 취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제도는 그다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학력 장애인의 수가 늘고 있는 만큼 장애 청년들이 다양한 직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존의 편견과는 사뭇 다른 현장의 반응도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장애 청년을 고용한 기업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의회의 장애인의무고용률 미준수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고용 중인 장애 근로자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응답자의 62%였으며, 특히 생산성 및 업무 능력에 대한 만족도는 55.8%로 나타났다. 이는 고용 현장에서는 장애 청년 근로자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만, 능력보다 장애를 부각하는 제도 및 사회적 편견 탓에 장애 청년의 일자리가 한정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장애 청년은 청년 담론에서 소외된다. 지난 2020년 정부는 디지털 뉴딜 사업**’을 바탕으로 일자리 창출을 꾀하고자 했으나, AI와 코딩 등의 기술에 대한 장애 청년의 접근성 관련 논의는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다. 최 부위원장은 “‘청년을 말하는 청년 정책이 정작 장애 청년을 고려하지 않고 배제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장애 청년에 대한 이해 부족과 편견은 청년으로서의 장애 청년의 삶을 가리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의 정책은 장애 청년이 발달과업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장벽을 허물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으로 나아가야

 

장애 청년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선 비장애 청년이 다수인 사회에서 쉽게 보이지 않는 이들의 삶을 구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먼저 장애 청년을 지원하는 제도와 시스템에서 장애 유형 및 정도를 포함한 개별성을 고려해야 한다. 지난 8월 장대넷이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에게 전달한 수능 및 대학 학사 관련 장애학생 권리보장을 위한 제안서에는 장애 학생의 개별성을 반영한 편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최 부위원장은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으면 누구나 점자를 사용할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하지만 실제로 시각장애인 가운데 점자를 사용하는 비율은 절반을 넘지 않는다라며 장애 유형이 같더라도 장애 정도에 따라 필요한 자원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장애 청년이 자신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과 맞춤 훈련 또한 강화돼야 한다. 예컨대 유년기 또는 청소년기부터 장애 청년에게 가해졌던 차별로 인해 축적된 부정적인 경험은 향후 직장 적응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심화시킨다. 김 이사는 사회적 차원에서 직업교육뿐 아니라 사회 적응을 지원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전했다.

동시에 장애 청년을 청년으로 바라봐야 한다. 비장애 청년에겐 평범한 일상을 장애 청년은 어떻게 보낼지 상상하면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보인다. 최 부위원장은 휠체어를 탄 장애 대학생이 선배와 밥을 먹으러 약속장소에 가기 위해서는 이동권 보장이 선행돼야 한다장애인 콜택시도 두세 시간 기다려야 간간이 잡히는 환경에서는 문화권을 추구하기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원하는 교육을 받고, 진로를 탐색하며, 다양한 인적 교류와 문화생활을 경험하기 위해 장애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보호가 아니라 사회적 활동에 참여할 기회다.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박수경 교수는 장애 청년을 장애를 갖고 사는 한 개인으로 바라보고 이들이 비장애인과 동일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나아가 장애 청년의 교육권과 노동권, 문화권과 이동권 등을 서로 동떨어지지 않고 연계된 영역으로 바라봐야 한다. 장애 청년이 양질의 교육과 제약 없는 문화 활동을 바탕으로 자신의 역량을 개발할 수 있어야 자유로운 진로 탐색과 근로환경에서의 적응 또한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현재 장애 청년의 고용은 고용노동부 산하의 장애인고용공단에서, 교육권은 교육부에서, 복지 관련 제도는 보건복지부에서 주로 전담하고 있다. 김 교수는 부처 간의 긴밀한 협력이 강화된다면 각 영역 사이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장애 청년이 권리를 보장받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건강한 시민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전했다.

 

장애 청년은 장애를 가졌을 뿐 같은 청년이다. ‘장애라는 단어에만 주목해 이들의 삶을 바라보는 순간 개개인이 마주한 장벽은 가려진다. 장애 청년이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인간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이들의 삶을 세심히 살펴야 장애 청년 제도가 실효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장애인의무고용제도: 국가, 지자체,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의 공공기관, 민간기업이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 의무화한 제도. 의무고용률을 미준수할 시에는 부담금이 부과되고, 의무고용률을 초과해서 고용할 경우 장애인고용장려금을 통해 인센티브를 받는다.

**디지털뉴딜사업: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D(Data). N(Network). A(AI) 기반의 대한민국 회복전략.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소비, 원격근무 등 비대면화가 지속돼 디지털 역량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부각됨에 따라 정보통신기술을 전 산업 분야에 융합함으로써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국가 디지털 대전환 프로젝트.

 

 

글 김채영 기자
chykim19@yonsei.ac.kr
홍지혜 기자
gh4784@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