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는 어린이와 소녀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얻을 수 있도록 운동한 말랄라 유사프자이였다. 1997년생인 그는 역대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현재는 말랄라 펀드를 조성하여 여러 나라에서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교육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후인 지난 817, BBC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파키스탄 탈레반으로부터 겪은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여성들은 시장이나 학교에 갈 수 없고, 일을 할 수도 없다며 전 세계에 난민 수용을 촉구했다. 그는 2012년에 통학버스 안에서 탈레반의 총격을 받아 사경을 헤매다 극적으로 살아난 경험이 있다.

탈레반은 지난 1994년에 아프가니스탄에서 결성된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으로 1996년부터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했다. 2001년 항공기 테러 수장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을 숨겨 줬다는 이유로 미국이 쳐들어갈 때까지 탈레반 정권은 여성들에게 교육받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다. 이번 8월 갑작스런 미군 철수에 이어 신속히 탈레반 정권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탈레반 정권은 여성 인권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정부를 수립하여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라 했으나 외신을 통해 전해지는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지난 92~4일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인권을 요구하는 시위가 잇달아 벌어졌다. 시위대가 새로운 내각에 여성을 포함하라”, “여성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라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대통령 궁을 향해 행진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총상에 의한 부상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렇게 목숨을 건 시위를 벌인 것은 여성 인권이 과거 탈레반 정권 시대로 후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탈레반 정권은 여성들의 대학 교육을 허용한다는 법령을 발표했지만,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덮는 니캅을 써야 하고, 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아바야를 착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수업은 남녀를 구분해 진행하고, 여학생은 여성 교원에게만 교육을 받아야 하는 등 수업권을 제한하는 규정도 내걸었다. 전 세계적으로 남녀평등과 여성 인권신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국제사회는 탈레반 정권이 역사를 거꾸로 돌리지 않도록 지속적인 감시와 협력을 통해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신장을 촉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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