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동 교수(우리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이태동 교수(우리대학교 사회과학대학)

 

벚꽃의 꽃말은 중간고사.”

20여 년 전만 해도 벚꽃이 필 무렵 대학은 1학기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환하게 핀 벚꽃을 뒤로 한 채 중간고사를 준비하러 컴컴한 도서관으로 들어가는 마음이란. 최근 몇 년간 이 패턴이 달라졌다. 요즘 중간고사는 벚꽃이 모두 진 후에 시작된다. 학사 일정이 바뀐 것이 아니라 벚꽃이 일찍 피고 지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벚꽃의 개화 시기만 바꾼 것이 아니다. 올해 발간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실무그룹보고서 1에 따르면, 현재 추세대로면 지구 평균 온도가 20년 안에 1.5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기후변화가 인간의 활동, 특히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경제활동에 기인한 것이라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즉각적이고 대규모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는 한, 수천 년 간 전례가 없는 기후 위기를 막기 힘들 것이라는 경고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는 계속되었지만,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매시간, 매일 확진자 수가 발표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확산이나 희뿌연 먼지가 시야를 가리는 미세 먼지 문제와 달리, 기후변화 문제는 쉽게 체감하거나 시급한 문제로 다가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기후변화 시나리오에서 나오는 2050, 2100년은 나와 상관없는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진다. 더 큰 문제는 어떻게 기후변화에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후변화가 심각하다는 건 알겠는데,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면서 대중교통을 타면 되는 거야? 라는 질문을 할 만하다.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개인의 노력은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국제적, 국가적, 지역적 주체별로 대응해야 한다. 죄책감과 희생을 요구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즐거움과 이익이 되는 방법을 강구하고 실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녹색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그 방법 중 하나다. 녹색일자리는 경제 위기와 환경 위기라는 두 가지 위기에 동시에 대응하는 일자리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ESG(Environment, Society, Governance)와 관련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일자리가 녹색일자리다. 제주도 해안에 풍력 발전기를 건설하고 운영하는 일도 녹색일자리다. ··고 그리고 대학생들에게 환경 교육을 하는 일도 녹색일자리다. 녹색일자리를 통해 개인은 안정적인 일자리와 수입을 얻고, 일을 통해서 환경과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한국형 뉴딜을 선언했다.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을 큰 축으로 실업과 고용 불안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다. 그린 뉴딜은 2025년까지 탄소중립 추진 기반 구축(4.8조 원), 도시 등 생활 인프라 녹색 전환(16조 원), 저탄소 분산형 에너지 확산(30조 원), 녹색산업혁신 생태계 구축(10조 원)을 통해 약 65만 개의 녹색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겠지만, 아직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인 녹색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지역별, 업종별 일자리 수요는 무엇인지, 구직자가 원하는 녹색일자리는 무엇인지에 대한 상향식 수요-공급 조사와 매칭이 필요하다. 또한 녹색일자리와 관련된 다양한 창업과 실험의 기회가 주어져, 혁신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 확산돼야 한다.

대학은 녹색일자리 창출의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대학의 지속가능한 발전 관련 학과와 연구 센터가 많은 도시일수록 녹색일자리가 많은 경향이 있다. 대학은 녹색일자리에 필요한 교육과 산학협력을 통해 지역의 녹색일자리를 증가시킬 수 있다. 학생들은 교육과 다양한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대학에서 녹색일자리의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다.

한 예로, ‘서울시-서대문구-연세대학교-환경·에너지·인력자원개발 연구센터대학 에너지 절감 효율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리빙랩과 같은 실험적인 방법으로 실질적으로 대학에서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을 기획하고 실행할 있는 기회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녹색일자리를 만들고 경험하여 실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다. 기후변화 대응은 먼 미래의 남의 일이 아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열정, 녹색일자리로 지금 여기서 함께 기후변화에 대응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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