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둘러싼 쟁점을 짚어보다

교육과 학문 연구를 위한 공간인 대학, 이러한 대학을 평하는 수많은 평가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2021년에 발표된 3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는 대학과 구성원들에게 조금 더 심각한 문제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총장단의 공동 항의, 재학생들의 과잠 시위 등 반발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면 짐작할 수 있죠. 2021 대학 기본역량 진단,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걸까요. 『The Y』가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둘러싼 쟁점을 살펴봤습니다.

 

교육부 ‘공정한 심사’ vs 대학 ‘이의 신청할 것’

 

지난 8월 17일 교육부는 각 대학에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를 통보했습니다. 일반대 25개교와 전문대 27개교를 포함한 총 52개교가 일반재정지원 대학에서 무더기 탈락했다는 내용이었죠. 이에 52개 대학 중 47개 대학이 교육부에 이의를 신청했습니다. 대학들의 이의 신청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9월 3일, 가결과와 동일한 최종 결과를 확정 발표했습니다.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학별 제출한 이의 신청에 3단계 심의 과정을 거쳤다’며 ‘평정 결과를 변경할 사항이 발견되지 않아 대학들의 이의 신청에 대해 전부 기각 결정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에 대한 후폭풍은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교육부의 최종 결과 발표 이후 미선정대학 52개교 총장단들은 곧바로 공동 항의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총장단은 성명문을 통해 ‘진단 보고서로 우열을 가리고 근소한 차이로 이분법적 처분을 내려 재정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평가의 공정성 차원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평가 기준 중 교육과정과 같이 평가위원의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정성 항목의 객관화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일반재정지원 미선정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들의 반발 또한 거셌습니다. 성신여대 학생들은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입장문을 통해 학교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일 것을 교육부에 촉구했습니다. 인하대 학생들도 자발적으로 트럭 시위와 과잠 시위, 해시태그 릴레이 등을 진행하며 평가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했습니다. 인하대 기계공학과 박영경(23)씨는 “트럭 시위를 위해 학내에서 자발적으로 진행한 모금에 2시간 동안 1천만 원이 모인 것을 보고 학우들의 뜨거운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 무엇이길래 학생들의 반발까지 일어난 걸까요. 교육부의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지난 2014년부터 오는 2023년까지 대학 입학 정원 16만 명을 감축하기 위해 3년 주기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학 교육의 질적 개선, 대학 간 균형 발전, 고등교육의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타 대학평가와는 다른 위상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일반재정지원 대학에 탈락하면 학자금 대출과 장학금 등 재정적 영역에 제한이 가해짐과 동시에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대학 평판뿐만 아니라 신입생 모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죠.

 

2021 대학 기본역량 진단, 무엇이 달랐나

 

이번 대학 기본역량 진단은 2021년 진단 기본계획에 따라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에 의해 실시됐습니다. 핵심 교육여건과 성과를 바탕으로 부정·비리 등을 종합해 일정 수준 이상의 자율 혁신 역량을 갖춘 대학을 선정했습니다. 이번에는 선정 과정에서 지역 균형 발전을 고려한 권역별 선정이 확대 적용됐습니다. 교육부는 권역별 균형 발전을 위해 일반재정지원 대학의 권역별 선정과 전국 단위 선정 비중을 9:1로 설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일반재정지원 대학의 90%를 권역별로 우선 선정하며 나머지 10%는 권역과 관계없이 전국 단위에서 점수가 높은 순으로 선정했습니다. 지난 2018년, 2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 당시 해당 비중이 5:1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꽤 늘어난 수치입니다. 이와 함께 대학 소재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학생 충원율, 전임교원 확보율, 취업률 등 주요 정량 지표에 대한 만점 기준을 각각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눠 분리 적용했습니다.

강화된 권역별 심사 방식을 두고 상반된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지역 균형 발전 요소를 반영하겠다는 권역별 심사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지방 소멸 지역에 있는 대학들이 대거 탈락하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번 진단 결과에서 ‘전문대 강원·충청권’의 경우 강원도 소재 전문대 7곳 중 2곳만이 선정돼 28.6%의 선정률을 기록했습니다. 전국 전문대 평균 선정률이 81%인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낮은 수치입니다. 정의당 강원도당 학생위원회 이상우 학생위원장은 “강원도는 충청도와 공감대를 형성하지도 않으며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며 권역 내 격차를 고려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습니다. 경상북도 경주시에 위치한 위덕대의 총학생회장인 이다영씨는 “같은 점수라 해도 권역 내 지역의 상대적 수준에 따라 당락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평가 방식이 불합리하다고 느껴진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90%라는 권역별 선정 비율이 과도하며 이는 수도권 소재 대학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전국 기준으로는 교육여건과 성과가 우수한 수준임에도 수도권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이죠. 박씨는 “이러한 심사 기준은 수도권 소재 대학에 시작부터 불리한 평가”라고 전했습니다.

정성진단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습니다. ▲특성화 계획 또는 중장기 계획 등 발전 계획 ▲자율지표 ▲구성원 참여·소통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 ▲학생 학습역량 지원 ▲진로·심리상담 지원 ▲취·창업 지원은 정성진단으로만 평가되는 지표입니다. 특히 전체 평가의 20%를 차지하는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 지표가 논란입니다. 다른 평가에서는 교육과정의 우수성을 인정받았음에도 해당 지표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대학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하대의 경우 지난 2017년부터 2021년 2월까지 참여한 교육부의 대학자율역량강화지원사업(ACE+) 사업에서 학부 교육 발전에 대해 우수한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2018년 진단 이후 3개년 자료를 활용한 대학 기본역량 진단의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에서는 100점 만점 중 67점을 받는 데 그쳤습니다. 군산대나 성신여대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박씨는 “이런 모순적인 상황은 교육부 평가 지표가 부실함을 드러낸다”며 “해당 지표에서 낙제점을 받은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아 학우들이 의문을 가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교육부에서는 “다른 재정지원사업 평가는 목적, 내용, 대상 기간 등에 차이가 있기에 이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고 대학설립준칙주의*로 무분별하게 늘어난 부실대학을 줄이기 위해 대학 기본역량 진단 자체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그러나 평가를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지표의 합당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이번 진단 결과가 주목받으면서 평가 기준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먼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 권역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 학생위원장은 “권역으로 묶인 지역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스포츠 대회에서 체급별로 경기를 치르는 것처럼 지역 발전 수준에 따라 권역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학생위원장은 “체급이 다른 강원도와 충청도를 묶어 경쟁하도록 하면 오히려 강원지역 대학의 소멸을 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대학의 본래 역할에 맞는 지표를 평가의 중심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대학의 역할은 학문 연구와 학생 교육입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이종우 정책부실장은 “졸업생 취업률과 학생 충원율이 평가항목에 들어가는 것이 옳은지 의문스럽다”고 말합니다. 대학이 이미 ‘직업 양성소’처럼 돼버린 상황에서 졸업생 취업률 지표는 이를 심화시킬 뿐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이 정책부실장은 “대학은 역량이 있는 학생을 뽑는 곳인데 학생 충원율 지표는 정원을 얼마나 채웠는지에만 초점을 맞춘다”고 지적했습니다.

정성진단의 비중을 높이고, 동시에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이 총학생회장은 “전임교원 확보율과 교육비 환원율 등의 정량진단 지표에서는 자본을 얼마나 투자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한다”며 “이는 재정 규모가 작은 소규모 대학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정량진단 비중이 높을수록 재정을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는 대학이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숫자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지는 정량진단이 대학별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학생위원장은 “2주기 대학 기본역량 진단과 비교했을 때 이번 전문대학 평가 지표에서 지역사회 협력·기여 부분, 대학 운영의 건전성 등의 지표는 제외되거나 배점이 줄어들었다”고 말합니다. 대학마다 놓인 상황을 판단해 평가하기 위해선 교육 내용, 지역 상생, 대학 특성화, 학생 만족도 등의 평가 비중이 높아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 학생위원장은 “정성평가에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을 제시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대학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같이 해결하려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대학사회에는 입시비리, 공금횡령, 부정부패 등의 고질적인 문제가 항상 존재해왔습니다. 이 정책부실장은 “교육부는 평가를 통해 대학의 수를 조정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며 “대학평가 시행과 더불어 교육부는 문제 상황을 직접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대학사회의 문제에 얽힌 매듭을 끊어야 할 시기라는 것이죠.

 

교육부는 이번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 대한 항의가 거세지자 탈락 대학에 재도전 기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The Y』가 만난 취재원들은 평가 지표가 바뀌지 않는다면 이것 또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이제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왜 시행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그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입니다. 교육부와 대학 구성원들의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 대학설립준칙주의: 최소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대학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한 제도.

 

글 김지원 기자
l3etcha@yonsei.ac.kr
이승연 기자
maple0810@yonsei.ac.kr
<사진제공 인하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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