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스타의 부상과 그 이유를 짚어보다

시니어 스타들이 MZ세대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4월 종영한 드라마 『나빌레라』는 할아버지 무용수 지망생이 스물셋 무용수 지망생을 북돋아 주는 이야기로 청년 시청자에게 여운을 남겼다. 이 외에도 예능프로그램, 유튜브, 광고 등 여러 매체에서 시니어 스타와 MZ세대가 유대를 형성하고 있다. 40세가량을 웃도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세대 간 교류의 장이 펼쳐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니어 스타의 부상과 그 이유를 짚어봤다.

 

시니어 스타, MZ세대의 ‘스타’가 되다

 

유튜브 채널 ‘박막례 할머니 Korea Grandma’를 운영하는 박막례씨는 뷰티와 요리, 먹방을 포함한 다양한 영상을 제작하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난 8월 디자이너 장명숙씨가 발간한 에세이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는 8월 4주차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1위에 올랐다. 이들은 높은 연령에도 불구하고 2030 세대의 사랑을 받고 있다. 박막례씨의 유튜브 채널의 주요 구독자는 청년층이다. 장명숙씨 에세이의 주요 독자는 2030 세대 여성으로, 이들이 전체 구매자 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나아가 시니어 스타들은 젊은 층이 타깃인 기업의 광고에 등장하고 있다. 배우 윤여정씨는 2030 세대 여성이 주로 이용하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의 모델이다. 본래 주요 이용층과 비슷한 나이의 모델이 제품이나 기업 등을 홍보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시니어 스타의 인기는 결코 평범한 현상이 아니다. 그간 노년층에 대한 청년의 인식은 긍정적이지 않다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의 ‘노인인권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19~39세 청년 응답자의 88.5%가 ‘노인·청년 간 대화가 안 통한다’고 답했다. 꼰대라는 은어가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나이 많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젊은 층 사이에서 사용되는 모습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더해 기술의 발달로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며 각 세대가 거치는 경험 간의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유튜브 채널 ‘꼰대박’을 운영하는 박광희(64)씨는 “내 유년 시절에는 기성세대의 문화가 오랫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요즘은 세상이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빠른 변화에 따라 청년층과 기성세대 사이의 거리도 멀어진 것이다. 이처럼 노년층에 대한 청년의 고정관념이 사회적 문제로 일컬어지고, 청년과 노인이 느끼는 세대 간 격차가 큰 것을 고려하면 MZ세대 사이에서 시니어 스타 콘텐츠가 인기를 끄는 것은 이례적이다.

 

우리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MZ세대가 할머니, 할아버지뻘 스타들의 이야기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젊은 세대 가운데 유행하는 뉴트로 트렌드와 연관 지을 수 있다. 뉴트로는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일컫는다. 패션이나 식생활 등, 시니어 스타가 본인 세대의 전유물로 존재했던 문화를 활용하는 콘텐츠들을 통해 젊은 세대는 옛것을 친근하게 받아들인다. 나아가 과거의 문화를 자신들의 문화로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다. 예컨대 유튜브 채널 ‘밀라논나 Milanonna’에는 오래된 옷가지와 액세서리들을 깨끗하게 보관하고 감각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들이 다수 소개돼있다. 영상을 본 한 대학생 시청자는 “선생님 영상을 보며 앞으로 어떻게 옷장을 채워야 할지 갈피가 잡힌다”는 댓글을 남겼다. 대학생 박수현(23)씨는 “청년들이 평소 경험하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들을 시니어 스타들을 통해 접하며 기성세대와 공감대를 형성한다”며 “이중 지금의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은 직접 시도하며 뉴트로 흐름에 일조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또한 시니어 스타들이 등장하는 콘텐츠에 담긴 특유의 따뜻함과 정겨움도 MZ세대가 시니어 스타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와 맞닿아있다. 요리 콘텐츠를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는 박막례씨는 유튜브 영상에서 “댓글로 맨날 내가 보니 해달라 그러드먼, 내가 오늘 해줄게. 잘 보고 따라서 해 봐라”고 말하며 친근하게 레시피를 알려준다. 대학생 손모(23)씨는 “시니어 스타 콘텐츠들의 잔잔함이 편안하다고 느꼈다”며 “치열하고 빠르게 굴러가는 사회에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주는 포근함과 따스함이 시니어 스타를 찾게 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무엇보다도 MZ세대가 시니어 스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이유는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어른을 찾기 위해서다. 지난 2020년 6월 시장조사 전문 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69세 남녀 1천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와 30대 중 ‘존경할 만한 주변의 어른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각각 56.5%와 50.5%인 것으로 나타났다. 두 명 중 한 명이 어른의 부재를 느끼고 있던 셈이다. 이처럼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시기에 있는 다수의 청년은 조언을 구할 사람을 필요로 한다. 최근 영화 『미나리』와 예능프로그램 『윤스테이』에서 활약했던 배우 윤여정씨는 솔직하면서도 젊은 세대의 마음을 위로하는 말들을 남겨 더욱 주목을 받았다. 박수현씨는 “청년기는 청춘이라고 불리지만 불안을 많이 느끼기도 하는 시기”라며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요즘 MZ세대들은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콘텐츠를 많이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손씨는 “오랜 시간을 살아내신 분들에게서 느껴지는 단단함 자체가 힘이 된다”고 말했다.

세대 격차가 심하다는 비판이 무색할 만큼 청년들은 시니어 스타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있다. 기존의 인식과 달리 청년들은 기성세대와의 소통을 차단하지 않았으며 진정한 어른과의 만남을 원하고 있다. 박광희씨는 “꼰대는 물어보지도 않은 이야기를 하거나 나이에 걸맞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한편, 어른은 물어봤을 때만 조언을 건네고 연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며 꼰대와 어른의 차이를 설명했다. 시니어 스타가 보여주는 연륜이 MZ세대가 ‘어른’을 찾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켰다고 볼 수 있다. 대학생 최하은(22)씨는 “스물두 살인 나는 노년층이 오랜 세월 겪어온 경험을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며 “나이 드신 분의 모습을 통해 통찰력과 성실함과 같은 지혜들을 배울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서로 다른 경험을 지녔더라도 청년 세대와 노년 세대가 충분히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MZ세대는 모든 기성세대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노년층의 이야기에 친근감을 느끼기도 하고, 이를 받아들여 자신들의 문화로 재해석하기도 한다. 연륜을 통해 삶의 지혜를 얻고자 하는 욕구도 있다. 꼭 한 분야에서 크게 성공하거나 유명한 인사여야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다. 박수현씨는 “선구자적 면모로 알려진 분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시니어 스타와 MZ세대 사이 소통의 장이 더욱 많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글 김채영 기자
chykim19@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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