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 대학판을 그리는 사람들-➁] 대학문화의 꽃, 대학축제를 논하다

지난 2020,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학축제가 연이어 취소돼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찌 대학축제를 포기할 수 있으랴. 코시국에도 새로운 방식으로 대학축제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 대학축제의 대안을 모색해온 신라대 관광경영학과 양승훈 교수, 서울대 축제 기획 단체 서울대 축제하는 사람들’, 국민대 53대 총학생회 포인트를 만나 대학축제의 역할과 현재의 방향성을 짚어봤다.

 

대학문화의 꽃, 대학축제

 

신라대 관광경영학과 양승훈 교수
신라대 관광경영학과 양승훈 교수

 

대학축제는 오랫동안 대학문화의 으로 불려왔지만, 과거의 모습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국가기록원의 기록으로 만나는 대한민국홈페이지에 따르면 1980년대 대학축제에서는 정치색이 짙은 학술제나 토론회, 모의재판 등의 행사가 많이 열렸다. 이 시기에 대학을 다녔던 양 교수는 본래 사회참여 활동에 중점을 두는 단체들뿐만 아니라 풍물패를 비롯한 공연 동아리에서도 정치적, 사회적 문제의식이 공유됐다고 회상했다. 축제가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공론장의 역할을 했던 셈이다. 이는 민주화운동이 활발했으며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지금만큼 성행하지 않았던 당시 시대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대학축제의 양상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정치적인 색채가 옅어진 대신 엔터테인먼트 행사가 주를 이룬다. 유명 가수의 공연이 인기를 끌고, 많은 학과와 동아리들이 자체적으로 주점을 열기도 한다. 연예인 초청과 주점 위주의 대학축제는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가장 보편적인 대학축제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최근 10~20년간의 대학축제는 각 대학의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으며, 학생들의 주체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존재해왔다. 양 교수는 대학축제의 상업화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지만, 그로 인해 학생들의 주체적인 참여가 밀려난다는 점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획일화된 대학축제 문화 속에서는 학생들의 참여도를 질적으로 높이고 다양한 경험을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에는 학생들이 축제 기획과 연출 과정을 외부 기획사에 맡겨버리는 사례가 많다이로써 각 대학축제의 특성이 사라지고 공장식으로 찍어낸 듯한 모습이 돼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에 코로나19로 당면한 위기가 오히려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대학축제가 연이어 취소됐던 지난 2020년 상반기 이후, 일부 대학들은 온라인 위주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대학축제를 이어갔다. 예컨대 온라인 토크콘서트를 열어 총장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거나 라디오방송을 통해 학생들이 보낸 사연을 공유하고, 학생들이 직접 만든 물품을 판매하는 콘텐츠 등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초청공연의 빈자리는 자연스레 학생들의 참여가 주축이 돼야 하는 콘텐츠들로 채워졌다. 양 교수는 “MZ세대는 온라인 플랫폼 활용에 익숙하기 때문에 훨씬 많은 사람이 축제에 참여해 영향력을 증대할 수 있다온라인 대학축제가 상상의 공동체를 구현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학축제는 공동체의 화합을 도모하고, 대학 구성원 간 교류를 촉진하는 본연의 역할을 회복하기 위해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해야 한다. 양 교수는 대학만이 가지는 정체성과 다양성을 대학축제에 적극적으로 녹여내야 한다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축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제는 공동체의 파편화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왔기에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학생들을 결속시킨다면 그 의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다.

 

축제의 주인공은 학생,
대학축제의 생존법

 

시대의 흐름에 따라 대학축제의 양상이 변하더라도 그 중심은 대학의 공동체를 이루는 학생들에게 있어야 한다. 학생들과 소통하며 비대면 축제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서울대 축제하는 사람들과 국민대 총학생회 포인트를 만나봤다.

 

# 2021년 서울대 온라인 봄축제 페스월드

 

 

Q. ‘서울대 축제하는 사람들’(아래 축하사)2021년 서울대 온라인 봄축제 페스월드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축하사는 학우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기 위해 행사, 공연, 디자인, 홍보까지 전 분야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단체다. 페스월드란 페스티벌월드의 합성어로 축제를 즐길 수 있는 세계라는 뜻의 온라인 봄축제다. 코시국에 교내 행사의 부재로 침체한 분위기를 극복하고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기 위해 기획했다.

 

Q. 축제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가장 반응이 좋았던 프로그램은 무엇인지, 성공 요소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A. 미니게임인 미궁 게임이 가장 반응이 좋았다. 힌트를 보고 문제를 푸는 웹사이트 버전의 방탈출이다. 문제가 알차다 보니 익명 커뮤니티에서 홍보가 되고 많은 학생이 참여하게 된 것 같다.

주요한 성공 요소는 웹사이트. 자체적인 축제 전용 웹사이트를 최초로 개발했다. 웹사이트 안에 타로점을 쉽게 볼 수 있는 오늘의 타로서비스도 포함하는 등 학생 참여에 중점을 두고 플랫폼을 개발했다. 접근성이 좋아 기존의 대면 축제보다 더 많은 참여가 이뤄졌다고 내부적으로 평가한다. 실제로 3일 동안 웹페이지 조회 수가 12만 뷰를 넘겼다.

 

Q. 코로나19 이전의 축제와 코시국 축제에 큰 차이가 있나.

A. 축제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생겼다. 코로나19 이전의 서울대 축제는 연예인들이 많이 오지 않고 성대하게 열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재미없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대면 축제가 불가능해지며 기존에 서울대에서 추구하던 학생들만의 축제를 만든 것이 오히려 기회였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대학축제에서 축제에 집중했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대학에 중점을 두게 됐다.

 

Q. 코로나19로 대면 축제 개최가 거의 불가능한 시기에도 대학 사회에서 축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이기 때문이다. 결국 재밌으니까축제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이후 개인주의가 만연해지며 대학에서만 즐길 수 있는 공동체적인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다. 축제가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각자의 생각과 가치관을 확립해 나갈 수 있는 구심점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대 2021On-Tact 대동제 [라일락: 젊은 날의 추억]

 

 

Q. 국민대 2021On-Tact 대동제 [라일락: 젊은 날의 추억]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축제 이름은 5월의 꽃인 라일락과 그 꽃말인 젊은 날의 추억을 따와서 정했다. 20대의 청춘을 모두가 함께 모여 즐기는 자리라는 뜻이다. 가요제 여름밤에 우린’, 보이는 라디오 포인트의 볼륨을 높여요’, 중앙동아리 공연 ‘Voice Mail: 잘 가 봄, 안녕 여름뿐만 아니라 온라인 상설거리 *보러 가자’, 온라인 전시회 ‘Cure: 치유로 구성됐다.

 

Q. 비대면 축제의 성공 요소는 무엇이며, 이를 기반으로 무엇을 발전시키고 싶은가.

A. 학생들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접근성을 높인 것이 성공 요소라 생각한다. 가요제 여름밤에 우린은 유튜브 스트리밍을 활용하며 실시간 문자투표를 통해 결승전을 진행했다. 또한 칠리카톡방탈출X포인트-온라인 방탈출[국민대탈출]’은 카카오톡 채널로 진행됐으며, 잘 짜인 문제로 학생들의 흥미와 경쟁심리를 유발했다. 온라인 상설거리 *보러 가자는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를 활용해 접근성을 높였다. 덕분에 축제가 중간고사 기간과 겹쳤음에도 많은 학생이 참여했다.

앞으로는 발전하는 기술을 토대로 학생들과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축제를 만들어나가고 싶다. 이번 축제에선 유튜브 스트리밍 댓글로 학생들과 소통했다. 이후 축제에서는 무대 LED판의 크기를 키워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학생들과의 소통을 확장해 나가고 싶다.

 

Q. 코로나19로 대면 축제 개최가 거의 불가능한 시기에도 대학 사회에서 축제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 축제는 학내 구성원들이 한데 모여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리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사람과의 추억을 만들고, 누군가는 성취감을 느끼며,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어울림의 장이 된다. 특히 다수의 구성원이 하나의 공통된 경험을 공유하는 것은 소속감과 동질감 이상의 연대를 형성한다. 비대면 체제가 이어져도 축제 분위기를 상기시키고, 대면 축제에 대한 기대감을 잃지 않으며 축제를 이어가야 한다.

 

Q. 앞으로의 대학축제의 지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시대와 상황에 따라 대학축제가 변해왔지만 본질적으로 학생들과 함께하는 행사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그 가운데서도 소통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조되는 키워드다. 앞으로는 학생들과 소통하며 다양한 플랫폼과 아이디어를 발전시켜야 한다. 결국 학생들이 가장 즐길 수 있는,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축제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축제는 변화하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으며, 학내 구성원 간 쌍방향 소통의 기회를 마련했다. 앞으로도 끊임없는 변화를 통해 학생들이 대학축제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아야 하지 않을까. 새로운 형태의 대학축제가 코시국 이후 침체한 학생 사회에 꽃을 피우길 기대해본다.

 

 

글 김채영 기자
chykim19@yonsei.ac.kr
홍지혜 기자
gh4784@yonsei.ac.kr

<사진제공 국민대 총학생회, 서울대 축제하는 사람들, 양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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