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존엄하고 생명은 고귀하다는 걸 모르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꺼져 가는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많은 사람이 위험을 무릅쓰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하고, 각고의 노력 끝에 생존 가능성이 낮은 환자가 회복하는 경우에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생명을 지켜낸 것에 대해 자축하기도 한다.

그런데 지난 928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자살률이 꾸준히 감소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2020년에 인구 10만 명당 25.7명이 고의적 자해에 의해 사망(아래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청년층에서는 오히려 자살률이 증가하여 20대 사망자 중 자살이 약 54.3%에 달했다. 2019년과 비교할 때 전체 자살률이 4.4% 감소한 것과 달리 20대는 12.8% 증가한 것이다. 10대와 30대에서도 각각 9.4%, 0.7%씩 증가했다.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여 아름답고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야 할 젊은이들이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버리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다.

자살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로 우울증 환자의 증가가 손꼽힌다.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실에 따르면 20대 우울증 환자는 2020146977명으로 201665104명과 비교하면 5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아마도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관계 단절, 취업난 가중 등 청년층이 감당하기에 녹록지 않은 사회적 문제가 청년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시급한 일은 청년층의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앱이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스스로 정신건강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고, 학교는 물론 사회에서도 필요한 경우 쉽게 상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우울한 기분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지만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으로 발전할 경우 개인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지 않더라도 상담사가 발견한 치료대상자를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와 연결해 주는 제도 등 청년들의 정신건강 회복을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지난 70년 동안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층의 자살률이 높아지고,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나라의 장래를 어둡게 하는 사회적 문제이므로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전 국민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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