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연령 하한이 능사 아니다

요즘 애들이 어른보다 무섭다가해자가 촉법소년인 범죄가 보도될 때마다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촉법소년 제도가 어른 못지않게 잔혹한 소년 범죄자들에게 면죄부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0대 국회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자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촉법소년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지난 912일 오토바이 2대를 훔쳐 도심을 질주한 10대 청소년 4명이 검거됐다. 이 중 3명은 촉법소년으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가정법원 소년부에 송치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20187월 관악산 집단폭행 사건, 201912월 구리시 초등학생 동급생 살해 사건 모두 가해자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소년부로 송치됐다.

형법9조는 14세 되지 않은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14세 미만을 형사책임능력이 없는 형사미성년자라 해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것이다. 소년법4조는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죄를 범한 소년 중 벌금형 이하 또는 보호처분 대상 소년인 범죄소년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소년인 촉법소년 우범소년*을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할 것을 규정한다. 앞선 사건들에 등장한 촉법소년은 형법상 형사미성년자인 탓에 형사처벌은 받지 않지만 소년법에 의해 감호위탁 수강명령 사회봉사명령 보호관찰 소년원 송치 등 보호처분을 받는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이승현 선임연구위원은 10~13세 청소년들은 형사 책임연령에 해당하지 않으나 규율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소년법으로 특별히 처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촉법소년 제도는 처벌을 피해 가는 면죄부로 여겨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소년부 재판에 넘겨진 소년범은 1~10호 보호처분을 받으며, 이 중 6~10호는 구금의 기능을 한다. 소년법에 따라 6호는 민간 위탁 보호시설, 7호는 의료시설, 8~10호는 1개월 이내~2년 이내 소년원에 송치된다. 대법원의 ‘2020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보호처분을 받은 만 19세 미만 청소년 24131명 중 1497명은 6, 269명은 7, 2662명은 8~10호 처분을 받았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최대 2년 동안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는 10호 처분은 사실상 중형 선고나 다름없다촉법소년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는 것처럼 알려진 것은 오해라고 설명했다.

최근 촉법소년의 수가 급증하고 있다는 통계가 연이어 공개됐다. 지난 831일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아 발표한 최근 5년간 촉법소년 소년부 송치현황에 따르면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의 수는 20187364, 20198615, 20209606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대법원의 법원통계월보에 따른 촉법소년 처리 건수 역시 20189334, 20199376, 20201112건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현재 촉법소년에 대한 정확한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공식 통계는 없다. 대검찰청의 범죄분석에 따르면 만 14세 미만 범죄는 0건이다. 14세 미만 소년범은 경찰에서 검찰이 아닌 법원으로 곧바로 송치돼 정확한 수치를 기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 2018년부터 통계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2018년 이전 자료마저도 범죄소년과 촉법소년을 구분하지 않은 채 만 10~18세 피의자가 통틀어 집계됐다. 경찰대 행정학과 한민경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만 14세 미만 소년범을 파악할 수 있는 공식 통계조차 미비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 선임연구위원 역시 대법원의 사법연감이나 검찰의 범죄분석은 다른 소년범과 촉법소년 통계가 혼재돼 있다언론에 주목받을 정도로 촉법소년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형사미성년자 연령 하한
효과는 미지수

 

촉법소년이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례가 꾸준히 보도되면서 촉법소년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소년법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지난 20201월 교육부는 ‘4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에서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 13세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현재 국회에선 형사미성년자와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만 14세에서 각각 만 13, 12세로 낮추는 소년법형법 일부개정법률안 2개가 계류 중이다. 83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은 소년법을 폐지하고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현실화해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어드리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소년법대신 보호소년법을 제정해 형사미성년자 상한 연령을 만 12세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이 소년범죄 예방에 효과가 없다고 우려한다.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2세 조정하는 것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는 건수를 일부 늘리는 데에만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교수는 소년범들의 상황을 본질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일시적으로 형사사법 체계하에 두는 것으론 소년범죄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촉법소년의 연령 하향이 실효성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낮추는 것은 소년범죄 예방을 위한 실효적 대안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유엔아동권리협약 등 국제 사회에서 강조되는 소년의 사회 복귀와 회복관점과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2019년 개정된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우리나라에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만 14세로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이 선임연구위원 역시 법 개정을 통한 연령 조정은 아주 손쉬운 방법이나 아이들이 개선 기회를 놓칠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11세 혹은 만 12세가 처벌받을 수 있는 적정 연령인지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형사책임능력은 의사를 결정하고 변별하는 능력을 갖춘 이들에게 범죄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정보를 많이 알고 있고 신체적으로 성숙한 것과 형사책임능력을 동일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인숙 변호사 역시 전 세계적으로 형사미성년자 기준을 만 14세로 두는 추세라며 전두엽이 발달하는 단계인 만 12~13세는 형사절차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해 만 14세부터 형사책임을 지우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촉법소년의 연령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촉법소년과 우범소년의 하한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여론이 대두되면서 소년법이 개정됐다. 당시 만 12세였던 하한 연령은 현재의 만 10세로 내려갔다. 한 교수는 이는 실증적인 자료에 기반한 것이라기보다 소년이 저지른 몇몇 범죄 사건과 그에 놀란 여론에 영향받은 것이라며 최근 논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사건이 주목받으며 촉법소년 제도가 사회적 분노를 샀다고 입을 모은다. 범죄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전체 범죄자 중 만 10~18세 소년범은 3.9%에 그쳤다. 이마저도 범죄소년과 촉법소년이 합쳐진 수치다. 또한 2010~2016년 사이 전체 소년범죄 중 만 14세 미만 소년범의 비율은 1% 미만에 그쳤다. 오 사무국장은 어린 소년범들의 범죄가 갈수록 흉포화·지능화·저연령화되고 있다고 대부분 오해하지만, 이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형사미성년자의 기준 연령이 왜 낮아져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객관적인 검토 없이 감정적인 주장에 추동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소년범죄 엄벌만이 답은 아냐
교화통해 시민 사회 일원 돼야

 

촉법소년을 성인 범죄와 똑같이 형사처벌 하자는 것은 소년사법 제도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제정됐다. 박 변호사는 소년법은 위험에 놓인 아이들이 빨리 범죄에서 벗어나도록 돕기 위해 제정됐다아이들을 무조건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이 좋은 방법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아동·청소년 인권보장을 위한 소년사법 제도 개선 연구를 통해 소년범 재범률의 증가는 소년사법이 아동의 사회 복귀와 회복이라는 목적에 맞지 않게 운영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소년범죄는 가정, 학교, 사회 등 여러 환경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에 처벌보단 근본적인 원인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아동학대 및 가정폭력,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부재 등 범죄의 원인을 차단하지 않은 채 개인의 책임만 묻는다면 아이들은 다시 비행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소년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엄벌이 아닌 복잡하고 다양한 소년비행의 원인과 아동 발달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대부분 가정과 부모가 아이를 돌보지 않아 소년들이 범죄의 길로 들어선다소년범죄는 사회가 소년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기에 발생하는 사회의 실패라고 전했다.

처벌보다 중요한 것은 교화. 단순히 격리와 처벌에만 그친다면 오히려 교정단계에서 청소년들이 범죄를 학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스로 사회 공동체에 끼친 해악을 깨닫고 반성해야 재범 위험성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한 채 격리된 소년범은 사회에 나와 또다시 범죄의 길로 접어든다올바른 교육을 통해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재는 보호처분이 제대로 된 보호기능을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호처분 중 하나인 보호관찰은 본래 소년범을 대상으로 도입됐지만 가정폭력·성매매·아동학대·마약·음주운전 등 성인 범죄로 대상이 확대되면서 성인범 중심 정책으로 변모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기상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보호관찰 대상자 자료에 따르면 전체 보호관찰관의 13.1%만이 청소년을 관리하고 있으며, 1인당 167명의 청소년을 감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2015~2019년 보호관찰 대상자 중 성인의 재범률은 5.2%인 반면 청소년의 재범률은 11.7%로 더 높았다. 최 의원은 보도자료에서 청소년 보호관찰 대상자가 재범이 아닌 재기가 가능하도록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교육 및 사후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 3월 법무부 산하 소년보호혁신위원회는 소년보호시설의 과밀 수용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현행법상 6호 처분을 받은 소년범들이 생활하는 생활실의 수용 정원은 4명 이하다. 그러나 일부 생활실은 10명 이상이 함께 생활하며, 서울소년분류심사원에서는 8명이 정원인 다인실을 최대 22명이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8~10호 처분을 받은 소년범을 수용하는 서울, 안양, 부산, 청주, 대전소년원 역시 정원 초과 상태다. 특히 대전소년원은 정신질환이나 약물 남용으로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해 7호 처분을 받은 의료처우 대상자를 수용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그러나 법무부의 ‘2020 범죄예방정책 통계분석에 따르면 이곳의 수용률은 121%로 과밀 수용 상태였다. 한 교수는 원칙적으로는 보호처분을 받는 동안 교정·교화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소년범을 엄벌해야 한다는 정서로 인해 소년범과 소년원 시설에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열악한 보호처분의 상황이 교화 가능성을 낮춘다고 설명했다.

 

흉악범은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범죄와 비행을 일삼으며 성인 범죄자로 자랐다. 이들이 일찍이 교화됐다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촉법소년에 대한 처벌 강화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촉법소년의 연령 조정에 앞서 우리 사회가 이 아이들을 어떻게 포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돼야 한다.

 

*우범소년: 주위에 불안감을 조성하는 성벽이 있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가출하거나, 술을 마시고 소란을 피우거나 유해환경에 접하는 성벽이 있어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할 우려가 있는 만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

 

글 김예서 기자 
kimyeseo1@yonsei.ac.kr

그림 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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