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역 ‘삼리’, 성매매를 둘러싼 착취의 구조

속옷조차도 업주나 마담이 간섭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나의 존재가 뼛속까지 성매매 여성임을 알려주었다. 내 몸은 구매자들 기분을 맞춰주는 도구이기 때문이었다. 업주나 마담은 내 마음대로 내 몸을 꾸밀 수 없게 했고, 어떻게 내 몸을 다뤄야 하는지 철저하게 교육시켰다.
(중략)
마담은 팔에 힘이 풀릴 때까지 그 아가씨를 때렸다. 선불금을 갚지 않고 도망을 가면 저렇게 된다는 것을 내 눈으로 직접 보면서 무섭고 겁이 났다. 여기서는 절대로 도망갈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년간 성매매 업소에 종사했던 봄날 작가가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에서 묘사한 성매매 집결지(아래 집결지) 현장이다.

 

집결지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1. 평택역과 경찰서가 마주하고 있는 광장. 정오를 지나 한산해진 거리 너머로 스산한 통유리 건물이 이어졌다. 재개발이 한창인 집결지 삼리일대다. ‘여성안심구역’, ‘청소년 보호구역표지가 붙은 이곳에서 일부 업소는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집결지 입구에 보이는 여성안심구역 안내 문구. 여성의 성을 착취하는 공간에 안심구역이라는 모순적인 안내가 눈에 띈다.
▶▶집결지 입구에 보이는 여성안심구역 안내 문구. 여성의 성을 착취하는 공간에 안심구역이라는 모순적인 안내가 눈에 띈다.

 

지난 6월 여성가족부는 전국의 집결지가 15곳이라 발표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수행한 ‘2019 성매매 실태조사’(아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집결지에는 3592명의 여성이 남아있었다. 다시함께상담센터 김민영 소장은 언론에서 폐쇄했다고 보도한 곳 중에도 아직 영업 중인 업소가 많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어떻게 성매매에 뛰어들었나.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혜진 활동가는 여성이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를 선택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정의기억연대 이나영 이사장 역시 논문 성매매는 인가? ‘여성혐오에 기반한 구조적 폭력인가?에서 일부는 성매매에 본질적인 위험이 없으며,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성매매를 선택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성매매 산업에 들어간 여성들은 줄곧 비난의 대상이 돼왔다. 지난 2018년 인천시 미추홀구 성매매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관련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성매매 업소 여성들 지원금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고, 2018913일 기준 15천여 명이 동의했다. 인천시 집결지 옐로하우스폐쇄에 따라 마련된 조례안은 탈성매매 여성에게 생계비, 주거지원비, 직업훈련비 등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청원인은 본문에서 여성들은 남들보다 조금 더 편하고자 성매매를 선택했다그들에게 많은 지원금을 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난에 앞서 여성이 성매매 산업에 발을 들이게 되는 맥락부터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북여성인권센터 송경숙 센터장은 성매매의 자발성을 논하려면 여성들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혜진 활동가는 여성들이 돈을 쉽게 벌기 위해 성매매를 선택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상은 대부분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성매매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그는 “1금융권과 2금융권에서 대출 허가를 받지 못해 성매매에 유입되는 여성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현행법상 성매매 여성은 피해를 소명하는 과정에서 자발성이 없음을 입증해야 한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211항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때 전문가들은 성매매의 자발성개념에 문제를 제기한다. 빈곤한 여성이 성매매로 내몰리는 구조에서 여성의 자발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이다. 송 센터장은 피해 여성은 성매매 피해자성을 입증하는 구조에서 2차 피해를 입는다고 말했다. 업주의 강요로 성매매가 이뤄졌음을 여성들이 입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발성을 걷어낼 때
비로소 드러나는 착취

 

#2. 통유리벽 안, 작은 도어락 문을 열고 한 여성이 나왔다. 드라이기, 고데기, 로션 등 생활용품이 가지런히 정리돼있었다. 구석에는 과자 봉지도 보였다. 눅눅한 조명 아래, 여성들은 홀로 쪽거울을 보며 단장하고 있었다. 뻣뻣한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이들도 보였다. 표정이 없는 그들은 마치 통유리 너머로 자신의 몸을 전시하는 듯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등과 가슴이 훤히 드러난 옷을 흘깃댔다.

 

▶▶성매매 여성의 생활 공간 면모를 드러내는 업소 내부. 텅 빈 곳에 사람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성매매 여성의 생활 공간 면모를 드러내는 업소 내부. 텅 빈 곳에 사람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성매매 알선업주는 선불금을 이용해 여성들을 업소로 유인한다. 선불금에는 이자가 붙어 여성들의 빚을 불린다. 김 소장은 업주들은 선불 가능’, ‘대출 가능’, ‘성형 지원등의 키워드로 발을 들이게 한다성매매에 진입하는 과정에 속임수가 있다고 말했다.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돼 이전의 선불금 개념은 사라졌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혜진 활동가는 대부업자를 중간에 끼우는 등의 방식으로 이전 선불금 제도와 유사하게 운영되는 중이라 말했다.

성매매 산업에서 수익을 분배하는 과정도 들여다봐야 한다. 송 센터장은 보통 업주와 여성이 5:5로 수익을 배분한다면서도 콘돔, 홀복, 속옷 등 비용은 수익에서 별도로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그는 업소에서 거주하려면 50만 원 정도의 월세를 내야 하고, 일하지 못하는 날에는 최대 200만 원에 달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송 센터장은 당장 벌어들이는 수익만으로 선불금에 붙는 이자를 지불하기 힘든 상황이라 전했다. 혜진 활동가는 성매매 산업은 이윤을 내기 위해 여성이 산업에 최대한 오래 머무르도록 한다여성들은 계속 빚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성매매로 인해 여성의 몸이 상품화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소장은 성매매 산업에서는 여성의 몸 하나만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신박진영 정책팀장은 책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에서 “‘여성이 없고 상품만이 존재하는 성매매 현장에서 상품이 된 여성이 겪는 모든 폭력은 성폭력이 아니게 된다고 말했다. 여성이 상품으로 전락한 배경에는 남성 중심적 성 구매 문화가 있다. 송 센터장은 성 구매 문화에서 여성들은 인간이 아닌 상품으로 전락한다여기서 반복되는 인권 침해와 폭력은 다뤄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혜진 활동가는 성매매는 단순 매매가 아닌 착취에 가깝다구매자와 피해자는 애초부터 동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박진영 정책팀장은 논문에서 성매매는 돈과 완력을 이용해 힘에 의한 성적 지배를 실현한다시장에서 남성이 성을 구매하는 것은 성욕 배출의 기회가 아닌 대상을 지배하려는 욕망의 실현이라고 설명했다.

 

구매자는 멀쩡했고
모두는 방관했다

 

▶▶평택역 일대 성매매 집결지 업소 '삼리'의 영업은 계속됐다. 성매매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집결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평택역 일대 성매매 집결지 업소 '삼리'의 영업은 계속됐다. 성매매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집결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성매매의 온상인 집결지는 왜 사라지지 않나. 지난 2004년 성매매를 근절하고자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됐다. 기존 윤락행위 등 방지법은 처벌 수위가 낮아 집결지의 확산을 통제할 수 없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강요 업주에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해 처벌 수위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처벌은 알선업주와 판매자에 국한됐다. 실태조사 내 성매매 알선 및 광고자에 대한 판결 분석에 따르면 성매매 알선업주 및 관련자의 11.8%만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혜진 활동가는 국가는 성매매를 일관되게 처벌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가는 성매매 여성을 등록하고 검진하는 관리정책을 병행했다. 혜진 활동가는 집결지 여성은 정기적으로 성병 검진을 받아야 했다국가는 법으로 성매매를 금지하나, 현실에서는 성매매 여성들을 관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수사 과정에서 수요자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소장은 구매자가 콘돔을 사용한 흔적을 확보하거나 나체로 있는 현장을 검거해야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장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구속력을 갖는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성매매 산업에서 이윤이 창출되는 한 성매매는 계속 존재할 것이라 말했다. 송 센터장 역시 수요자가 있는 한 성매매 산업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덧붙였다. 지난 2015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조직범죄 단체의 불법적 지하경제운영실태 보고서에서 한국의 성매매 시장 규모를 30~37조 원으로 추정했다. 암암리에 행해지는 오피스텔 성매매, 가출청소년 성매매조직, N번방 텔레그램 성착취 등, 범죄의 형태는 은밀해지고 다양해지는 중이다. 김 소장은 성매매 산업을 지속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계속해서 착취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혜진 활동가는 열악한 상황에서 성매매에 종사하는 사람만이 정당화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성매매가 매력적인 선택지로 존재하지 않게끔 사회가 변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길 하나 건너면 여전히 벼랑 끝인 세상. 선택지가 바뀌기 위해서는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

 

*성매매특별법: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통칭

 
글 박경민 기자
lightmiin@yonsei.ac.kr

복건우 기자
geonu_20@yonsei.ac.kr
사진 허유신 기자
yushin0626@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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