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장애인복지관’과 ‘들리지않는홈런소리’를 만나다

장애 청년도 한 명의 청년이지만, 이들은 청년으로서 삶을 꾸려나갈 기회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한다. 이를 극복하고자 장애 청년이 경험하는 직업과 문화의 범위를 확장해 나가는 두 단체가 있다. 바로 청년장애인 웹툰 아카데미에 참여 중인 기장장애인복지관과 농아인 야구단을 운영하는 들리지않는홈런소리. 이들의 행보는 장애 청년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았을까.

 

웹툰 아카데미,
발달장애 청년의 직업을 그려 나가다

 

웹툰 교육을 실시하는 '기장장애인복지관'
웹툰 교육을 실시하는 '기장장애인복지관'

 

Q. ‘기장장애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덕업일치프로그램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덕업일치(業一致)란 본인이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덕업일치프로그램은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웹툰 교육을 확산하고 장애인 작가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웹툰 교육이 이뤄지는 웹툰 아카데미’, 진로를 탐색하는 웹툰 진로체험’, 전시나 상품 제작에 참여하는 사회참여로 구성된다.

 

Q. ‘청년장애인 웹툰 아카데미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기장장애인복지관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발달장애인 작가 육성을 위해 ‘C-Art(씨앗)’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발달장애인들은 캐릭터나 만화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부산 지역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드로잉이나 웹툰을 교육하는 곳을 찾기 어려웠다. 이에 장애인도 본인의 흥미에 따라 다양한 교육을 받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도록 돕고자 덕업일치를 기획하게 됐다.

 

Q. ‘덕업일치를 이수한 발달장애 청년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

A. 참여자의 클립스튜디오* 활용 능력이 향상됐다. 개인의 특성에 따라 교육과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덕분이다. 참여자들은 자신만의 명확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으며, 언어로 구사하는 데 제약받던 감정과 생각을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웹툰 연재, 컬러링북 출간, 굿즈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타인에게 소개하며 자존감도 높아졌다.

 

Q. 발달장애인은 이야기를 구상하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편견도 존재한다.

A.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은 비장애인들에게도 어렵다. 발달장애인도 다른 사람처럼 각자의 관심과 재능에 따라 활동하며 살아간다. 발달장애 청년을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관심과 열정을 쏟는 우리 주변의 한 청년으로 인식하면 좋겠다.

 

Q. 앞으로 발달장애인의 원활한 진로 탐색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싶은가.

A. 발달장애인이 적성과 흥미에 따라 스스로 직업을 탐색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싶다. 사업참여 영역을 넓혀 일자리를 다양화하고자 노력할 것이다. 복지관에서는 서비스 중심 지원이 아니라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욕구 중심으로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농아인 야구단,
농아 청년의 삶에 날개를 달다

 

농아인 야구단 '들리지않는홈런소리'
농아인 야구단 '들리지않는홈런소리'

 

Q. ‘데프다이노스들리지않는홈런소리’(아래 홈런소리)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데프다이노스는 농아인 선수들로 구성된 야구단이다. 홈런소리는 지난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정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야구용품을 주로 생산하고 판매한다. 해당 수익금으로 데프다이노스를 운영하고 농아인 야구단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Q. 데프다이노스를 창단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농아인 야구가 프로리그에 진출하기 위해선 성인 아마추어 야구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야구단 지도자로 활동하던 지난 2011, 농아인 청소년 야구단을 다룬 영화 글러브가 개봉했다. 해당 영화를 본 후 농아인 야구가 프로리그에 진출하기 어려운 이유를 고민했다. 농아인이 비장애인보다 야구를 늦게 시작하는 것이 원인 중 하나였다. 그렇기에 원래는 어린 농아인을 선수로 육성하려 했지만, 어린이들이 선수단에 찾아오지 않았다. 농아인 야구가 굉장히 생소하다 보니 부모가 그 존재를 모르고, 자연스레 그 자녀들도 농아인 야구를 접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아 어린이들이 야구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성인 야구단을 먼저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Q. 야구단 활동 전후로 농아 청년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나.

A. 본인들이 추구하는 목표를 이뤘다는 믿음이 생긴 것 같다. 사실 데프다이노스 선수들은 야구를 잘하는 편은 아니다. 야구공을 주우러 다니는 시간이 많다. 그런데도 선수들은 야구를 하며 행복해한다. 삶의 질적 향상이 이뤄진 것이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무조건적 배려를 요구하지 않는 태도를 갖게 됐다. 홈런소리에서는 데프다이노스를 무조건 지원하진 않는다. 장애 선수들은 원래 무언가를 받는 데 익숙해져 있었지만, 활동에 필요한 것들을 자부담하도록 하면서 소속 선수들의 사고도 점차 바뀌었다.

 

Q. 앞으로 농아인의 스포츠활동 활성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싶은가.

A. 데프다이노스를 운영 중인 전라북도를 포함해 6개 지역에 농아인 야구단을 만들고 싶다. 홈런소리의 매출이 오르면 농아인 야구가 활성화되지 못한 전라남도, 경상남도, 제주도, 부산광역시, 광주광역시에 야구단을 창단하려 한다. 나아가 농아인 야구가 전국장애인체육대회의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정식종목이 돼 국가의 지원을 받으면 농아인 야구의 발전이 수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 깨알코너: ‘덕업일치에 참여한 이다은 작가와 미니 인터뷰

 

이다은 작가의 작품 「꿈꾸는 이는 누구」. 현실과 꿈 속의 경계인 거울을 마주 보는 소년을 그린 작품으로, 현실이 아닌 허상에 갇혀 있고 싶은 마음이 강한 이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이다은 작가의 작품 「꿈꾸는 이는 누구」. 현실과 꿈 속의 경계인 거울을 마주 보는 소년을 그린 작품으로, 현실이 아닌 허상에 갇혀 있고 싶은 마음이 강한 이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Q. 자기소개 부탁한다.

A. 그림 그리는 이다은 작가다.

 

Q. ‘덕업일치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림을 전문적으로 가르쳐 줄 사람이나 기관을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부산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진로 상담을 통해 덕업일치를 소개받아 참여하게 됐다.

 

Q. 교육 이후 개인적인 변화가 있었나.

A. 원래는 주로 종이에 연필로 그림을 그린 후 색연필로 채색하는 식으로 작업했다. 그러나 교육 이후 태블릿을 활용해 작품을 그릴 수 있게 되며 현대인이 된 느낌이 들었다. 또한 프로그램 강사가 클립스튜디오*를 내 수준에 맞게 가르쳐 준 덕분에 해당 툴도 능숙히 활용하게 됐다.

 

Q. 작품을 그릴 때 어떤 것을 중시하는가.

A. 현재 좋아하는 것과 떠오르는 것을 그림으로 표현한다. 마음속 장면이 그대로 그려졌는지를 중시한다.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내 그림을 받아들이고 다양한 감정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클립 스튜디오: 만화, 웹툰,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등의 제작을 지원하는 그래픽 툴. 기능이 직관적이고 간단해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글 이승연 기자
maple0810@yonsei.ac.kr

<사진제공 기장장애인복지관, 데프다이노스, 이다은>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