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이 멀지만, 꼭 필요한 제도

장호진(정외·21)
장호진(정외·21)

 

지난 914일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지방대학 및 지역 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시행령 일부개정안(아래 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에 의해 지방대학의 의대·치대·간호대나 전문대학원의 지역인재 선발이 법적으로 규정됐으며, 지역인재의 요건도 이전과 달리 구체화 됐다. 지역인재 선발 자체는 오는 2023학년도 입시부터 시작되며, 강화된 지역인재 조건은 2028학년도 입시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개정안의 의도가 지방대학 육성과 더불어 지역인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도의 실효성 문제와 수도권 인재에 대한 역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반대하는 이들은 학생들이 지방 의대·치대·간호대를 졸업하더라도 수도권에서 일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점과 이미 지방대 학생의 40%가량이 지방 학생이라는 점을 들어 이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또한, 의대·치대·간호대의 지역인재 인원을 늘리는 것이 과연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느냐는 주장도 존재한다.

현재 지방대학들의 지역인재 선발 실태를 볼 때, 위 개정안은 꼭 필요하다. 열린민주당 강민정 의원실은 지방 국립대 의과대학의 지역인재 전형 최종등록자의 10% 이상이 고등학교만 그 지역에서 졸업한 '허위 지역인재'라고 밝혔다. 이는 현재까지 지역인재 전형이 고등학교 소재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인데, 수도권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했더라도 지방에 있는 전국단위 자사고나 특목고를 졸업함으로써 지역인재 요건이 성립됐기 때문이다. 지역인재 선발 요건 강화 조치로 인해 이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모두 수도권 외 지역에서 졸업해야 지역인재 대상자로 선발되므로 이러한 '허위 지역인재'를 막게 된 셈이다.

지역인재 선발 의무 제도로 인해 수도권 지역 학생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현재의 입시 제도에 의하면 지방대학들은 2~30%의 학생들을 그 지역 학생들로 선발해야 하고, 실제로 약 40%의 학생들이 수도권 출신이 아니다. 그렇기에 지역인재 선발을 의무화한다고 급작스레 수도권 지역 학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수도권 학생과 지방 학생이 받는 교육의 질에 차이가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0 초중고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학생들의 약 75%가 사교육을 받지만, 읍면지역 학생 중 사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57%에 불과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21년 일반고 3학년 인문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사교육을 받으면 수학 성적이 상위권에 속할 확률은 56% 증가하고, 영어 성적이 상위권에 속할 확률은 53% 증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방 학생들이 수도권 학생들만큼의 교육 기회를 보장받기 전까지는 지역인재 선발 의무 제도가 꼭 필요하다.

지역인재 유출을 막아 지방대학을 육성하면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도 해결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지난 2017년 실시된 전국 327곳의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한 의료질 평가에서 지난 3년간 수도권 병원의 의료질 등급은 변화가 없거나 상승했다. 반면 강원도, 대전·충청권, 대구·경북권 등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최하 등급이나 등급외를 받은 병원 비율이 늘어나면서 의료질 등급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지역인재 유출을 막고 지방에 있는 의과대학을 육성하여 지방 병원을 수도권 병원 이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면 환자 유출도 막고, 지역 간 의료서비스 격차 역시 해결될 것이다.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막아 지방대를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선한 것이 맞다. 하지만, 이 제도가 조금 더 의도에 가까워지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추가돼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일부 사람들의 주장처럼 지방대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수도권 지역에서 개업하고 살아간다면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은 단기적인 정책이 된다. 지역인재 혜택을 통해 지방대학을 입학한 의학 계열 학생들에게는 기간을 정해 의무적으로 그 지역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근무하도록 하거나, 지역의 개인병원 개업을 지원하여 지속해서 그 지역에 살아가면서 지역 균형 발전을 돕는 수단이 필요하다. 또한, 의과대학에서 시작한 지역인재 제도가 일반 학과로 확장되어 궁극적으로는 수도권 대학에 대한 과도한 선호현상을 타파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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